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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답지 않은 벤츠, B200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가 2세대 B 클래스를 한국에 출시했다.

2007년 한국 시장만을 위한 ‘마이 B’라는 브랜드로 출시했던 B 클래스가 5년 만에 풀체지해 2세대 모델을 내놓은 것. B 클래스는 한국 시장에선 벤츠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이다. A 클래스는 내년에 한국 시판할 예정인 만큼 한국에선 B 클래스가 벤츠 라인업의 막내인 셈이다.

B 클래스는 세단도 미니밴도 아닌 독특한 스타일이 눈길을 사로잡는 모델. 고급스러움의 대명사인 벤츠 브랜드에서 공간활용성 등 기능성을 강조하는 모델이라 다소 이질감을 주는 모델이다. 누구나 알아주는 벤츠의 모양이 아니다. “이게 벤츠 맞아?‘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굳이 장르를 정리하자면 소형 미니밴이다. 과거 지엠대우의 ’레조‘가 같은 장르다. 한국에선 낯선 스타일이지만 유럽에선 90년대 중반 큰 인기를 얻었던 스타일이기도하다. 미니미니밴 혹은 모노볼륨카로 불렸던 스타일.

프리미엄의 대명사인 벤츠가 만들었지만 프리미엄이라기보다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한 스타일이다. 벤츠답지 않은 벤츠, 브랜드와 스타일이 상충하고 있다. 프리미엄 차종들을 앞세워 국내 수입차 시장을 평정한 독일 프리이엄 브랜드가 이제 좀 더 대중적인 모델들을 투입하며 시장확대를 노리고 있음을 B 클래스가 말해주고 있다.

B 클래스는 좀 더 길어지고 높아는 낮아져 이전 모델에 비해 안정되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 어둠 속에서 만나면 부릅뜬 눈 같은 헤드램프 때문에 공격적인 인상을 받는다. 키가 크고 차의 단면적이 넓지만 공기저항계수는 0.27cd에 불과하다. 놀랍다. 세심한 디자인과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의 성과다.

인테리어는 눈보다 손이 먼저 고급스러움을 느낀다. 대시보드와 핸들, 버튼들에 닿는 손끝의 느낌이 좋다. 벤츠가 강조하는 ‘터치 앤 필’이다. 스티어링 휠 주변은 많은 장치들이 자리했지만 단정하게 정돈됐다. 핸들에 달린 12개의 버튼들, 핸들 아래 위치한 크루즈컨트롤, 방향지시등, 변속레버 3개의 레버도 핸들 좌우로 작동하기 편하게 배치했다.

시트는 전동식이 아니다. 고급 세단이 아닌 만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슬라이딩 방식이 전동식보다 훨씬 빠르게 시트를 조절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 다만 등받이를 조절하려면 둥그런 로터리식 레버를 한참 돌려야 한다. 힘도 들고 더디다. 불편하다. 전동식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지만 한 번에 시트를 누일 수 있는 레버방식을 왜 택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행여나 시트를 누일 일이 있을 땐 속이 터질 수도 있겠다. 건전하지만 불편한 시트다.

뒷좌석은 시트포지션을 낮춰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앞바퀴굴림 방식이라 뒷좌석 공간을 여유 있게 만들었다. 앞좌석보다 낮게 배치된 뒤 시트에 앉으면 차에 푹 안기는 느낌이다. 엉덩이 위치가 낮아져 머리 위 공간은 충분한 여유를 가졌다. 키가 큰 사람이 앉아도 좁다는 느낌은 덜하겠다. 무릎 공간은 타이트하다.

486리터의 트렁크공간은 뒷좌석을 접으면 1,540리터까지 늘릴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기능성이 돋보인다. 스페어타이어는 없다. 대신 타이어 수리킷을 넣어뒀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스페어타이어 무게만큼 연비에도 도움이 된다.

