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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돈 빼앗는 경제운전의 적들

경제운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치솟는 기름값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기름값이 최근 들어 조금 내려갔다고는하지만 여전히 기름값은 서민들에게 부담이 크다. 가속페달을 밟기가 겁날 정도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운전을 해도 자동차 머플러로 동전이 줄줄 새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자린고비 저리가라할 정도로 짜게 운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트렁크 비우고, 살살 달리고, 연료탱크도 반만 채우고, 스페어타이어를 치워버리기까지 한다. 차를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 빡빡한 현실이지만 어떻게든 이겨내려는 운전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하지만 우리의 도로에는 공공의 적이 너무 많다. 서민 운전자들의 눈물겨운 경제운전 노력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공공의 적이다. 운전자들의 지갑에서 돈을 털어내는 존재들이어서다.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은 이기적인 운전자들이다. 혼자서 기분 내며 과속하는 것 까지는 봐줄만하다. 자기 기름 더 쓰는 셈이니 거슬리기는 하지만 시비 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른바 칼치기 운전에 이르면 계산이 달라진다. 급차선 변경, 무리한 추월, 급제동 등으로 함께 달리는 다른 차들의 흐름을 막는다면 문제다. 안전에 위협이 될 뿐 아니라 다른 차들의 연료소모도 더 하게 만드는 일이어서다. 다른 사람의 지갑을 터는 일에 다름 아니다.

폭주족만 문제가 아니다. 내 기름값 아낀다고 모든 차들이 80km/h로 흐름을 이루며 달릴 때 혼자 50-60km/h로 달리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내 차 연료는 아낄 수 있지만 다른 차들은 연료를 더 써야 한다. 물 흐르듯이 달리는 도로에서 서행하는 차에 막혀 속도를 조절하느라 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가속해야한다. 당연히 연료를 더 써야 하는 과정이다. 내 돈 아끼자고 남의 돈을 쓰게 하는 셈이다. 안 될 일이다. 한 사람 돈을 아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차에 막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수많은 운전자들은 돈을 더 써야 한다. 전체로 보면 한사람만의 경제운전이 엄청난 낭비를 부르는 것이다.

신호등도 그렇다. 신호대기를 마치고 출발했는데 다음 신호등에서 다시 빨간 등에 막혀 서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신호등마다 빨간등에 막혀 멈춰서야 한다면 연료 낭비는 피할 수 없다. 그 길을 달리는 모든 차들이 연료를 낭비하는 셈이니 사회 전체로 보면 어마어마한 연료가 그냥 길바닥에 버려지는 셈이다. 차들이 물 흐르듯이 달릴 수 있게하는 교통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 주요 간선도로에서는 신호등 연계가 대체로 잘 이뤄지는 편이지만 이면도로에서는 아직도 직전 신호등에서 출발한 차를 멈춰 세우는 신호등이 적지 않다.

울퉁불퉁한 도로도 내 돈을 빼앗는 장애물이다. 매끄럽고 평탄한 길에서 차는 부드럽게 잘 달린다. 하지만 도로가 패이고 울퉁불퉁한 곳에서는 교통의 흐름이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더 줄인 뒤 통과해야 한다.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인 뒤 다시 가속페달을 밟는 과정은 더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한다.

과속방지턱도 마찬가지. 학교 주변, 마을 진출입로 등 과속방지턱이 꼭 필요한 곳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 마구잡이로 설치한 것도 많다. 모두 정비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기름값이 싼 적은 없었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기름값은 늘 부담이었다. 그동안 연료절약을 위한 노력은 늘 운전자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제 운전자들의 노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는 사회 전체의 연료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때다.나 혼자만의 경제운전보다 도로 전체의 효율을 생각해야 하고,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서 연료를 아낄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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