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틈새차종을 확대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연초 비대칭을 강조하는 틈새차종 벨로스터를 선보였던 현대자동차는 중형 왜건 i40을 지난 9월 시장에 내보낸데 이어 10월에는 해치백 i30 모델 체인지를 단행했다. 기아차는 경형 박스카 ‘레이’를 11월말 출시한다. 이틀 차종들은 세단과 SUV 중심의 기존 라인업에서 한 발짝 벗어난 틈새차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특히 i40과 레이는 왜건과 박스카라는 전에 없던 생소한 스타일로 두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틈새 차종들이 현대기아차의 라인업에 더해지면서 두 회사의 상품구성 역시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졌다는 평가다.

소중대형으로 이어지는 세단과 SUV 라인업이 기본이라면 세단을 베이스로 만드는 파생차종이나 아예 전혀 다른 차로 개발된 틈새차종들은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주는 새 주인공들이다. 메이커의 철학과 기술을 담은 틈새 차종들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현대기아차가 틈새 차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 라인업을 충실하게 갖춘 만큼 디자인 능력과 앞선 기술력을 적용한 틈새 차종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개선해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틈새 차종들로 분명한 브랜드 컬러를 창조해 현대기아차의 가치를 한 단계 더 올리겠다는 의지다.

세단과 SUV만으로 구성되는 단조로운 라인업 틈틈이 눈길을 잡아끄는 색다른 모델들이 바로 이들 틈새 차종들이다. 세단과 SUV 등 주력 차종들이 전체 판매를 책임지고 이끌어간다면 강한 개성을 뽐내는 틈새차종들은 나름대로의 마니아층을 거느리며 브랜드 이미지를 이끌어가는 소임을 맡는다. 현대차의 벨로스터와 i40을 꼽을 수 있고 기아차에선 쏘울과 곧 출시할 레이가 있다. 쿠페와 해치백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제네시스 쿠페, i30, 프라이드 해치백, 포르테 쿱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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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i40은 다분히 시험적인 모델이다. 자동차 메이커에게 왜건은 터부였다. 적어도 한국 시장에선 그랬다. 왜건모델로 출시해서 성공한 모델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라고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래도 i40을 왜건 스타일로 내놨다. 현대차는 왜건이라는 선입견을 피하기 위해 ‘유러피언 프리미엄 중형’으로 i40을 소개하고 있다. 그 말 안에 i40의 성격이 그대로 담겨 있다. 유럽 시장을 겨냥했고, 프리미엄을 지향했다는 것.

