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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W의 전략수정, 1% 아닌 모두를 위한 SUV

‘대한민국 1%’를 내걸고 프리미엄 SUV임을 자처했던 렉스턴이 방향을 튼 건 2년 전의 일이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며 최고급을 강조하던 렉스턴이 엔진 배기량을 2.0 엔진을 얹은 RX4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1%의 소비자 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을 위한 렉스턴으로 전략을 수정했던 것.

쌍용차는 지난 부산모터쇼에서 렉스턴의 신형모델 ‘렉스턴 W’를 선보이고 판매에 나섰다. 이번엔 2.0 모델로만 라인업을 짰다. 소수를 위한 프리미엄 SUV에서 대중 SUV로 완전한 탈바꿈을 한 것이다. W는 체어맨 W를 연상케 하는 이니셜이다. 대중차로 노선전환을 했지만 프리미엄에 대한 진한 미련을 갖고 있음을 렉스턴 뒤에 붙은 ‘W’라는 꼬리가 말하고 있다. 렉스턴 W의 최고급 모델인 노블리스 모델을 시승했다. 서울을 출발해 경기도 포천 백운계곡을 다녀오는 코스였다.

큰 틀에서 렉스턴은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라디에이터 그릴과 안개등 등, 디테일한 부분이 변했다. 균형과 비례로 볼 때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모습으로 이전 모습과 확연히 다른 이미지를 전하고 있다. 뒷모습, 세로로 배치한 리어램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이전 리어램프를 그대로 적용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웃 사이드 미러에는 LED 램프가 턴 시그널 램프로 내장됐다.
반짝이는 크롬 휠에 장착된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제품이다. 최고급 모델인 노블레스에만 브리지스톤 타이어가 장착된다.
인테리어는 대부분 익숙한 모습이다. 시동버튼이 추가됐고 센터페시아에 내비게이션이 자리했다. 그 아래 자리한 공조 버튼들은 이전 그대로다. 시트는 가죽이다.
렉스턴 W는 7인승으로 3열 시트까지 있다. 2, 3열 시트는 완전히 접을 수 있고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1, 2열 시트는 열선 시트다. 1열은 5단으로, 2열은 온 오프로 작동하는 열선시트다.

시트포지션은 높은 편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옆창이 어깨 아래로 깊게 내려온다. 덕분에 개방감이 크고 확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핸들을 잡은 느낌이 여유 있다. 핸들 사이즈는 크다. 메이커를 망라해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모델들중 가장 큰 핸들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핸들은 3.7 회전한다. 일반적으로 3회전 정도하는 다른 차들과 확연히 다른 스티어링 휠이다.

렉스턴 W에는 2.0 디젤 엔진이 올라가 있다. 직렬 4기통 1,998cc 155마력, 최대토크는 36.7kgm다. 공차중량은 2,015kg이다. 2톤이 넘는 거구에 2.0 엔진이 올라갔다. 1마력이 13.0kg, 1kgm의 토크가 54.9kg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제원표상의 수치만으로 보면 힘에 부칠 것 같은 느낌이다.
차체가 이처럼 무거운 것은 프레임 방식 때문이다. 풀체인지를 통해 새로 만든 코란도C는 모노코크 보디를 적용해 무게를 상당히 줄였지만 렉스턴은 아직 프레임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마이너체인지인만큼 프레임까지 손보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을 것이란 짐작을 해본다.

