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쏘렌토R이 출시됐다.

쏘렌토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2년 2월이다. 프레임 방식의 SUV로 탄생한 쏘렌토는 2009년 4월 모노코크를 적용하고 좀 더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화를 거친다. 이번이 세 번째 모델 체인지다. 플랫폼을 교체했고 일부 디자인을 변경하고 편의장치들을 더한 것이 주요 변화다. 기아차는 신차 수준의 변화라고 강조하지만 동의하긴 어렵다. 디자인, 동력장치 등의 변화가 거의 없다. 소폭의 마이너 체인지로 봐야하는 이유다.

차 자체의 변화보다 상품 구성의 변화가 더 크다. 2WD로만 운용하던 2.0 모델에도 4WD 모델을 추가했고 2.0 모델의 경우 일부 트림에 5인승을 기본으로 하고 3열 시트는 50만원의 추가 비용을 내고선택할 수 있게 했다.2.2와 2.0 엔진, 5인승과 7인승, 2WD와 4WD의 다양한 조합으로 소비자가 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훨씬 늘었다. 2.2모델과 2.0 리미티드와 스페셜 모델에서 5인승을 택할 수 없는 게 새로운 불만이 될 수도 있겠다.

디자인은 큰 변화 없이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LED 포지셔닝 램프와 범퍼 아래 훨씬 커진 사각 안개등이 이전과 다르다. 사각형으로 뭉툭했던 리어램프는 슬림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새로 만들었다. 눈에 띄는 디자인 변화는 여기까지다. 새로운 플랫폼은 현대차 싼타페와 공유한다. 싼타페가 모델 변경을 통해 새로 적용한 플랫폼을 쏘렌토도 함께 사용하는 것. 크기는 4684 x 1885 x 1700mm로 길이와 폭은 기존 모델과 동일하고 높이는 10mm 낮아졌다. LX, TLX, 스페셜, 리미티드 등의 트림 표기는 생략됐다. 4WD인 경우에만 차 뒷부분에 4WD 라는 표기를 할 뿐이다. 이 때문에 겉으로만 봐서는 정확한 트림 명을 알 수 없다.

인테리어도 큰 변화는 없다. 변속레버의 변화가 눈에 뜨인다. UVO 시스템이 적용된 8인치 모니터가 센터페시아에 자리했다. 센터페시아의 재질은 촉감이 부드럽다. 아기 피부 같은 느낌이다. 자꾸 손이 간다. 대시보드와 도어패널은 상대적으로 거칠다. 플라스틱 재질이 거슬린다. 계기판에는 7인치 컬러 TFT LCD 패널이 내장됐다. 차량상태와 주행정보 등이 선명하게 표시된다. 또한 클러스터에 뜨는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기능도 있다. 안전띠를 매지 않았거나 문이 열렸을 때, 혹은 주요 장치를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음성으로 이를 알려주는 것.

2열 시트 바닥은 평평하다. 뒤 차축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가 있지만 이 부분이 실내로 돌출되는 것을 막았다. 덕분에 실내 공간, 특히 2열 가운데 자리가 불편하지 않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1, 2열 지붕을 시원하게 뚫어 선루프를 장착했다. 대형 선루프는 1열보다 2열 승객이 더 좋아한다. 시원하게 뚫린 선루프를 통해 보이는 하늘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어서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실내는 쾌적했다. 운전석에는 냉풍 기능까지 갖춘 통풍 시트가 적용된 덕분이다. 장시간 운전할 때에도 엉덩이와 등은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준비된 시승차는 쏘렌토R 2.2 4WD 최고급협으로판매가격이 3,813 만원이다. 기아차 화성공장을 출발해 전곡항까지 60여km를 달리는 코스에서 시승했다. 코스 중에는 약 9km가 넘는 직선도로가 있어 고속주행을 마음껏 즐길 수있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켰다. 디젤 특유의 음색을 가진 엔진 소리가 들린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약간의 핸들 유격이 있다. 길이 4.7m 공차중량 1,874kg의 큰 덩치를 가진 SUV인만큼 적당한 유격이 있어야 차를 부드럽게 컨트롤할 수 있다.

쏘렌토R에는 플렉스 스티어링 휠 기능이 있다. 스티어링 휠, 즉 핸들을 스포츠, 노멀, 컴포트 중에서 택할 수 있는 것. 차가 서 있는 상태에서 각 모드를 택해 조작해보면 핸들이 반발력이 미세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차가 달리는 상태에서는 그 차이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선택해야 할 게 많다는 건 그만큼 고급이라는 말일지 모른다. 국밥집에선 주는 대로 먹어야 하지만 최고급 레스토랑에선 귀찮을만큼 꼼꼼하게 손님의 뜻을 물어본다. 고객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자동차도 비슷하다. 저가의 소형차에서는 운전차가 선택해야 할 게 거의 없지만 고급차를 타면 운전하는 게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듯 이것 저것 운전자가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주행모드는 어떻게 할까, 이런 저런 전자장비들을 어떤 상태로 세팅할까 하는 것들이다. 플렉스 스티어링도 그중 하나.향후 스티어링 휠뿐 아니라 서스펜션을 포함한 주행모드를 종합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을기대해본다.

