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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의 첫 디젤, FX30d

인피니티 FX를 처름 탔을 때의 기억이 새롭다. 도로를 질주하는 FX45는 폭풍과도 같았다. 가솔린 엔진을 얹은 SUV인 FX는 유니크한 자태를 뽐내며 하늘로 날아오를 듯 도로를 질주했다. 폭발하는 파워는 강렬한 인상으로 지금도 기자의 뇌리에 남아 있다.

FX45는 FX50으로 진화했다. 역시 가솔린 엔진인 FX35와 편대를 이뤘던 FX에 이제 3.0 디젤 엔진이 더해졌다. FX 편대의 라인업이 확장된 것이다.

디젤엔진의 투입은 단순한 확장이 아니다. 인피니티에 디젤 엔진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일이다. 인피니티는 물론 디젤을 터부시하는 일본 브랜드중에서 처음 디젤 엔진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연 일본 브랜드가 만든 디젤 엔진은 어떤 맛일까. FX30d를 탔다.

유니크한 디자인이다. 인피니티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살려낸 모습. 차종을 불문하고 인피니티의 디자인은 일관성이 있고 한 눈에 알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패밀리룩이다. 인피니티만큼 패밀리룩을 제대로 구현하는 브랜드는 찾기 힘들다. 컨셉트카 에센스에 뿌리를 둔 디자인이다. 인피니티의 디자인 수준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선과 면의 흐름, 조형의 아름다움, 전체와 부분의 비례 등이 완성도 높은 모습을 빚어내고 있다.

언 듯 사나운 인상이다. 단순하지 않은 라디에이터 그릴 형상도 공격적인 이미지인데다 그 양옆으로 배치된 치켜든 눈갖은 헤드램프 역시 도발적이다. 사납다. 측면에서 헤드램프를 포함한 앞부분을 클로즈업해서 보면 다소 과장된 만화같은 캐릭터를 보게 된다.

인테리어는 적당한 수준에서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마름모꼴 재봉선이 드러난 시트는 지루함을 덜어준다. 명품 브랜드의 의류에서도 만날 수 있는 모양이다. 짙은 그레이 색상의 실내에 갈색 무늬목 소재가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도 있지만 고급감을 살리는 재료로서 이해할만하다.

계기판의 시인성은 좋다. 검정바탕에 흰색 컬러로 선명하게 정보를 표현해 눈의 피로를 줄인다. 센터페시아는 제일 상단에 위치한 내비게이션 모니터 주변으로 많은 버튼들이 자리했다. 그 아래, 아날로그 시계를 배치했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시계는 많은 고급 자동차들이 고급스러움을 드러내는 소재로 즐겨 사용하는 소품이다.

실내에는 모두 11개의 스피커가 곳곳에 배치됐다. 인피니티가 자랑하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다.

FX30d의 숨소리는 얌전했다. 디젤엔진인데도 거칠지 않았다. 매력있는 소리가 엔진룸에서 새 나온다.

가속페달을 밟고 도로 위에 FX 30d를 올렸다. V63.0 디젤 엔진이 만들어내는 238 마력의 힘은 충분했다. 인상적인 것은 토크다. 56.1kg·m의 토크가 1,750~2,500rpm 사이에서 고르게 터진다. 중저속 영역에서 터지는 최대토크는 시내주행 상황과 같은 비교적 낮은 속도에서도 차를 힘있게 끌고 간다. 디젤 엔진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속도를 올리면 디젤 엔진 사운드가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분명 가솔린 엔진의 소리는 아닌데 그렇다고 기존 디젤 엔진의 소리와도 사뭇 다른 독특한 음색이다. 남자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여성의 음색을 카운터테너라고 한다면 인피니티 FX30d의 엔진 사운드는 그 반대다. 여자의 목소리에서 들리는 남자같은 굵음 음색이다. 묘한 매력이 있다.

7단 자동변속기는 쭉쭉 뻗어나가는 가속력을 효율적으로 끊어 빠르게 시프트업을 이어간다. 변속타이밍도 좋고 쇼크도 느끼기 힘들다. 수동 모드로 세팅하고 변속레버를 조작하는 손맛도 괜찮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변속레버가 마음에 든다.

마그네슘 패들 시프트로 변속을 해도 좋다. 오른쪽은 시프트 업, 왼쪽은 다운이다. 핸들과 패들시프트는 분리돼 있어 핸들이 많이 돌아가는 심한 코너에선 패들 시프트를 작동하기 어렵다.

시속 16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주행에서도 불안하지 않은 건 차체가 그만큼 안정됐기 때문이다. 흔들림 없이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고속에서도 운전자가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 바람소리 엔진소리도 속도에 비례하면서 커지기는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고속주행 안정감의 비밀은 사륜구동 시스템에 있다. 전자제어되는 풀타임 사륜구동이 차체를 고속에서도 덜 흔들리게 해주는 덕이다. 코너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본다. 코너에서의 한계 속도가 높은 사륜구동시스템에 힘입어 지상고가 높은 SUV임에도 마치 세단처럼 코너를 돌아나간다. 지능형 4륜구동 시스템이다.

인피니티를 탈 때마다 솟구치는 장난기를 추체하기 힘들다. 바로 차의 표면에 흠집을 내보고 싶은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차의 표면에 생기는 스크레치는 그냥 놔두면 스스로 복원된다는

‘스크래치 자동 복원 기술’을 확인해보고 싶지만 매번 생각으로만 그친다.

인피니티가 처음 선보이는 디젤 엔진이다. 연비를 제외하고 성능은 기대이상이다. 판매가격 7,970만원. 프리미엄 SUV임을 자처하는 인피니티의 자존심을 말해주는 가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연비는 개선이 필요하다. 개선되기 이전의 연비표시방식으로 10.2km/L다. 4등급이다. 의외다. 효율이 좋다는 디젤엔진인데 이 정도 연비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까 걱정이다. 사륜구동시스템, 2,165kg에 이르는 무게 등이 연료 소비를 늘리는 원인으로 보인다.

핸들에 부착된 오디오 조절 버튼이 돌출돼 있어 핸들을 완전히 감으며 돌릴 때 자꾸 손에 걸린다. 그러다보니 핸들을 돌리다가 라디오 채널이 원치않게 변경되는 경우가 생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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