한국 시장만을 고려했다면 i40은 나올 수 없는 모델이다. i40은 i30과 마찬가지로 유럽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다. 소형에서 해치백, 중형에서 왜건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 실제로 유럽 시장에서는 왜건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왜건을 오히려 좋아한다. 형식보다 내용, 실용성을 더 중요하게 보는 그들의 사고방식에는 왜건이 제격인 셈. 한국 시장 역시 예전과 다르게 합리적인 성향의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어 i40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i40에 가솔린 엔진과 더불어 친환경 디젤 엔진이 적용된 것도 유럽 취향을 고려한 포석. 미국, 일본과 달리 유럽 시장에선 디젤 엔진이 잘 팔린다. 효율과 연비가 우수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지 않아 친환경 엔진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i40에는 1.7 디젤 엔진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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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델 체인지를 거친 i30 역시 현대차의 대표적인 틈새 차종이다. 해치백 준중형 모델로 일찌감치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의 야심작이다. i40와 더불어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략 차종으로 밀리언셀러인 폭스바겐 골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델이다.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i30를 꼼꼼히 살펴보는 장면은 이미 유명해졌다. i30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유럽 최대 메이커를 긴장 시키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가졌다는 것을 폭스바겐 회장이 직접 보여준 셈. i30은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짧고 간결한 프로파일과 해치백의 경쾌한 주행성능, 그리고 6에어백을 갖춘 안전성 등이 평가를 받는 요소들. 해치백이 더 이상 비주류 차종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가 연초 발표한 벨로스터는 분류가 불가능한 ‘이상한 차’다. 지금까지의 자동차 분류법으로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2도어 쿠페도, 3도어 해치백도 아닌 그야 말로 틈새 차종인 셈. 현대차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의 철학이 반영된 첫 번째 차이자, ‘혁신적, 문화적, 감성적 가치’를 추구하는 젊고 개성적인 고객들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프리미엄 유스 랩(Premium Youth Lab)’의 첫 번째 모델로 이 차를 소개했다. 해치백, 쿠페, 세단의 모습이 다 들어가 있는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로 벨로스터는 탄생했다. 너무 앞서간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벨로스터의 키포인트는 비대칭 도어.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두 개의 도어를 배치해 좌우 비대칭으로 선보였다. 국내 최초로 시도한 조명연동 버튼시동 스마트키 시스템을 비롯해 7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의 인텔리전트 DMB 내비게이션은 10분간 운전행태를 점수화해 표시해줌으로써 연비운전을 습관화하도록 해주는 에코 가이드 기능과 차량 시동시 화면과 사운드를 출력해 감성품질을 극대화하는 웰컴 기능을 새롭게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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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대표적 틈새차종은 쏘울이다. 세단도 SUV도 아닌 이상한 차는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을 매료시켰고 급기야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에 없던 스타일로 시장에 나온 쏘울은 말 그대로 기아차의 혼, 즉 쏘울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이 차가 출시되면서 기아차의 분위기가 싹 바뀌었을 정도. 개발자들이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차다. 해치백, 왜건, SUV이 모습이 모두 담겨 있는 스타일에 넉넉한 실내 공간, 음악에 맞춰 빛을 발하는 스피커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쏘울은 기아차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쏘울은 틈새 차종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기존 기아차의 세단과 SUV 중심 라인업에 쏘울이 추가되면서 기아가 재미있고 아이디어 넘치는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전한 것. 게다가 판매에도 성공하면서 국내외에서 기아차를 대표하는 차종으로 자리잡고 있다.

곧 출시할 레이는 기아차 틈새 차종의 결정판이 될 전망이다. 박스카 스타일로 어린아이가 실내에서 서서 움직일 수 있다. 차의 기둥과도 같은 B필러를 과감히 없앤 모습도 충격이다. 여기에 뒤로 슬라이딩되는 2열 도어를 적용해 승하차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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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차 하나가 더해지는 것. 게다가 레이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1.0 리터 엔진을 사용하는 경차로 만들었다. 벌써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레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레이의 폭발력이 어느 정도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라이드 해치백, 포르테 쿱은 틈새차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통적인 세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모델들이다.

사실은 프라이드야 말고 국내 해치백 시장을 개척해낸 차종이다. 처음 출시했을 당시 ‘꽁지빠진 닭’이라는 혹평을 받았지만 결국 오랜 시간을 거치며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모델이다. 쏘나타가 중형차급의 국민차라면, 소형차에선 프라이드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포르테 쿱은 준중형 시장에서 날렵한 스타일을 자랑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모델. 스포츠카에 목말라하는 소비자들에게 쿠페 스타일의 날렵함과 만만치 않은 성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
틈새 차종이 많아지는 것은 곧 소비자들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다. 또한 그 차들이 나와 도로를 누비면서 자동차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효과도 크다.
무엇보다 메이커에게는 “우리가 이런 차도 만든다”는 걸을 보여주는 전시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디자인, 기술에 더해 자유로운 상상력이 더해지는 만큼 그 회사의 저력을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차종들은 성패에 상관없이 큰 의미를 갖는다. 많이 팔려 성공하면 성공한대로 의미가 있지만 실패해도 실패를 통해 전혀 새로운 차종을 개발하는능력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어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것. 실패가 다음 차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 판매 비중도 높지 않아 실패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바로 이런 점이 보다 과감하게 모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어쨌든 현대기아차가 전에 없이 많은 틈새 차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 회사의 저력, 경쟁력이 커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세단과 SUV 기본 라인업이 탄탄하게 구축대 있고 여기에 더해 다양한 틈새 차종으로 시장을 풍성하게 만드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전망이 밝다는 점에 많은 이들은동의하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