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은 BMW의 본거지다. BMW의 본사, 공장, 박물관, 복합 문화공간인 벨트(WELT)가 모두 뮌헨에 모여 있다.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은 1972년 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올림픽 공원 바로 옆.

4기통 엔진을 형상화한 BMW 본사 건물은 뮌헨을 상징하는 건물이기도 하다. 2007년 10월, 본사 건물 옆으로 또 하나의 기념비적 건물이 세워졌다. BMW 벨트(welt). 벨트는 영어 ‘월드’를 뜻하는 독일어다. 그러니까 ‘BMW 월드’인 셈이다.

BMW의 신차 인도 장소를 복합 문화 전시 공간을 겸한 건물로 만든 것이다. 그 옆으로 박물관까지 배치해 BMW의 역사와 문화, 전시, 공연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 2007년 10월 2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고 뮌헨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곳이다. 뮌헨을 찾은 사람들이 휘오리 바람에 빨려들 듯 찾아가는 곳이다.

회오리 바람을 형상화한 BMW 벨트는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중력이 사라져 버린 듯한 훤한 공간과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모티브로 만든 인테리어는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힘든 BMW 벨트만의 탁 트인 시원함을 선사한다. 1만6,000평방미터 넓이의 지붕을 얇은 11개의 기둥이 지탱하고 있는 부분은 건축학도들이라면 유심히 챙겨볼만한 부분이다. 그 안에 담긴 자동차 문화, 전시 등을 제외하고서도 BMW벨트는 건축물 그 차체로도 많은 주목을 받는다. 자동차 메이커지만 예술과 문화 분야에도 혜안을 가진 BMW니까 가능한 건물이라는 평을 받을만 하다.

BMW 벨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출고장. 많은 고객들이 이곳을 찾아와 주문한 차를 인도받는다. 출고할 차는 30분 전에 이곳에 도착해 출고전 검사를 받는다. 부러운 건 연료를 가득 채워 출고한다는 것. 이 때문에 출고 대기중인 공간은 폭발위험을 막기 위해 산소량을 크게 줄인다. 출고대기 공간의 산소량은 해발 4000m 고도의 산소량을 유지한다.

소비자에게 건네지는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고객이 윗층 사무실에서 모든 서류 절차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 조명이 켜진다. 그 조명 아래에는 곧 인도될 차가 회전무대에 올려져있다. 다른 차들은 모두 조명 바깥으로 사라지고 ‘내차’만 눈에 보인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면 고객은 흥분할 수밖에 없다.

출고장의 램프와 출입구는 무척 넓다. 감동과 흥분 상태의 고객이 출고하자마자 사고를 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차를 받는 외국 고객들은 여행을 겸해 이 곳을 찾는다. 차를 받기 전후로 BMW 벨트와 공장 투어를 한 뒤 유럽 여행을 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차를 사서 인도 받는 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축제인 셈이다. 유럽과 미국 등지의 구매자들이 이곳에서 차를 출고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출고장이지만 이와 상관없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손자들을 앞세우고,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BMW 벨트를 가득 메운다. 또한 관광버스를 타고 이 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는 곳이다.

로비에는 BMW의 신기술들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며 학습할 수 있다. 차의 구조와 기능, BMW 기술의 특징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보재처럼 만들어놓았다.

어려서부터 자동차를 가까이 보고 느끼고 만지게 해주는 이런 장소들이 독일 자동차 산업과 문화의 저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한 전시공간이 아니다. 매일 매일 색다른 이벤트도 열린다. 기자가 찾은 날에는 박물관에 세워져 있음직한 BMW 이세타를 BMW 벨트 로비에서 직접 태워주는 이벤트와 모터사이클 묘기를 보여주는 이벤트가 실내에서 열리고 있었다.

이세타는 BMW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모델이다. 1950년대 초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회사가 개발하던 차를 BMW가 인수해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만들었다. 245cc 모터사이클용 4행정 1기통 엔진은 12마력의 힘을 낸다. 최고속도는 85km/h.

1기통의 엔진 소리는 경쾌한 사운드를 내뿜으며 실내를 여기 저기 누비고 다녔다. 가솔린 냄새가 감돌았지만 누구 하나 인상찌푸리는 이는 없었다.

차를 받아가는 고객들에게는 최고의 감동을 전해주고, 어린 세대에는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공간이었다. 또한 은퇴한 노인들도 자신들이 이뤄놓은 일들을 잔잔히 돌아보며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기도 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세대를 아우르며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BMW의 복합문화공간 벨트는 BMW가 왜 최고의 자동차로 전세계에서 인정받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한국에도 이런 공간이 이제는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했다.

뮌헨=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