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안정된 엔진 돋보이는 쉐보레 캡티바 2.0 디젤

한국지엠이 리얼 SUV를 표방하며 쉐보레 캡티바 2.0 디젤 모델을 새로 내놨다. 폭풍처럼 새 모델들을 연이어 출시하던 지난해 4월에 캡티바 2.2, 2.4 가솔린 모델에 이어 지난해 12월 2.0 디젤을 새로 선보였다.이로써 2.0, 2.2 디젤, 그리고 2.4 가솔린으로 이어지는 쉐보레의 SUV 라인업이 완성됐다. 모델 수가 많아지면서 좀 더 폭 넓게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게 됐다.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서 고르는 재미, 선택의 고민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영하 15도를 기록한 한 겨울의 칼바람을 뚫고 쉐보레 캡티바 2.0 LT 디젤을 시승했다.

2.0 디젤 엔진은 터보차저와 6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을 맞췄다. 163마력, 40.8kgm의 토크를 가졌다.

디자인 변화는 없다. 그대로의 모습에 심장만 바꿔 달았다. 단정하면서도 당당한 앞모습은 잘 정돈된 모습이다. 사이드 미러는 앞 도어 끝, A 필러 안쪽으로 토끼 귀처럼 쫑긋 올라왔다. 단정한 옆모습은 SUV의 전형이다. 2.2 모델에 적용됐던 사이드 스탭은 2.0 모델에선 생략됐다. 있으면 편리하지만 없어도 불편하진 않다. 오프로드에선 때로 사이드 스텝이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 과장된 모습이나 화려한 디자인 대신 단정하고 심플한 모습이다. 듀얼 매시 타입 그릴 가운데 쉐보레 나비넥타이를 단 앞모습에서 당당한 모습을 표현했고 다른 부분에서는 튀지 않는 무난한 모습으로 친근함을 전한다.뒷 범퍼 아래도 두 개의 배기구가 보인다. 듀얼 머플러를 적용해 나름대로 고성능 이미지를 전하고 있다.

7인승 시트는 3열이 조금 좁을 뿐 1, 2열 공간이 여유가 있다. 2열 바닥 역시 평평해 공간 활용성이 좋다.운전석에 앉으면 옆 창이 어깨 아래로 내려온다. 그만큼 앞 뒤 양옆으로 시야가 탁 트였다. 강추위가 몰아치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막힘없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넓은 선루프도 장착됐다.

인테리어 재질은 중급 정도. 최고급 프리미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 차의 포지셔닝에 비춰보면 적정한 수준이다. 가죽 핸들은 직경이 조금 크다는 느낌이다. 대신 핸들 회전수는 약 2.8 회전으로 조금 타이트한 수준. 핸들을 크게 했으면 회전수도 3회전 혹은 그 이상으로 여유 있게 세팅하는 게 어울리지 않을까생각해본다. 정지 상태에서 핸들을 돌리면 조금 무겁다는 느낌이 든다.

수납공간은 충분하다. 콘솔박스는 좌우로 분리돼 있어 물건을 정돈해놓기 좋다. 센터 콘솔에는 DSRL 카메라 한 대가 쏙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 마련됐고 컵홀더 아래쪽에도 숨겨진 수납공간이 있다. 센터 페시아 상단에, 지붕 실내등 근처에도 작은 소품이나 선글라스를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자질구래한 물건들을 눈에 뜨이지 않게 잘 넣어둘 수 있는 공간들이 여기 저기에 있어 정리정돈하기에 좋겠다.

시동을 걸고 도로 위로 나섰다. 엔진 반응은 매우 안정됐다. 2.2 디젤 엔진을 시승할 때 느꼈던 약간의 잔진동조차 사라졌다. 그 사이 품질이 많이 안정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회전 상태에서는 디젤 엔진 소리가 그대로 드러나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디젤 엔진은 무척 순해지고 얌전한 반응을 보인다. 조용하고 진동도 느끼기 힘들 정도다. 분명한 건 공회전 때보다 차가 움직일 때 엔진이 부드럽고 매끄럽다는 사실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 소리가 살아난다. 3,500rpm 부근에서의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든다.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엔진 사운드는 이 속도 영역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물론 그 이상에서도 박력이 살아나는 느낌이 있지만 소리와 함께 속도가 빨라지면서 엔진 사운드를 즐기기보다 차를 컨트롤하는데 더 신경 써야 한다. 긴장감이 생기는 것.

잡소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정도다. 고속도로, 국도 구간에서 모두 실내는 조용했다. 바닥에 떨어진 볼펜 구르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릴 정도.차체는 안정된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움직였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차의 흔들림도 인상적이다. 충격을 받고 난 뒤 잔진동이 오래 가지 않았다. 충격을 바로 흡수하고 깨끗하게 마무리한다.

6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다. 한국지엠 자동변속기의 특징은 수동변속 모드에서 강제변속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수동 모드 1단에서 가속을 하면 시속 42km에 이르면 더이상 가속이 안 된다. 변속도 일어나지 않는다. 운전자가 직접 시프트레버를 조작해 2단으로 변속을 해줘야 변속과 가속이 일어난다. 운전자의 뜻을 존종한다는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이 방식을 좋아한다. 때로 높은 rpm을 유지하며 운전해야 할 때가 있는데 강제변속이 일어나며 rpm이 낮아져버리면 아쉽게 입맛만 다셔야 한다. 적어도 한국지엠의 변속기는 그런 일이 없다. 주인에게 순종한다.

연비는 14.1km/L. 유로 5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며 저공해차 인증도 받았다. 덕분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받고 공영주차장에서도 할인 받을 수 있어 좋다.

쉐보레의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은 안전성이다.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쉐보레 각 모델들에 대한 충돌안전성 결과가 쏟아졌다. 모두 별 5개, 최고수준의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내용이다. 쉐보레라면 모델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는 결과들이다.캡티바 역시 마찬가지. 최근 유로 NCAP(유럽 신차안전테스트)에서 별 5개로 평가됐다.

안전장비도 충실했다. 캡티바 2.0 디젤 모델에는 모두 6개의 에어백이 기본 적용됐다. 운전석과 동반석,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총 6개의 에어백이 든든하게 실내를 보호한다. 2열은 물론 3열까지 3점식 안전띠를 사용한 점도 돋보인다.성능도 성능이지만 차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쉐보레 라인업에 주목할 만 하다.

캡티바 2.0 디젤에는 최첨단 전자식 주행안정 제어장치(ESC: Electronic Stability Control system)가 기본 장착됐다. 셀프 레벨라이저도 기본이다. 사람이 많이 타거나 짐을 실어도 뒤가 처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장치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에코 드라이빙 버튼도 눈에 띄는 장치들이다.2.0 디젤의 판매가격은 LS가 2,680만원, LT가 2,826만원. 경쟁모델로 꼽히는 싼타페의 2.0 디젤 모델의 경우 2,705만원부터 3,343만원까지다. 캡티바가 훨씬 저렴하다.
쉐보레 캡티바 2.0 디젤은 캡티바의 라인업에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더욱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에 최고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해 소비자들의 눈 높이에 한결 가까운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차가 갖고 있는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새 모델 추가를 계기로 쉐보레 캡티바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리얼 SUV를 표방하는 모델임에도 사륜구동모델은 없다. 캡티바 2.0 디젤 전 모델이 2WD 모델로만 구성됐다. 4WD를 원하면 2.2 디젤 모델에서 선택해야 한다. 2.0 모델에도 4WD 기능이 적용된 모델이 있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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