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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쟁이 5인승 쿠페, 폭스바겐 CC

세단은 늘 쿠페에 대한 미련을 갖는다. 멋있는 스타일은 쿠페를 따라가기 힘들다. 쿠페(Coupe)라는 말은 프랑스어에서 비롯됐다. 자르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세기 마차시대에 마부 뒤로 객석이 한 줄 만 있는 짧은 마차를 쿠페라 했다. 쿠페는 원래 2인승이다. 여기에 조금 더 실용적인 면을 더한다해서 4인승, 더 나아가 5인승 쿠페로 발전 혹은 변형이 이뤄진다. 변화는 도어에서도 일어난다. 쿠페는 당연히 2도어지만 왜 꼭 그래야 하느냐는 의문에 4도어 쿠페까지 나온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실용적인 면을 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이다.

폭스바겐이 CC를 새로 선보였다. 컴포트 쿠페를 뜻하는 CC는 원래 폭스바겐의 중형세단 파사트의 쿠페버전이다. 훌륭한 평가를 받는, 하지만 조금 밋밋한 5인승 세단인 파사트를 4인승 4도어 쿠페로 섹시하게 탈바꿈 시킨 것. 한국과 미국에선 굳이 파사트의 이미지를 가져올 이유가 없다며 그냥 CC로 부른다. 쿠페는 멋있다. 디자인 때문이다. 당연히 불리한 면도 있다. 공간이다. 파사트와 CC를 비교해보면 안다. 파사트가 펑퍼짐한 정장차림이라면 CC는 몸에 착 달라붙는 슈트에 비교할 수 있다. 느슨한, 그래서 덜 세련돼보이는 정장은 하지만 여유가 있어 몸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 몸매를 드러내는 피팅 슈트는 보기 좋지만 몸을 움직일 때에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에서도 크게 벗어난 얘기는 아니다. 몸에 착 감기는 듯한 디자인을 가진 차, 폭스바겐 CC를 탔다.

시승차는 가솔린 엔진 모델인 폭스바겐 CC 2.0 TSI. 슬림한 디자인은 매력적이다. 쿠페라인을 그리는 지붕은 뒤 로 갈수록 밑으로 쳐지며 날렵한 뒷모습을 마무리한다. 덕분에 실내 공간, 특히 뒷좌석 공간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지붕은 낮고 센터 터널은 솟아올라 좁은 공간이 더 좁아 보인다. TSI 모델은 전륜구동이지만 사륜구동인 4모션 모델에 맞춰 높은 센터터널이 뒷좌석을 좌우로 정확히 구분한다. 하지만 쿠페인 이상 뒷좌석이 좁다고 불평할 일은 아
니다. 쿠페라면 어차피 뒷좌석 공간 자체가 덤으로 생긴 셈이니. 5인승 쿠페보다는 4도어 쿠페라는 발상이 더 드라마틱하다. 쿠페는 당연히 2도어임을 부정하고 과감히 4도어를 적용했다. 크고 불편했을 2도어를 4도어로 쪼개 편리함을 도모했다. 좁은 주차장에서 문을 여는데 부담이 없다. 뒷좌석에 들어가느라 허리를 잔뜩 굽힐 필요도 없다. 그냥 문을 열고 편하게 들어가 앉으면 된다. 세단의 편리함을 포기하지않고 쿠페의 아름다움을 취한 셈이다.
이전 모델보다 간결해진 그릴, 14개의 LED가 더해진 헤드램프는 CC의 인상을 더욱 샤프하고 세련돼 보이게 한다. 리어램프 역시 LED로 마무리하고 있다.
인테리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날로그 시계. 페이톤에서 가져온 아이템이다. 아날로그 시계만큼 고급스러움을 드러내는 소재도 드물다. 한국형 3D 내비게이션과 30GB하드디스크 및 SD카드 슬롯, 싱글 CD&DVD플레이어, MP3, 블루투스 핸즈프리 및 오디오 스트리밍 등을 지원하는 RNS51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장착했다. 내비게이션 모니터에는 체증구간을 표시해주는 등 실시간 교통상황이 나타난다.

잘 만져진 가솔린 엔진 사운드는 디젤과는 또 다른 음색으로 귀를 즐겁게 한다. 디젤보다는 높은 음에 경쾌하고 가벼운 음색이다. 유럽 브랜드 특히 디젤이 강한 폭스바겐이지만 가솔린 엔진의 성능과 효율도 무시할 수는 없다. 최고출력 200 마력, 최대토크 28.6kgm의 성능은 공차중량 1,536kg인 차체를 부담없이 끌고 나간다.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는 터보가 적용돼 효율을 높이고 있다.

무겁다는 느낌이 없다. 엔진이 폭발적이고 큰 힘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생각보단 잘 달렸다. 200마력의 힘이 실제로 체감하기에는 훨씬 더 세 보인다. 가속을 계속 이어가다보면 변속이 이뤄지는 순간 앞으로 톡 치고나가는듯한 쇼크를 느낄 때가 간혹 있다. 불쾌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시프트 없이 일어나고 있음을 분명하게 표내주는 반응이었다.

시속 120km까지 가솔린 엔진 특유의 경쾌한 발놀림이 이어진다. 속도를 더 높이면 바람소리가 점차 커지며 엔진소리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바람소리가 실내를 뒤덮어버리면 재미가 없다. 바람소리와 엔진 사운드가 뒤섞여 있을 때가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좋다. 달리는 즐거움과 적당한 긴장감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다.
6단 DSG는 속도감 있는 변속, 강한 구동력, 부드럽지만 확실하고 빠른 변속으로 CC의 제한된 성능을 최대화 해주는 증폭기 같은 역할을 한다. 빠른 변속은 RPM 게이지와 배기사운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다이내믹하게 들리는 엔진 배기음 소리만으로도 DSG의 빠른 변속을 알 수 있다. 시승차는 앞바퀴 굴림이다. 코너를 급하게 들어가면 뒤가 가벼운게 느껴진다. 통통 튀는 느낌과 함께 뒤쪽 타이어의 그립도 빈약했다. 노면을 붙들지 못하고 쩔쩔매는 게 느껴진다. 적당한 속도에서의 코너링은 무리가 없다. 안정감을 잃지않고 무난하게 방향을 돌아나간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승차 트렁크에는 꽤 무거운 모래 주머니가 있었다. 시승하는 동안에는 이를 차에서 내리고 탔다.
핸들은 정확히 3.0 회전을 한다. 무난함을 지향하는 쿠페다운 설정이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조향감이다. 정확한 핸들링과 폭스바겐의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시스템에 힘입어 CC의 주행안정감은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폭스바겐의 가솔린 엔진차여서 반가웠다. 가솔린 특유의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이 새삼스럽다. 완성도 높은 조립품질과 성능은 ‘역시 폭스바겐’이었다.

신형 CC의 국내 판매가격은 2.0 TSI 모델이 4,490만원, 2.0 TDI 블루모션 모델이 4,890만원이며, 2.0 TDI 블루모션 4모션은 5,090만원(부가세 포함)으로 곧 출시될 예정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좌우 도어를 열면 제법 날카로워 보이는 예각이 보인다. 도어 프레임도 예각이고 차창 역시 안전해 보이지는 않았다. 도어를 여는 순간 보행자나 자전거, 오토바이가 그곳에 부딪힌다면 심각한 부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도어의 예각은 다음 모델 체인지에서는 꼭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 트렁크 상단 부분은 여전히 맨철판이 드러나 있다. CC가 고급차임을 자부하고 싶다면 이런 안보이는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게 아닐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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