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5는 SUV다. 아니다. SAV다. Sports Activity Vehicle의 머릿글자. BMW는 남들 다 쓰는 SUV라는 말을 굳이 외면하고 SAV라는 말을 만들어 사용한다. 의도적으로 튀려는 것이거나 평범함을 거부하려는 노력, 혹은BMW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일터.그래도 X5는 SUV다. SUV라는 말은 이미 업계가 표준으로 사용하는 말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SAV 대신 SUV라고 분류한다.

처음 데뷔할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X 시리즈의 이름은 참 잘 지었다. X라는 말에서 사륜구동의 의미를 읽을 수 있어서다. X라는 글자가 네 개의 바퀴가 달리는 차축을 연상시킨다. 풀사이즈 SUV X5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주차장에서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 디젤이구나” 알 수 있었다. 굵고 낮은, 하지만 확실한 엔진 소리가 알려준 사실이다. 디젤인지 가솔린인지 헛갈릴 정도로 조용한 디젤차가 있고, 솔직하게 ‘나는 디젤차’라고 고백하는 디젤차가 있다. X5는 후자다. 디젤 엔진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엔진 소리에 관대한 독일차의 특성이다. 다만 소음이 아닌 사운드로 튜닝해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낸다. 선과 면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과한 느낌은 없고 절제되면서도 개성을 살렸다. 큼직한 사이드 미러가 뒤를 넓게 비춘다. 스티어링 휠은 조금 무겁다.묵직한 핸들이 차의 덩치를 느끼게 해준다. 변속기를 후진으로 하면 모니터에 뒤가 보인다. 깨끗한 화면이어서 좋다.

손을 자연스럽게 갖다 대면 손 안에 감기듯 들어오는 변속레버 느낌이 좋다. 게임기의 조이스틱 같은 변속레버는 참신하다. 팁트로닉 방식의 변속기다. BMW는 여기에 또 하나의 변칙을 심었다. 레버를 뒤로 당기면서 시프트업을 하는 것. 일반적으로 다른 대부분의 차들은 뒤로 당기면서 시프트 다운, 앞으로 밀면서 시프트 업을 한다. BMW는 그 반대다. 다른 차에 익숙했던 이들에겐 당황스러운 방식일지 모른다. 시프트 업한다고 무심코 레버를 위로 밀었다가 갑자기 커지는 엔진 소리에 놀랄 수 있다.

포장도로에서 차의 안정감은 탁월했다. 네바퀴굴림의 장점이다. 코너에서의 한계속도도 높다. 차가 높아서 불안함이 클 수 있지만 네바퀴굴림의 안정감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차 바닥에 부치면 금방 시속 160km를 넘는다. 이를 넘기고 시속 200km를 넘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거구의 가속력은 만만치 않았다. 저속에서 엑셀 반응은 긴장감이 덜하지만 탄력이 붙으면 쏜살같이 달린다. SUV 시승에 오프로드는 필수코스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8,000만원을 호가하는 차를 험한 길에 올려놓을 수 있는 강심장이 있을까. 상태좋은 비포장도로 정도면 모를까, 돌이 삐죽 튀어나오고, 개울을 건너야 하고, 나뭇가지들이 차 표면을 긁어대는 제대로된 하드코어 오프로드에는 안 올라가는 게 맞다. 기분 한 번 내고 수백만원 수리비를 감당하는 건 맞지 않다. 수백만원짜리 중고 SUV를 사서 그 차로 오프로드에 오르는 게 맞다.

물론 X5는 오프로드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보이도록 만들어 졌다. 그 성능을 제대로 느끼려면 차에 어느 정도의 손상을 각오해야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이다. 오디오와 공조장치, 내비게이션 등을 조작하는 조그셔틀은 편하다.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한글로 표시된다. 독일 본사에서부터 장착해 바다 건너온 내비게이션이다. 이른바 K 내비. 내비게이션을 볼 때 독도가 제대로 표시됐는지를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K 내비에는 보란듯이 독도가 나타난다. 내 땅 잘 있음을 확인한 것 처럼 흐믓한 미소가 번진다. 렉서스의 내비게이션에서는 독도를 찾을 수 없다.

X5에는 스페어타이어가 없다. 런플렛 타이어를 썼기 때문이다. 펑크가 나도 달릴 수 있는 타이어다. 스페어타이어가 필요없다. 하지만 런플랫 타이어는 그 자체가 무겁고, 펑크가 나면 일정 구간을 달릴 후 교체해야 한다. 수리해서 쓸 수 없다. 당연히 런플랫 타이어는 더 비싸다.

차체는 경량화 했다고 하지만 공차중량이 2.2톤에 달한다. 상당한 거구다. 3.0리터의 직렬6기통 신형 디젤엔진은 세로로 배치됐다. 최고출력은 235마력, 최대토크 53.0kg.m이다. 8.3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안전 최고속도 210km이다. 판매 가격 8,890만원.

오종훈의單刀直入

상당한 거구다. 그럼에도 연비가 10.5km/ℓ 라는 사실이 놀랍다. 디젤 엔진 소리는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생각이다. 후진할 때 뒤를 비추던 화면은 변속기를 D로 해도 금방 바뀌지 않고 몇 초간 뒤를 비춘다. 오프로드를 마음껏 달리기에 8,890만원은 너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