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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시장 독과점이 수입차 시장 키운다

파죽지세로 확장중인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어디까지 확대될까. 현대기아차는 수입차 시장 확대를 막아낼 수 있을까. 현대기아차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하고 있는 상황은 수입차에 유리할까 불리할까.

이탈리아와 일본의 자동차 시장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탈리아와 일본은 한국과 매우 유사한 시장이다. 이탈리아는 시장 구조면에서 일본은 수입차의 점유율이 한국과 흡사하다.

이탈리아에는 피아트라는 강력한 자국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피아트, 알파로메오, 란치아 등 대중 브랜드는 모두 피아트 계열이다. 페라리,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등 피아트의 그늘을 벗어나 있는 브랜드들이 있지만 슈퍼카들인 이 브랜드들의 판매량은 점유율을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미미하다.

강력한 자국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의 상황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한국에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그리고 쌍용차가 약 20% 안팎의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피아트 말고는 다른 토종 브랜드가 없는 이탈리아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다.

강력한 국적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유사한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자국 브랜드와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두 나라간 큰 차이가 있다.

2011년 연말 기준 피아트그룹의 이탈리아 자동차 내수시장 점유율은 29.4%다. 수입차 점유율은 70.3%. 한국에서는 이탈리아와 정반대다. 현대기아차가 71.1%를 차지한다. 수입차는 약 8%를 점하고 있다.

일본은 또 다른 면에서 한국과 유사하다. 일본에는 토요타라는 강력한 1위 업체가 있지만 닛산과 혼다를 비롯해 미쓰비시, 스바루, 스즈키, 다이하츠, 마쯔다 등 탄탄한 자동차 메이커들이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2011년 연말 기준 토요타의 시장점유율은 29.5%, 나머지 메이커들이 63.2%를 점유하고 있다. 수입차 점유율은 7.4%. 일본 역시 한국처럼 수입차 시장에 8% 전후를 내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대기아차와 수입차의 시선은 엇갈린다. 현대기아차는 수입차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이다. 새로 출시하는 신차들마다 수입차와의 비교 우위를 강조하는가하면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입차를 현재 수준에서 저지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다.

수입차의 생각은 다르다. 17일 열린 수입차 판매 25년을 기념한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한국 수입차 시장은 일본과 이탈리아 사이가 될 것” 이라고 언급했다. 수입차 점유율 70%를 넘기는 이탈리아 시장을 보고 있는 것.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산차가 차지하는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이탈리아만큼이야 안되겠지만 일본보다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10% 이상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수입차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시장을 독과점하는 상황이 수입차 시장에는 나쁘지 않다. 현대기아차와 수입차로 대결구도가 분명해질 때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택할 확률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시 일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강력한 1인자 토요타가 있지만 나머지 메이커들 역시 의미 있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국산차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일본에서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어날 수 없는 데에는 제도적 문화적 이유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차에서 선택폭이 매우 넓어 어지간해서는 수입차로 가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다. 일본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8% 전후에서 정체되어 있는 이유다.

문제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다. 현대기아차와 수입차가 동시에 강력한 공세에 나설 때 이들 3개 메이커들이 제대로 대응 하지 못해 시장을 내준다면 한국시장은 현대기아차 대 수입차 구조가 강화된다. 피아트 대 수입차 구도인 이탈리아처럼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장기적으로 현대기아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때 64%까지 점유율을 보였던 피아트의 오늘이 이를 말해준다.

반대로 이들 3사가 경쟁력을 갖춰 현대기아차의 독과점 구조를 무너뜨린다면 수입차의 시장 확대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게 된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가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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