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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산업의 풀뿌리 전시회, 세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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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는 지금 자동차 열병을 앓고 있다. 일년에 한번 4일간 열리는 세마쇼 때문이다. 전시장은 물론 시내 곳곳이 세마쇼를 관계자들로 넘쳐난다.

세마쇼는 미국 자동차 산업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전시회다. 전시의 주체가 자동차 메이커 등 거대자본이 아니라 SEMA, 즉 우리로 치자면 부품조합 혹은 정비조합 정도되는 사업자들의 연합체다.

세마의 역사는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 부품 공급업자들이 SEMA라는 조직을 만든 것. 초기 SEMA는 Speed Equipment Manufacturers Association의 약자였다. 조직을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자동차 경주에 사용되는 특정 제품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가면서 회원간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려는 목적이 더해졌다. 100여개 기업으로 시작한 세마는 지금 7,094개 회원사를 거느린 거대 조직이 됐다. 지금의 SEMA는 Special Equipment Market Association의 약자다.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메이커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동맥이라면 세마는 미세혈관까지를 아우르는 핏줄이다. 중대형 규모의 부품업체는 물론 우리로 치면 잘나가는 동네 카센터 수준의 업체들까지도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그런 세마가 조직하고 진행하는 전시회는 중소사업자들이 주연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풀뿌리 전시회인 것. 정비, 튜닝, 부품, IT, 유통 등 각자 전문 분야에서 활약하는 업체들이 부스를 꾸려 전체 세마쇼가 진행된다. 물론 자동차 메이커들이 참여는 하지만 보조적인 역할에 그친다. 올해 세마에는 지엠 쉐보레와 포드가 대규모로 참여했지만 크라이슬러는 불참했다. 다른 브랜드들 역시 튜닝카, 쇼카, 스페셜 버전 위주로 전시장을 꾸몄다. 컨셉트카와 특별전시차, 양산차 등으로 화려하게 꾸미는 일반 모터쇼와는 확연히 분위기가 다르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차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작은 픽업으로 버스만큼 지상고를 높여 거대한 SUV를 만든 차들이 있는가하면 타이어를 장착하고도 아예 차를 바닥에 붙여버린 차들도 많다.

최신모델보다 구식모델이 더 많은 것도 이 전시회의 특징. 60-70년대 모델들을 튜닝한 차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운다. 전시장 밖 통로와 주차장 주변에도 업체에서 전시해 놓은 차들로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다. 1967년식 머스탱에 장착할 수 있는 최신형 가죽시트도 이곳에선 찾을 수 있다. 오래된 차를 소유하고 타는 이들이 많이 그들을 위한 애프터마켓 시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70년대 포니 조차 구경하기 힘든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자사 제품을 설명하는 전시자, 관심 있는 제품을 물어보는 바이어들로 전시장은 그 자체가 상담소다. 이벤트와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는 완성차 전시회와는 달리 업체들의 살아있는 활기를 느끼는 전시회다.

회원간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데 충실하기 위해 세마쇼에는 일반 관람객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때문에 전시회를 찾는 이들은 세 부류, 전시자, 바이어, 미디어 뿐이다. 일반 관람객은 찾아 볼 수 없다. 지난해 세마를 찾은 바이어만 5만명이라고 주최측은 전했다. 바이어 5만을 포함해 전체 참가자 수는 10만명 전후.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만난 세마쇼는 미국 자동차 산업 밑바닥의 생동감, 활기,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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