트렁크에는 바닥 칸막이가 있다. 살짝 들어 올리면 칸막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바닥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이 같은 장치는 푸조 3008이 먼저 시도한 것. 벤츠 역시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디젤 엔진답지 않게 경쾌한 시동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시동이 걸린 뒤 이어지는 진동은 디젤엔진답다. 공회전할 때 진동은 제법 큰 편이어서 시트를 통해 엉덩이로 잔잔한 흔들림이 전해진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불편한 진동은 서서히 사라져 안정된 차의 움직임에 묻혀버린다.

MY B에서 가솔린 엔진만 고집했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2세대 B 클래스로 교체하면서 엔진도 디젤로 바꿨다. 디젤엔진 행렬에 뒤늦게 합류한 것이다. 136마력, 30.6kgm의 토크를 갖춘 1.8 리터 디젤 터보 직분사 엔진은 충분한 힘을 냈다. 가속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고속으로 차를 몰아붙이는데 에도 거침이 없다. 오히려 고속에서 안정감은 더 커진다. 1,600rpm부터 3,000rpm까지 고르게 터지는 토크는 중저속 구간에서 강한 파워를 느낄 수 있어 믿음직했다.

강한 힘은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에 힘입어 저속에서 고속까지 고른 힘을 보였다. 7단 듀얼 클러치는 아웃소싱한 게 아니라 벤츠가 독자개발한 변속기다. 엔진과의 궁합이 잘 맞는 이유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스티어링 휠은 반발력도 적절해 차를 컨트롤하기에 무리가 없다. 청평호수를 끼고도는 와인딩로드를 달리는데 정확한스티어링 성능이 돋보인다. 과하게 핸들링을 시도해도 하체가 무리없이 따라준다.

게임을 즐기듯 핸들에 장착된 패들시프트로 변속을 하면서 와인딩 코스를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미있다. 시프트 다운을 하면 강하게 걸리는 엔진 브레이크가, 시프트 업을 하면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어지는 편안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차가 멈추면 시동이 꺼지는 스타트 스톱 기능은 완벽하게 작동한다. 차를 멈추면 시동은 꺼지고 30cm정도 잠깐 움직였다가 곧 멈춰도 다시 시동이 꺼진다. 에어컨, 오디오, 열선시트 등을 모두 작동시켜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공회전시에 덜덜거리는 디젤엔진의 진동을 접할 일이 많지 않다. 시동이 잘 꺼지는 게 재미있다. 시동이 꺼지는 순간 실내를 엄습하는 묘한 적막함은 스타트 스톱 기능의 묘미다.

올해부터 새로 적용되는 새로운 연비기준으로 메이커가 발표한 복합연비는 15.7km/L. 판매가격은 기본모델인 B200 CDI 블루이피션시가 3,790만원, 스포츠 패키지를 더하면 4,250만원이다.

가격으로 보면 B 클래스는 폭스바겐 골프와 어느 정도 겹친다. 그렇다고 직접적인 경쟁모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소형미니밴인 B 클래스와 소형 해치백인 골프는 스타일과 차의 성격이 분명히 달라서 소구계층이 겹친다고 보기는 힘들다. SUV인 BMW X1과도 비슷한 상황이다. 비슷한 가격대에 세단이 아닌 스타일이어서 어느 정도 경쟁이 있을 수 있지만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보기는 무리다. 수입차 시장에서 이 차의 경쟁모델이라고 딱 집어낼만한 차가 없다는 점이 B 클래스의 또 다른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수입차의 폭을 확대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차라 하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소리는 기대에 못미친다. 실내로 파고드는 잡스런 소리가 제법 들린다. 엔진 소리는 크지 않지만 노면소음, 타이어 소음이 실내로 파고 든다. 소리에 민감한 이라면 추가로 방음작업을 해야할지 고민해야할 정도다.

차가 처음이기 시작할 때 토크 조절이 애매하다. 힘이 약한듯해서 가속페달을 힘을 주면 울컥할 때가 종종 있다. 가속페달의 깊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대시보드 상단에 자리한 10인치 전후의 모니터 실제크기는 7인치 정도에 불과하다. 보기엔 고급스럽지만 내비게이션도 되지 않아 실제 효용가치는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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