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기아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단일가격제가 예상보다 빨리 자리잡아가고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이 주던 할인/혜택을 못 받았다는 응답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만족도는 받았다는 사람보다 높다.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는 2002년부터 매년 7월에 ‘자동차 품질 및 고객만족’에 대한 대규모 기획조사를 실시해왔다. 지난해에 이어 소비자가 차량을 살 때 영업사원으로부터 받는 할인/혜택의 영향을 분석했다. 지난 1년간 새 차를 구입한 소비자 중에서 과반수(53%)가 영업사원이 제공하는 할인/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수입차가 6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쌍용 64%, 쉐보레 63%, 기아 53%, 현대 47%, 르노삼성 41%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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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 할인/혜택 수혜율 53%는 작년(61%)보다는 8%p 낮아진 수준으로 현대 기아 쉐보레 3개사가 금년에 단일가격정책(One Price Policy)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현대와 쉐보레는 올해 3월에, 기아는 5월부터 시작했다. 정책 도입 전-후의 수혜율을 비교하면 현대는 56%에서 32%로 무려 24%p가 감소했고 기아도 57%에서 35%로 22%p가 감소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이 정책을 고수해온 르노삼성(39%)을 단번에 7%p, 4%p 차이로 앞선 것으로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와 같은 시기에 단일가격정책을 시행한 쉐보레는 수혜율이 65%에서 61%로 불과 4%p 감소해 현대•기아와 달리 판매현장에서의 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단일가격정책을 시행해온 르노삼성과 아직 이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 않은 쌍용은 2011년 3월 전후에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단일가격정책 도입 회사 3사의 영업사원이 제공하는 할인/혜택의 비율은 확실히 감소했다. 그렇다면 그 할인/혜택의 규모도 변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수혜 소비자가 받은 할인/혜택의 규모에는 차이가 없었다. 할인/혜택 모두를 금액으로 환산하게 한 결과 3사 모두 평균 40만원 내외였다. 이러한 결과는 영업사원 중 일부는 회사 정책을 따랐고, 따르지 않은 일부는 정책 시행 전과 동일한 수준의 할인/혜택을 제공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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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이 제공한 할인/혜택에 대해 소비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수혜 소비자가 비수혜 소비자 보다 더 만족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할인/혜택 수혜자와 비수혜자의 영업만족률을 비교해봤다. 영업만족률은 ‘차를 산 회사의 영업사원, 영업소, 인도과정 등 영업 전반’에 대해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을 준 비율이다.

비교 결과 수혜자 중 61%가 만족했다고 답했는데 이는 비수혜자의 65%보다 4%p 낮은결과다. 이 결과는 영업사원의 할인/혜택이 오히려 영업 전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부정적 영향은 단일가격정책을 도입한 4개사 모두에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그 크기를 회사별로 보면 쉐보레가 -6%p로 가장 컸고, 다음으로는 현대 -5%p, 기아와 르노삼성이 -3%p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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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이 개인적으로 제공하는 할인/혜택은 ‘영업사원 간의 출혈경쟁’, ’고객의 불만’, ‘자동차 제조사의 이미지 하락’ 등 ‘영업사원-소비자-제조사’ 모두가 손해보는 악순환의 진원지였다. 르노삼성은 처음부터 단일가격정책을 세우고 지키기 위해 10여 년간 적지 않은 투자를 해왔고 이는 르노삼성이 서비스 부문에서 타사를 크게 앞설 수 있었던 원동력의 하나였다.

2011년 3월 이후 현대, 기아, 쉐보레 등 거의 모든 주요 메이커가 단일가격정책을 도입했다. 현대와 기아는 예상 이상의 대성공을 거둬 단기간에 르노삼성의 10년 성과를 넘어섰다.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지난 수십 년 이어온 시장 전체의 흐름을 바꿀 것이다. 이 제도가 잘 정착되면 소비자와 영업사원 모두가 winner이지만, 가장 큰 수혜자는 제조업체가 될 것이다. 수혜가 소비자와 영업사원에게도 가도록 하는 제조업체의 배려가 기대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