시승차에는 기아차가 자랑하는 디젤 R 2.2 엔진이 올라갔다.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4.5kgm의 성능을 가진 엔진이다. 1,800~2,500 rpm에서 최대토크가 균일하게 발휘된다. 여기에 자동6단 변속기가 올라가 엔진과 궁합을 맞춘다.엔진 소리는 부드럽고 얌전하다. 힘차고 우렁우렁대는 소리가 아니다. 존재감만 겨우 드러내는 얌전한 소리. 그나마 속도를 조금 내면 바람소리에 파묻혀 엔진소리는 사라져 버린다. 바람소리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는데 아무 걸림이 없다. 킥다운 버튼이 없이 밋밋하게 바닥까지 닿는다. 브레이크 오버라이드는 정확하게 작동했다. 가속페달을 밟고 달리는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가 우선적으로 작동한다.

서스펜션은 차체를 잘 지지했다. 딱딱하다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과속방지턱을 지나고 난 뒤 잔진동이 없다. 충격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사륜구동차답게 코너를 돌아나갈 때에도 무리없이 운전자의 의도대로 따라준다. 조금 과한 핸들링을 해도 VSM이 정확하게 개입해 차체의 균형을 잡아준다. 브레이크도 정확하게 작동한다. 급제동을 하면 자동으로 비상등이 깜빡여 뒤를 따르는 차에 신호를 보낸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처음과 끝이 일관된 제동력을 보였다. 쏘렌토R에는 앞 뒤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가 적용됐다.

시속 100km 전후에서 차는 가장 편안했다. rpm은 2,000에 못 미쳤다.움직임은 부드럽고 실내는 조용했다. 직선로에서 고속주행을 시도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쭉 뻗은 직선로에서 마치 빨려들 듯 달렸다. 속도를 높이는데에는 아쉬움이 없다. 최고속에 가까운 고속주행에서 차체는 살짝 뜨는 느낌이 든다.

편의장치는 화려하다. 가장 아래급 모델인 2,645만 원짜리 2WD LX 모델에도 VSM, 경사로 밀림방지장치(HAC), 경사로 저속주행장치(DBC), 급제동 경보시스템(ESS), 6개의 에어백(운전석, 동승석, 전복감지 사이드&커튼), 1열 액티브헤드레스트, 후방주차 보조시스템,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MDPS), 크루즈컨트롤, 주행정보시스템, 음성인식 블루투스 핸즈프리, 액티브 에코시스템 등이 적용된다.

후측방 경보시스템은 사이드미러의 사각지대를 표시해준다. 좌우측 뒤에서 따르는 차가 있을 때 경고등으로 운전자에게 주의를 준다. 첨단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UVO는 IT기술을 도입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스마트폰과 연계해 원격시동, 원격 문열림, 목적지 전송 등을 할 수 있고 차량진단, 도난추적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신차 구입 후 2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차조향 보조 시스템은 평행주차를 도와준다.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 운전자들에겐 가장 고마운 장치다.

쏘렌토R 2.2 디젤의 복합연비는 4WD 자동변속기 기준 12..4m/L로 3등급이다.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2km.

기아차는 쏘렌토R을 앞세워 수입 SUV와 본격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된 경쟁 상대가 수입 SUV라는 것. 소비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수입차 보다는 현대차 싼타페와 비교하는이들이 많아 보인다. 아쉽게도 쏘렌토R에서 경쟁 모델인 싼타페와 비교할 때 확실하게 비교우위를 보이는 부분이 안 보인다. 기아차는 계기판의 TFT LCD 모니터와 음성안내 클러스터 정보 음성안내 시스템이 싼타페에는 없다며 쏘렌토의 강점을 내세우지만 이 정도로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물론 싼타페와 경쟁하면서 국산 SUV의 2인자 자리를 지키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현장에서의 경쟁은 피할 수 없겠지만 크게 보면 현대기아차가 싼타페와 쏘렌토R을 포진해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했다고 보는게 맞겠다.

수입 SUV와 비교하면가격과 편의사양 면에서 쏘렌토R이 밀리지 않는다. 아우디 Q5나 BMW X5 등과 프리미엄 SUV와 견주기엔 아직 시기상조인듯하다. 볼보 XC60이나폭스바겐 티구안과 비교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싼타페와 쏘렌토R두 개의 중형 SUV를 새롭게 만들어 수입 SUV의 공세에 맞불을 놓으며 역공에 나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인테리어는 부분적으로 고급감이 떨어진다. 글로브 박스를 열어보면 플라스틱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시보드와 도어패널에도 고급감과는 거리가 있는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 사륜구동 모델임에도 고속에서 주행안정감이 떨어지는 부분은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