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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세례받고 프리미엄 SUV에 도전하는 싼타페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싼타페에서 엔진소리를 듣기 힘들었다. 놀라운 반응.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다. 송도에서 신고식을 치른 3세대 싼타페를 타고 부산에서 울산을 왕복했다. 시승거리 150km, 시승모델은 디젤 2.2 4WD 풀옵션이다.

단정한 2세대 모델에 비해 조금 더 각을 세운 것 같은 인상은 헥사고날 그릴 때문이다. 육각형 그릴이 이제 눈에 익숙하다. 살짝 긴장감이 묻어나는 디자인이다. LED가 적용된 헤드램프의 모습은 리어램프와 비슷한 형태를 이룬다. 앞뒤가 비슷한 수미상관이다. 앞으로 기울어진 선 하나, 그리고 살짝 뒤로 기운 루프라인. 단순명쾌한 옆모습이 오히려 강인하다.

신형 ‘싼타페’는 길이 4,690mm, 너비 1,880mm, 높이 1,680mm의 크기를 갖췄다. 이전 모델에 비해 5mm길고, 10mm 좁고 35mm 낮아졌다. 낮아진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게 중심이 낮아져 안정감이 더 좋아지는 키 포인트여서다. 승하차하기도 좋다.

높이가 낮아지면 장애물이 많은 거친 오프로드에서 걸리적거릴 일이 많지만 요즘 이런 얘기하면 우습다. 싼타페타고 하드코어 오프로드에 올라갈 일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있어야 할 것들이 제 자리에 위치한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기보다는 실용적이라는 느낌. 계기판에는 많은 정보가 뜨고 센터페시아의 버튼도 여러 가지다. 한 눈에 정보를 파악하고 버튼을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 어지럽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시원한 차창은 창밖 풍경을 최대한 실내로 담아낸다. 룸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통한 후방 시야도 막힘이 없다. 2열 시트에 헤드레스트가 있지만 룸미러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뒷도어의 차창을 열면 도어 안으로 완전히 수납된다.

대형 선루프는 굳이 열지 않고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선루프 바깥으로 펼쳐지는 부산의 하늘은 쾌청했다.

뒷좌석은 여유가 있다. 4WD 모델이지만 센터터널이 거의 솟아있지 않아 뒷좌석 공간을 여유 있게 쓸 수 있다. 2개의 좌석으로 구성되는 3열 시트는 트렁크 바닥에 접혀 있다. 사용하지 않을 땐 접어두고 필요할 땐 간단히 세울 수 있다. 하지만 3열 시트는 성인 2명이 앉기엔 좁다.

바람이 제법 부는 화창한 봄 날씨, 시승 코스의 도로 상태도 최적이었다. 해운대를 벗어나 바로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핸들은 정확히 3회전한다. 스포츠, 노멀, 컴포트 모드가 있다. 서스펜션이 아니라 스티어링 휠에 이처럼 3개의 다른 모드를 적용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쉽게 느낄 수 없다. 미묘한 차이. 테스트 트랙이라면 제대로 시험을 해보고 싶지만 도로 상에서 다른 차들과 섞여 달리는 만큼 스티어링 성능의 차이를 제대로 느끼긴 힘들었다. 어쨌든 서스펜션이 아니라 스티어링 휠에 3가지의 다른 모드를 시도했다는 아이디어가 좋다.

에코 주행 버튼도 있다. 연료를 아끼며 주행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핸들은 컴포트, 에코주행을 택해 시속 80~100km 전후의 속도로 달리면 매우 쾌적하게 움직일 수 있다.

현대차는 싼타페를 발표하면서 조용해졌다고 자랑이 대단했다. 사실이었다. 어지간해서는 엔진 소리를 실내에서 듣기 힘들다. 저속에서 급가속을 하는 상황에서나 들을 수 있었다. 속도를 높여 고속주행을 할 때에는 바람소리가 엔진 소리를 덮어버린다. 바람소리로 느끼는 체감속도도 실제속도보다 느리다. 차가 안정감 있게 달린다는 얘기다. D모드에서 3200rpm, 엄청난 속도에서 들리는 건 바람소리뿐이다.

소리로만 본다면 세단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고 차의 흔들림, 승차감은 세단에 버금간다. 싼타페의 가장 확실한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세단 오리엔티드 SUV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시속 100km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rpm은 1800까지 떨어진다. 이 상태에서 느끼는 안정감은 최고다. 실내는 조용해서 편안하고 안정감도 최고다.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차창 밖 풍경에 취해 달리다보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속도를 높이면 바람소리 정도가 조금 커질 뿐 이 같은 느낌은 한동안 계속된다. 사륜구동의 우수한 주행안정감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2WD 모델이라면 어떨까.

