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문제는 내용이다. 어떻게 그 내용을 정리해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현대차가 밝힌 브랜드 전략을 살펴본 결론이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양재동 사옥에서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발표했다. 모던 프리미엄, 리브 브릴리언트, 사랑받는 브랜드 등을 키워드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하게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자리였다.

‘브랜드’라는 화두를 꺼내 들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붙들어온 화두는 ‘품질’. 이제 ‘브랜드’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됐다. 그동안 품질은 정몽구 회장의 최대 관심사였고 현대차의 최대 현안이 바로 품질이었다. 덕분에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괄목할만한 품질 향상을 이뤄냈다. 북미 시장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되고 JD파워, 컨슈머리포트, 고속도로 교통안전국 등 권위를 인정받는 평가기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차의 전성기라고해도 좋을 정도로 품질에 대한 칭찬이 이어져왔다.

품질이 정점을 찍고 있는 순간에 ‘브랜드’로 과감한 변속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품질로 차별화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 “어느 자동차나 품질과 안전은 기본”이라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결국 브랜드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 이제 품질은 됐고 브랜드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현대차는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모던 프리미엄’ ‘리브 브릴리언트’ 등의 키워드로 현대차가 지향하는 브랜드의 방향을 설명했다.

그동안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준비해온 현대차가 ‘모던 프리미엄’을 내걸고 본격적인 브랜드 경영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차의 발표는 큰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의 역사에 의미 있는 전환점 이어서다. 이제 밸류 포 머니, 즉 가격대비 가치로 평가받기보다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로 현대차의 브랜드를 끌어올리겠다는 게 현대차의 의지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현대차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우선 가격 문제. 이미 현대차는 국내에서 ‘비싼 차’로 통한다. 가격대비 가치가 높은 차가 아니라 신차가 출시할 때마가 가격이 올라가는 ‘비싼 차’ 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판다는 지적도 많다. 여기에 더해 ‘모던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명분으로 가격을 더 올릴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조원홍 전무는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역발상도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두고 볼 일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가면서 가격을 낮추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일이어서다.

현대차가 소망하는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갖는 현대차에 대한 거부감, 저항감을 해소해야 하는 문제도 크다. 현대차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은 의외로 많다.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싫어하는 이유는 많다. 현대차는 그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근거가 있고 타당한 지적에 대해 수긍하고 수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대차가 과연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지 확실한 그림이 안 보인다는 점은 문제다. 렉서스의 승차감, 볼보의 안전, BMW의 다이내믹, 벤츠의 프리미엄 등 특정 브랜드에 매치되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미지가 현대차에는 없다. 현대차가 과연 어떤 이미지를 구하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대차 관계자는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브랜드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그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덜된 것이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일단 브랜드 경영으로 방향을 제대로 잡은 만큼 시간을 두고 그 안에 어떤 콘텐츠들을 채울지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일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경영의 배후인 ‘최고 경영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가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며 브랜드 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는 ‘최고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라는 설명이다. 즉 최고경영진이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차 임직원들의 시선은 소비자에게 있지 않다. 최고 경영진에 있다. 최고 경영진은 소비자의 사랑을 원하지만, 임직원들이 원하는 건 소비자의 사랑보다 최고 경영진의 사랑이다. 최고경영진과 현대차 임직원, 소비자가 꼬리를 무는 삼각관계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강력한 오너십을 가진 현대차 최고경영진이 해결해야할 문제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을 지켜보는 이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