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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이세타와의 짧고 진한 만남

유럽 출장길 막바지의 어느 날 오후, 축 처진 몸을 이끌고 BWW 벨트에 들어섰다. 박물관과 인접해 있고 공연 전시는 물론 차량출고 사무소 역할까지 하는, 말 그대로 BMW의 복합 문화공간이다. WELT는 독일어다. 영어로는 WORLD에 해당한다.

1층 로비를 둘러볼 때 이세타는 그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정해진 곳에 정해진 차들이 ‘정물’로 자리잡은 곳. 이세타는 그중 하나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전시품’ 이세타였다.그렇게 이세타를 스치듯 보고 잠시 피곤한 몸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른함을 가르는 상쾌한 경적소리가 벨트를 울렸다. 전조등을 켜고 작은 몸을 움직이며 이세타가 로비에서 깜짝쇼를 벌이기 시작한 것. 지루하고 나른한 공간에 갑자기 활기가 돌았다. 아이들이 뛰기 시작하고 카메라 플레시들이 터졌다. 환호소리가 터지고 박수치는 이들도 있다.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활짝 웃는다.

문이 앞쪽에 달려있는 작은 2인승 차는 그냥 박물관에 서 있는 정물이 아니었다. 아직도 숨을 쉬며 달리는 ‘살아있는 자동차’였다. 마치 그림 속의 모나리자가 걸어나와 관람객과 데이트를 즐기듯, 이세타는 그렇게 ‘전시물’에서 ‘자동차’로 깜짝 변신을 하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 2인승이라고는 하지만 시트구분이 없어 아이까지 셋이 탈 수도 있는 공간이다. 문은 앞으로 열리고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 지붕은 소프트탑으로 만들었다.

1기통의 엔진 소리는 경쾌한 사운드를 내뿜으며 실내를 여기 저기 누비고 다녔다. 가솔린 냄새가 감돌았지만 누구 하나 인상찌푸리는 이는 없었다.
이세타는 BMW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모델이다. 1950년대 초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회사가 개발하던 차를 BMW가 인수해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만들었다. 245cc 모터사이클용 4행정 1기통 엔진은 12마력의 힘을 낸다. 최고속도는 85km/h.

성인 2명이 충분히 타는 공간에 화물을 넣을 수 있는 공간도 따로 확보했다. 여기에 BMW 뱃지가 더해져 품질과 신뢰성을 더했다. 1955년부터 양산을 시작해 62년까지 16만대 이상 생산됐다.

장난꾸러기 꼬마처럼 사람들을 태우고 실내를 신나게 누비던 이세타는 정해진 시간이 됐는지 다시 정해진 자리로 돌아가 세워졌다. 다시 박물관 전시차가 된 것이다.

그동안 만났던 자동차중 가장 짧게 타본 차지만 여행지에서 있었던 아련한 추억처럼,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인상적인 만남이었다. 이세타는 다시 박물관의 정물이 되었다. 조금 전의 일이 꿈인듯 아스라해진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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