차체 자세 제어 장치(VDC), 섀시 통합 제어 시스템(VSM) 등이 적용되는 만큼 안정감이 크게 차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가속페달에 킥다운 버튼은 없다. 바닥까지 아무런 저항 없이 닿는다. 확실한 가속 포인트가 없어 밋밋한 느낌이지만 최고속까지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간다.

2.2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200ps, 최대토크 44.5kg·m의 성능을 가졌다. 출력보다 토크가 대단하다. 디젤엔진 특유의 강한 토크. 하지만 실제 가속감은 그런 강한 토크를 느끼기 힘들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차체가 반응하는 속도가 더디다. 그렇다고 마냥 더딘 건 아니어서 최고속도까지 힘 있게 달려 나간다.

강한 토크가 갖는 결점은 토크 스티어다. 사륜구동이면 큰 문제가 안 되지만 싼타페는 앞바퀴굴림을 베이스로 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앞바퀴굴림에 40kg.m이 넘는 강한 토크가 걸리면 순간적으로 차가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토크 스티어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초반 가속 토크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한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단 속도를 높이면 강한 토크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연비는 2.2 4WD AT가 12.4km/L. 신연비기준을 적용해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낮아진 느낌이지만 실제 연비는 13% 개선됐다고 현대 측은 설명했다. 저압 배기가스 재순환장치(LP-EGR)를 적용하고 에코모드 등을 적용해 만들어낸 연비다. 친환경 배기규제인 유로-5 규제를 만족시킨다.

블루링크는 매력적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기능. 원격 시동, 공조 제어, 도어 개폐 등을 조작할 수 있다. 블루링크 어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실행하면 된다. IT 기술이 본격적으로 자동차와 결합하는 것. 기존 현대차가 적용하던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모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블루링크의 시대가 열린 것.

이왕 블루링크를 적용한다며 차의 대시보드 어딘가에 스마트폰을 빌트인으로 장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제한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 스마트폰이 대시보드에 있을 때 충돌안전성 기준을 맞출 수 없게 된다는 것. 이와 더불어 스마트 폰 자체가 차의 다양한 환경 변화, 이를테면 진동, 고온, 저온, 먼지 등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사실은 문제다. 장착만을 목적으로 하면 아무 문제가 아니지만 까다로운 각종 규제를 만족시키며 내구성까지 확보해야 하는 자동차 메이커의 입지는 생각보다 무척 좁다.

하지만 그래도 의지가 있다면 풀지 못할 문제는 아니다. 의지의 문제다. 현대차만의 숙제는 아니다. 모든 메이커의 숙제다. 누가 먼저 이 숙제를 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220V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이동 중에 노트북을 걱정 없이 쓸 수 있고 오토캠핑에서도 쓰임새가 크겠다. 가정용 전기장치를 차에서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주자조향보조 시스템은 운전이 서툰 이들에게 천군만마와 같은 기술이다. 좁은 공간에서 주차 가능영역을 탐지해 스티어링 휠을 자동으로 제어해 평행주차를 도와준다.

시승 행사가 진행되는 순간까지 가격은 미정인 상태다. 이건 아니다 싶다. 내부적인 고민이야 짐작 못할 바 아니지만 어찌됐건 가장 중요한 가격 정보를 뺀 채 신차 발표를 하고 언론 시승회를 진행하는 것은 소비자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덕분에 이 시승기도 앙꼬 빠진 찐빵이 되고 말았다.

“이래 갖고 가격은 얼매나 받을랑고” 시승차를 기웃거리며 살펴보던 한 중년 사내의 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익스테리어와 차의 성능 수준에 비춰 인테리어는 아쉽다. 익스테리어와 성능은 프리미엄급이라는데 동의할 수 있지만 인테리어는 그렇지 않다. 재질의 고급감도 그렇고 계기판과 각종 버튼들의 배치도 산만한 느낌이다.

가속페달의 이질감도 좀 더 손볼 필요가 있다. 강한 토크를 조절하다보니 오히려 초반 가속반응이 더디고 이 때문에 가속페달에 차체가 즉답하지 못한다. 여기서 오는 이질감이다. 좀 더 세밀한 토크 조절이 필요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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