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가 4도어 쿠페 CLS 350 블루이피션시를 선보였다. CLS라는 생소한 모델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2003년. 8년 만에 풀모델 체인지를 거쳐 2세대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변한 모습이지만 당당한 앞모습과 뒷모습 날씬하게 빠진 섹시한 자태는 여전하다.
4인승 쿠페. 뒷좌석은 좁지 않다. 지붕 뒤가 낮은 쿠페지만 뒷좌석 헤드클리어런스도 충분하다. 여유 있는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공간에 관한한 아쉬울 건 없어보인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조용한 세단의 숨소리가 아니다. 힘이 바탕에 깔린 박력 있는 엔진 사운드가 전해온다. 첫 귀에 반할만한 소리. 매력적인 이 사운드는 속도를 높일수록 실체를 드러낸다. 적막강산을 연상케 하는 조용함은 이 차엔 어울리지 않는다. 힘 있게 치고 나갈 때 들리는 소리는 질주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매력만점이다.
속도를 올리면 바람소리가 제법 크게 들어온다. 엔진소리와 달리 바람소리는 조금 거슬린다. 타이어 마찰음, 노면 잡소리 등도 어느 정도는 들어온다. 프리미엄 세단급의 정숙함은 아니다. 정숙한 세단이 아니다. 끼가 있는 쿠페다. 어느 정도의 소리는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차다.
운전석에 앉으면 숄더 라인이 조금 높아 보인다. 이 때문에 차창 면적은 좁아 보인다. 파묻힌 느낌이다. 좁은 창으로 바깥세상을 보는 느낌은 탁 트인 시야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탁 트인 시원함 대신 차에 안긴듯한 포근함도 괜찮은 느낌이다.
서스펜션은 주행 상태에 따라 스포츠, 컴포트 모드로 바꿀 수 있다. 중저속에선 컴포트, 고속주행할 때엔 스포츠 모드가 제격이다. 그 차이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아주 약간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신경을 써야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역시 벤츠. 때로 편안하게, 때로 날렵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움직이는 느낌은 수준급이다. 특히 고속주행에서의 편안함은 경이롭다. 시속 200km를 달릴 수 있는 차는 많지만 그 속도에서 편안함, 혹은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차는 흔치 않다. 벤츠 CLS는 그런 흔치 않은 차중 하나다.
가속페달에는 킥다운 버튼이 있어서 가속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차에 전달할 수 있다. 부드럽게 페달을 밟아 내리다가 걸리는 순간, 한번 더 페달을 확실하게 밟으면 킥다운이 걸린다.
손으로 변속레버를 조작하는 즐거움을 이 차에선 맛 볼 수 없다. 변속레버가 핸들 아래에 올라와 있는 컬럼 시프트 타입이어서다. 대신 패들 시프트가 있다. 왼쪽이 다운, 오른쪽이 업 시프트다. 변속기는 자동7단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을 이어갔다. 70, 100, 150, 21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났다. 1단은 기어비 4.38로 70km/h까지 끌고 올라간다. 강한 구동력을 얻을 수 있겠지만 효율을 위해선 조금 일찍 변속해도 좋겠다. rpm은 6300부터 레드존에 접어든다.
CLS 350에는 벤츠가 자랑하는 블루 이피션시 시스템이 적용됐다. 블루 이피션시는 공기 저항의 최소화 및 엔진 동력의 절약 등을 통해 연비는 향상시키면서 배기가스 배출은 최소화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에어로다이나믹, 에코 스티어링, 경량화, 친환경 엔진, 디자인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제어하는 종합적인 개념이다. 에어로 다이내믹, 연료 펌프, 전기기계식 스티어링 기어, 지능적인 에너지 관리, 운동 에너지 회수를 통한 알터네이터 관리, 필요할 때에만 작동되는 냉매 압축기, 엔진 최적화, 최적화된 7G 트로닉 플러스 자동 변속기, 구름저항이 최적화된 타이어 등으로 블루이피션시는 완성된다.
헤드램프에는 LED 하이-퍼포먼스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이 새롭게 적용됐다. 알루미늄 도어와 초고강도 합금으로 구성된 차체는 차의 무게를 줄여 연비를 좋게 해준다. 사고 사전 예방 시스템인 프리-세이프, 주의 어시스트, 어댑티브 브레이크, 가변식 댐핑 시스템 에어매틱과 다이렉트 스티어 시스템,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 등의 안전 기술들이 적용됐다. 측면 충돌 시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상으로부터 운전자 및 동승자를 보호하는 펠비스 에어백(Pelvisbag)도 최초로 선보였다. 펠비스 에어백은 충돌 시 운전자와 조수석 동승자의 골반과 엉덩이 부분 보호를 위한 안전 장치로 측면 추돌 시 발생할 수 있는 승객의 치명적인 부상으로부터 지켜주는 장비다.
