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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딱 맞는 옷 같은 SUV, BMW X1 20d

BMW는 X1을 ‘프리미엄 컴팩스 스포츠 액티비티 비클’로 소개한다. 다소 거창한 이 얘기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쓰면 고급소형 SUV가 된다. BMW의 인텔리전트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x드라이브 기능이 적용됐고 컴팩트카의 민첩성과 SUV의 다목적성이 결합된 BMW X 시리즈의 엔트리 모델이다. 당연히 BMW 이피션트다이내믹스 기술은 고성능과 친환경 그리고 연료 효율성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맞췄다는 게 BMW의 설명. 국내에는 X1 x드라이브 18d, 20d, 23d 등 3가지 모델이 팔린다. 모두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 이중 X1 x드라이브 20d를 시승했다.

X5나 X3보다 조금 작은 체구지만 X1은 SUV로서의 당당한 외모를 가졌다. 어쩌면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이 주는 당당함인지 모른다. 날카로운 눈매는 총명함을 담았고 측면 실루엣은 세련된 라인을 그리고 있다. L자형으로 배치된 리어램프를 중심으로 한 뒷 모습은 단아하다. 군더더기 없는 깔금한 디자인이다. 엔젤 아이 헤드램프, 강한 캐릭터 라인이 들어간 긴 본넷과 짧은 오버행, 볼륨감 있는 휠 아치 등이 디자인 특징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인테리어는 심플함 그 자체다. 3 스포크 핸들을 손에 쥐고 운전석 주변을 살펴보면 검소하다는 느낌이 든다. 심플한 계기판, 대시보드 상단의 내비게이션 모니터, 심플한 센터페시아, 변속레버, 그리고 조그셔틀 방식의 i 드라이브가 자리잡고 있다. 센터페시아 우측으로 탈착 가능한 컵홀더가 큼직하게 자리했다. 몇 차례 봐왔던 돌출된 컵홀더지만 여전히 낯설다. 뜬금없다는 생각도 든다.

밖에서 보면 SUV 지만 운전석에 앉으면 세단 느낌이다. 시트 포지션이 낮아서다. 문을 열면 시트가 엉덩이 높이 아래에 있다. 살짝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으면 된다. 출입이 편하다. 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타기에도 무리없는 높이다.

뒷좌석 공간은 좁지 않다. 편히 앉을 수 있다. 4:2:4의 비율로 구분된 뒷좌석은 각각 등받이를 조절할 수 있어 편하다.420ℓ의 트렁크 공간은 최대 1,350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시원한 파노라마 선루프는 뒷좌석 승객이 더 좋아한다.

스페어 타이어는 없다. 런플랫 타이어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공기압이 떨어지거나 펑크가 나더라도 일정거리까지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펑크에 대한 염려는 일단 없는 셈이다.

i 드라이브 컨트롤 시스템은 간단한 조작으로 원하는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다. 8.8인치 디스플레이는 1,280×480픽셀의 해상도를 자랑한다. 무척 선명하다.

CD/DVD 체인저, 6개의 스피커가 장착된 BMW 라디오 프로페셔널 시스템, Aux-in USB 인터페이스, 한글 내비게이션 등이 있고 전체 80 GB 하드 드라이브 중 12GB는 음악파일을 저장할 수 있다.

2.0리터 4기통 터보차저 디젤엔진은 6단자동변속기와 조합을 이뤄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공인 연비는 14.7km/l. 메이커가 발표한 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시간은 8.1초, 시승 과정에서 직접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한 제로백 타임은 8.85초였다. 시속 100km 까지 가속 거리는 153.65m. 안전최고속도는 213km/h.

스티어링 휠은 3.3 회전한다. 여유있는 조향비다. SUV인만큼 타이트한 핸들보다는 여유있는 조향을 택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빠르게 출발했다. 출발 순간 무의식중에 감탄사가 터진다. ‘와’. 출발부터 팽팽한 탄력이 느껴진다. 대게 초반 가속은 더디고 탄력을 받으면서 속도를 올리는 데 이 차는 처음부터 힘 있게 치고 나간다. 놀라운 수준이다. 스포츠카 수준이다.

움직이기 시작한 X1 20d는 시속 30, 70, 110, 150km에서 각각 변속이 된다. 5000rpm부터 레드존. 140km/h까지는 엔진소리가 적당히 들린다. 시속 140km에서 편안하게 순항한다. 고속에서도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SUV지만 세단에 못지않는 정숙함, 안정성을 갖췄다. 그 이상 고속에서는 엔진소리보다 바람소리가 더 크다. 190km/h를 넘어서면 엔진소리는 사라지고 바람소리만 들린다. 고속에서도 차체는 안정돼 바람소리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불안함이 없다. 풀타임 사륜구동의 감출 수 없는 특성이다. 거기에 더해 엔진 위치도 한 몫 한다. 프런트 엔진이 차축 뒤쪽으로 배치된 프런트 미드십에 가깝다. 안정감을 확보하기에 좋은 배치다. 시트 포인트도 낮아 안정감이 더 돋보인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800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낮은 rpm에서 충분한 힘을 내는 것. 6단 변속기가 엔진 파워를 효율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슬라럼 주행을 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반응한다. 조향은 정확한 편이다. 하드한 서스펜션은 장애물을 여유있게 넘는다. 과속방지턱이 부담이 없다. 잔진동은 흡수하고 큰 진동은 여진 없이 한 차례로 잡는다. 강성이 높은 섀시와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체를 단단하게 받쳐준다.

변속충격은 느끼기 힘든 수준. 특별히 신경쓰지 않으면 변속이 느껴지지 않는다. 룸미러를 통해 뒤를 보면 글래스 안테나 선이 층층이 보인다. 조금 거슬린다. 간단하게, 눈에 덜 띄게 정리할 수는 없을까. 시속 80, 100km 구간에서 알피엠 2000 전후로 달리면 엔진소리가 낮게 깔린다. 하이톤이 아니다. 디젤 특유의 낮은 사운드가 딱 좋게 들린다.

계측기를 장착해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시도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얻은 기록중 가장 좋은 제동기록은 38.86m. 제동 시간은 2.85초다.

BMW의 성능을 이야기 할 때 다이내믹 이피션트를 빼놓을 수 없다.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해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지원하면서 총체적인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다이내믹하게 달리면서도 연료효율을 좋게 한다는 게 BMW가 말하는 다이내믹 에피션트이다.

필요할 부분에 필요한 때에만 정확한 양의 에너지를 공급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차단한다는 게 다이내믹 에피션트의 원칙이다. 파워스티어링에도, 배터리에도, 에어컨도 최소한의 에너지로 오차 없이 작동한다. 이처럼 소소한 에너지를 아끼는 것은 BMW의 존재이유인 ‘다이내믹’을 살리기 위해서다. 연비를 아끼려고 살살 부드럽게 운전하는 게 아니라 힘차게 재미있게 운전하면서도 연료를 적게 쓰는 것이다. 공차중량 1,585kg인 이 차의 연비는 14.7km/L.판매가격 5,350만원. 싸다고 할 수는 없는 가격. 그래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건 아마도 BMW라면 그만한 가치를 할 거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X1은 작다. 하지만 작아서 위축되지 않았다. 야무지게 달렸고 단단하게 움직였다. 몸에 딱 맞는 옷같은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공회전 상태에서 엔진소리는 너무 시끄럽다. BMW라면, 프리미엄 SUV라면 조금은 더 조용해야 할 것 같다. 탈착식 컵홀더는 거추장스럽다. 때론 걸리적 거리기도 한다. 떼어내는 게좋겠다.

시승/ 글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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