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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GT-R 만든 엔지니어의 거침없는 ‘자신감’

그는 거침이 없었다.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언어와 표정, 몸짓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다. 때로 거친 언어와 몸짓은 그가 의욕으로 충만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카즈토시 미즈노. 1952년생으로 만 60세인 그는 닛산 GT-R 차량기술 및 제품개발 총괄이다. 닛산의 자존심 GT-R이 이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T-R의 제품 정비교육과 고객과의 만남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가 지난 5일 닛산 강남전시장에서 GT-R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우리가 흔히 알던 겸손하고 예의바른 일본인은 아니었다. 닛산의 자존심, 기술에 대한 자신감, GT-R이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노련한 엔지니어라는 자신감 넘치는 자세로 기자회견을 이끌었다.

그는 GT-R을 가장 바쁜 이들,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파워 어브 라이프’의 의미를 담은 차라는 것. 주말여행을 위해 평일에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야말로 GT-R의 진정한 오너가 될 수 있다는 것.

‘멀티 퍼포먼스’도 중요 포인트. 여행가방을 트렁크에 싣고서 달릴 수 있는 슈퍼카라는 것. 빗길을 달려도 제동거리가 짧고 한겨울의 캐나다에서도 즐길 수 있는 슈퍼카가 바로 GT-R이라는 것. 이런 면에서 GT-R이 다른 슈퍼카에 비해 우수하다고 그는 말했다.

처음 GT-R을 만들 때 닛산 내부에서 반대가 엄청났다고. 환상일 뿐이라는 이유였다. 단 세 명만 찬성했고 나머지는 모두 반대했다. 하지만 밀어부쳤고 고객의 꿈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3주전 뉴욕에서 있었던 고객 이벤트는 감동적이었다고. 2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불구인 25세 청년이 직접 GT-R을 몰고 달렸다. 손으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조작할 수 있는 차였다. 아들이 직접 운전하며 달리는 모습을 보고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다시 살아났다며 기뻐했다는 얘기를 그가 전했다.

그가 하고픈 얘기는 이랬다. “차를 파는 게 아니라 감동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GT-R을 만든 이유는 파워 어브 라이프를 위해서다”

베테랑 드라이버가 서킷 위에서만 달리는 슈퍼카는 그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일반도로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슈퍼카여야 한다는 것. 모두가 즐기고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가 생각하는 슈퍼카, GT-R이다.

그가 말하는 GT-R은 단 하나다. 3.8 리터 545마력 가솔린 엔진을 얹은 단 한 가지 모델이라는 점에서 다른 슈퍼카나 스포츠카와 다르다. “많은 버전을 가진 다른 유럽 차들과는 다르다”는 것. 포르쉐를 빗댄 말이다. “모든 GT-R은 동일한 성능을 갖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람의 손이 좋을 때가 있고 라인이 좋을 따가 있다. 판단은 엔지니어가 한다” GT-R의 엔진은 무균실에서 한 명의 엔지니어가 다 만든다. 도장 역시 사람이 직접 한다. 조개껍데기를 가루로 만들어 도료에 섞어 도장 한 뒤 다시 사람이 손으로 직접 표면작업을 하는 것. “GT-R의 깊이 있는 컬러는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낼 수 없다. 사람의 지혜를 통해 보디 컬러 퍼포먼스가 나온다”고 그가 말했다.

최종 조립은 라인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라인조립에서도 GT-R은 훨씬 정밀하게 작업된다. 일반적인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서브 프레임을 조립할 때 오차 범위가 2mm 정도다. 레이싱카의 경우는 1mm의 편차를 갖는다. GT-R은 0.4mm에 불과하다. 쇼크업소버는 ISO 기준으로 10%의 오차를 허용하지만 유럽 메이커들은 4-5%, GT-R은 0.6%로 이를 관리한다.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라인에서 조립을 하는 경우에도 정밀함을 양보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GT-R의 엔진 연소실 온도는 1160도에 달한다. 출력을 높게 하고 연비에도 좋다. 쇠도 녹는 이 온도를 견디는 실린더를 만드는 게 닛산의 기술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GT-R의 전기차 버전에 대한 암시도 있었다.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을 때 “대답을 할 것 같은가. 비밀이다. 다만 닛산엔 리프가 있다. 최고의 배터리, 모터, 엔진이 닛산에 있다는 정도로 답하겠다” 대답을 안했지만 이미 대답하고 있었다. 사실상 GT-R의 전기차 개발을 인정하고 암시하는 대답이다.

“GT-R은 닛산 최고의 차다. 아니 일본 최고의 차, 닛폰 GT-R이다”라는 말에서는 엔지니어의 강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포르쉐 911도 그의 눈앞에선 GT-R의 아래였다. “GT-R은 모두가 즐기는 슈퍼카다. 911은 그렇지 않다. 911의 많은 모델들이 모두 911이지만, GT-R은 오직 동일한 엔진을 가진 하나뿐인 모델이다”

그렇게 좋은 GT-R이 왜 많이 팔리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어쩌면 가장 아픈 질문이었을 것이다.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조금 화난 듯 단호한 표정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당당함을 잃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판매량 많은 게 좋은가. 많이 팔아 웃고 싶지 않다” 그래도 좋은 차 GT-R이 많이 팔린다면 그도 웃지 않을까.

기자회견의 주제는 GT-R이었지만 기자에겐 열정적으로 발표를 이어가는 엔지니어가 더 돋보였다. 평생을 한 회사에 몸담았고 마침내 슈퍼카를 만들어낸 엔지니어의 혼을 느꼈던 자리였다.

*카즈토시 미즈노 닛산 GT-R 차량기술 및 제품개발 총괄 약력

1952년 1월 5일 생

1972년 나가노 기술전문대학 졸업, 닛산자동차 입사

1989년 8월 닛산 모터스포츠 인터내셔널(NISMO) 팀 디렉터

1993년 1월 차량 디자인 기술 제1부서 차량기획 제1부서장

1997년 7월 차량 디자인 제1부서 고위 경영전문가

2000년 1월 차량 디자인 기술 제1부서 차량기술 총괄

2003년 1월 첨단 차량 기술센터 차량기술 총괄, 프리미엄 미드십 패키지 개발

2003년 12월 닛산 GT-R 차량기술 및 제품개발 총괄

2009년 3월 닛산 GT-R 프로그램 디렉터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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