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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없고 수리비만 따지는 보험개발원

보험개발원은 안전보다 수리비가 더 중요한 것인가.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는 12월 1일자로 보도자료를 내고 국산차와 수입차 6개 차량에 대해 15km/h의 전·후면 저속충돌시험을 한 결과, 수입차 3개 차종의 전·후면 평균 수리비는 1456만원으로 국산 3차종의 275만원보다 5.3배 높았다고 밝혔다.

보험개발원의 이같은 최근 발표는 문제가 크다. 충돌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면서 안전에 대한 언급은 없고 수리비만 따지고 있어서다. 수리비가 저렴한 차가 ‘좋은 차’ 혹은 ‘안전한 차’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충돌테스트는 안전을 위한 실험’이라는 인식이 이같은 오해를 일으키게 만든다.

하지만 아니다. 보험개발원의 이번 충돌테스트는 자동차의 수리비에 초점을 맞춘 실험이다. 안전을 검증하는 테스트가 아니다. 충돌사고가 났을 때 비용 지출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를 계측하고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의 자료에 충돌테스트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인 ‘안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이유다.

보험개발원의 충돌테스트는 그 결과에 따라 소비자들이 차 수리비가 저렴한 차를 많이 구입하면 보험 수리비가 적게 지출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보험 수리비가 적게 지출되면 소비자도 어느 정도 이익이지만 보험회사들이 큰 이익을 보게 된다. 보험회사의 이익을 담보하기 위한 테스트인 것이다. 이번 충돌테스트를 진행한 보험개발원은 보험회사들이 공동출자해서 만든 기관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보험개발원의 이번 충돌테스트 결과를 좀 더 현명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리비가 조금 더 들어도 안전한 차를 선택하는 게 현명한 태도다. 보험료 몇푼 아끼는 것 보다는 약간의 비용이 더 지출되더라도 ‘안전한 차’를 선택하는 게 맞다는 것. 결국 보험개발원의 이번 연구결과는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신경 쓰지않아도 된다. 무시해도 된다는 말이다.

안전과 관련한 충돌테스트 결과는 국토해양부 자동차정보전산망(https://www.car.go.kr)을 찾으면 된다. 이 곳에서는 신차안전도평가 코너에서 주요차종에 대한 충돌테스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해마다 실시하는 충돌테스트 결과를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를 참고하면 안전한 차를 고르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리비가 비싸다고 안전한 차는 아니다. 수리비가 싸다고 덜 안전한 차라고 할 수도 없다. 수리비가 적게들면서 안전한 차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라세티 프리미어 같은 경우가 그렇다. 이 차는 국토부가 2009년 시행한 충돌테스트에서 모든 부분에서 별 다섯을 받았고 보험개발원 테스트에서는 경쟁 차종들에 비해 절반 이하의 수리비가 드는 것으로 나왔다.

보험개발원은 이왕 충돌테스트를 하는 거라면 안전에 관한 데이터도 함께 발표해야 한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는 그렇게 한다. 해마다 부문별 최고 안전한 차를 선정해 시상도 한다. 2009년 기아차 쏘울이 그 상을 받았다.

그렇게 하면 안전하면서도 수리비가 싼 차를 택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일까. 사람들이 안전한 차를 택하다보면 자신들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보험업계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의 안전’보다 ‘내가 지불해야할 수리비’인 것 같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는 이미지 사진입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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