핸들에는 패들 시프트 역할을 하는 버튼이 있다. 왼쪽은 다운 시프트, 오른쪽은 업 시프트 버튼이다. 핸들을 쥔 채로 변속을 할 수 있어 편하다. 이를 위해서는 변속레버를 수동 모드로 옮겨놔야 한다. 변속레버에도 수동 변속을 위한 토글 스위치가 있다. 레버를 쥔 채로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토글 스위치를 작동하면 시프트 업 다운을 할 수 있다. 2톤이 넘는 차를 엄지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조정하는 재미가 있다. 5단 자동변속기는 후진 2단을 적용했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안정감 있고 조용했다. 첫발을 떼기에 무리가 없고 움직이기 시작한 후 가속도 안정적이다. 확트인 시야, 편안한 움직임, 조용한 실내. 시속 100km 전후까지는 만족할만한 거동을 보였다.
고속에서는 출력의 한계를 느꼈다. 가속에 한계가 생각보다 빨리 온다. 1, 2세대 렉스턴은 고속안정감이 다른 SUV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안정적이었지만 렉스턴 W는 이 부분이 조금 아쉽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대한민국 1%를 타깃으로 하던 차와 대중을 타깃으로 만든 차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겠다.

렉스턴 W는 파트타임 4WD다. 2WD로 달리다 필요하면 스위치를 돌려 4WD로 전환하고 다시 오프로드에서 강한 구동력이 필요할 때엔 로 모드로 전환한다. 차가 알아서 구동방식을 바꾸는 게 아니라 운전자가 상황판단을 하고 구동방식을 바꾸는 것.
4H모드로 와인딩로드 공략을 시작했다. 원할 때 원하는 만큼의 힘을 팡팡 쏘아주는 엔진은 아니다.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며 코너에 들어선 뒤 다시 가속을 할 때 힘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기다리면 힘이 살아난다. 그 감각을 익히고 나면 조금 더 부드럽게 차를 다룰 수 있다.

4WD 4H를 유지하고 오프로드에 올라섰다. 하늘로 이어질 것처럼 경사가 가파른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올라갔다. 오르막 길 중간에 차를 멈춘 뒤 다시 출발해도 문제가 없었다. 요철이 심한 오프로드에서 가속페달의 감각이 온로드에서와 다르다. 온로드에서보다 조금 더 깊게 밟아야 차가 생각만큼 움직인다.
내리막길에서는 4L 대신 HDC 버튼을 누르고 내리막길을 가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저속으로 내리막길을 안정적으로 내려갈 수 있다. HDC 대신 4L 모드를 택해도 된다.
오프로드를 움직이는 사륜구동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네 바퀴가 노면을 박차며 움직이는 사륜구동의 강인함을 렉스턴 W도 가지고 있었다. 오프로더의 명가 쌍용차가 만들었음이 분명했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편이다.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고성능을 구가하는 차가 아니다. 극단적인 고속주행은 이제 렉스턴의 영역이 아니다. 대신 편안하고 푹신한 승차감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때문에 렉스턴 W는 공격적인 드라이빙 대신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드라이브를 해야 차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연비는 13.1km/L다. 2WD 모델은 13.7km/L. 이전 기준에 따라 메이커가 발표한 연비다. 가격은 트림 별로 ▲RX5 디럭스 2,733만원 ▲RX7 2,972~ 3,288만원 ▲노블레스 3,633만원이다.

쌍용차를 보고 있으면 애틋한 마음이 든다. 생사의 기로를 넘나든 지난 몇 년간의 어려움, 그 과정에서 불거진 회사 안팎의 갈등은 거친 오프로드와 다름 없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계속되는 신차개발의 수고와 그 결과물로 만들어진 차를 만나는 것은 여느 차를 만날 때와는 조금 다르다. 어쨌든 자동차 메이커로서 살아남기 위해선 좋은 차를 만들어 많이 파는 길 뿐이다. 험로에 강한 쌍용차다. 짠한 마음으로 렉스턴 W이 선전을 기대해 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뒤창은 완전히 내려가지 않는다. 2/3만 열린다. 나머지 1/3이 내려가지 않아 어중간하게 걸린다. 차체 구조상 어쩔 수 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소비자는 불편하다. 게다가 차창은 안전하지 않다. 차창을 닫을 때 중간에 걸림이 있으면 차창이 자동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렉스턴 W에는 이런 안전장치가 없다. 손가락이라도 걸리면 어찌될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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