주행 안정감은 탁월하다. 도로에 밀착돼 달리는 느낌이 수준 이상이다. 어떤 속도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핸들은 2.6 회전한다. 매우 타이트한 조향비다. 다이렉트 스티어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다. 칼 같은 핸들링을 기대할 수 있는 수치다. 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차가 크게 반응하는 것. 실제 차의 반응도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속 100km에서 1600rpm에 머문다. 매우 안정된 수준이다. 엔진회전수를 높이지 않고도 시속 100km를 커버할 수 있다는 건 엔진 힘을 그만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시속 100km를 유지하며 변속을 시도했다. 6단 1900, 5단 2400, 4단 3200, 3단 4500rpm을 각각 마크한다. rpm이 매우 여유 있는 수준이다.
정지 상태에서 급출발을 시도했다. 휠스핀은 전혀 없다. EPS가 정확하게 휠을 제어하고 있는 것. 힘의 낭비를 막는 효과도 있다.
후륜구동은 코너를 돌 때 한계속도를 넘는 순간 급격하게 안정감이 무너지는 특성이 있다. 한계 속도에서 구사하는 테크닉이 드리프트다. 핸들링과 한계 속도를 느껴보기 위해 슬라럼 주행을 계속 시도했다. 뒤에서 밀고가는 후륜구동차로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시속 80-90km까지 속도를 올려도 정확하게 반응했다. 한계속도가 높다. 타이트한 핸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매우 훌륭한 조향성능이다. 코너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V6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최고출력 306마력의 여유 있는 힘을 가졌다. 최대토크는 37.7kgm. 여유 있는 순간 가속을 가능하게 해주는 토크다.
이 차의 연비 10.1km/L다. 확 당기는 수준은 아니지만 3.5 리터 엔진 배기량을 감안하면 우수한 수준이다. 저공해자동차 3종 인가를 받았다. 분류 기준이 배기가스 배출량이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자격. 하지만 10.1km/L이라는 연비가 친환경차에 어울리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차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의 문제다. 판매각겨은 1억 750만원.
유력한 경쟁자로는 아우디 A7을 꼽을 수 있다. A7 3.0 TFSI 콰트로 프레스티지 모델은 벤츠 CLS 350과 비슷한 가격, 출력 등으로 직접 부딪힌다. 독일산 4도어 쿠페 스타일이라는 점까지 두 모델은 비슷한 면이 많다. CLS는 3.5 엔진으로 A7 3.0 엔진보다 배기량이 높지만 엔진출력은 A7이 310마력으로 친 306마력보다 조금 세다. 토크 역시 A7이 44.9kgm로 37.7kgm인 CLS를 앞선다. CLS는 후륜구동, A7은 콰트로 시스템을 적용한 풀타임 사륜구동이다.
메이커 발표기준 0-100km/h 가속성능은 A7이 5.8초로 CLS 6.1초보다 조금 빠르다.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는 CLS가 6.22초로 A7 6.42초보다 조금 빨랐다. 시속 200km 도달시간은 A7이 23.05초로 23.36초인 CLS보다 조금 빨랐다. 하지만 시간 차이는 거의 없는 수준으로 두 차가 성능 면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유사함을 보이고 있다.
제동거리는 CLS가 조금 짧았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한 결과 CLS는 34.88m, A7은 36.81m의 제동거리를 보였다. 가격, 성능, 디자인 면에서 두 차는 딱 좋은 라이벌임을 알 수 있다. 승부는 결국 시장에서 갈린다. 소비자들은 과연 어느 차를 더 많이 선택할까. 굳이 승부를 가린다기보다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라이벌이자 동반자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앞 도어를 열면 예리한 각이 드러난다. 프레임이 없는 도어는 멋을 내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보행자, 이륜차 등에 위협적인 형상이 되고 말았다. 도어를 여는 순간 뒤에서 달려오는 누군가가 부딪힌다면 날카로운 도어 모서리가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도로를 함께 달리는 타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하겠다. 윈드실드에 부딪히는 바람소리도 제법 크다. 그래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라면 바람소리는 조금 더 조용한 게 어울리겠다.
시승/ 글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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