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도, 폭우도, 산길도 이 차의 앞을 막지는 못한다. 눈이 내리면 눈을 치우고, 홍수가 나면 물길을 헤치며 작업에 나선다. 지진이 난 곳에서는 구조활동에 앞장서고, 평상시에는 도시의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청소한다. 자동차와 특수장비의 경계에서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차, 유니목을 만났다.
다임러트럭코리아가 다목적특수차량 유니목 시연회를 강원도 강릉의 해변에서 9월 23일 열었다.
유니목(UNIMOG)은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엔진을 얹은 장비’를 뜻하는 독일어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상시사륜구동 기능에 동력인출장치인 PTO(Power Take Out)를 달아 다양한 장비와 연결할 수 있는 차로, 어떤 장비를 연결하느냐에 따라 제설, 도로작업, 건설, 구조, 청소, 제초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차다. 트레일러를 이용한 운송 작업, 작업환경이 험한 산악지대에서의 산림 관리와 송전선/송전탑 보수 작업, 재해 재난 지역의 구조와 구호 작업, 극지 연구와 탐험 활동 등에도 널리 활용된다.
국내에도 500여대의 유니목이 도입돼 활약하고 있다. 대도시인 서울에서 도심청소, 터널 청소, 도로관리 등에 이용되는가하면 겨울에는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제설차로 맹활약하는 차가 바로 유니목이다.
재난상황에서도 유니목은 빛을 발한다. 2010년 겨울 영동지방의 기록적인 폭설로 모든 길이 막혔을 때 앞장서서 제설작업을 하며 길을 뚫은 차가 바로 유니목이다. 일본 대지진 당시 다임러 벤츠는 유니목을 비롯한 특수차량들을 일본에 보내 재난 구호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내는 차, 군대로 치면 특공대 같은 차가 바로 유니목이다.
U300의 경우 디젤 직분사 엔진에 터보 인터쿨러를 얹은 배기량 4,249cc 엔진을 이용한다. 최고출력은 150~177마력. 최대토크는 62.2~68.9kg.m의 힘을 낸다. 배기량에 비해 출력이 낮은 것은 작업용차인만큼 출력보다 토크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최고속도도 80~90km/h로 일반적인 자동차에 비하면 크게 낮은 편이다.
어떤 조합으로 차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판매가격은 크게 달라지지만, 기본 가격 3억원 전후로 각종 장비를 더하면 4억원을 훌쩍 넘는다. 차의 성격상 일반 소비자보다는 공공 부분에서의 수요가 많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유니목의 성능은 놀라웠다. 눈 대신 톱밥을 쌓아서 이를 치우는 제설작업 시연, 터널 청소 시연 등을 무난히 수행했다. 매우 고운 모래가 쌓여 있었지만 유니목은 별도의 추가 장비를 장착하지 않고도 무난하게 움직였다. 일반 차량 같으면 고운 모래에 바퀴가 빠져 꼼짝달싹 못할 상황이었지만 유니목은 모래에 바퀴가 걸리는 듯 하면서도 유연하게 움직이며 기동성을 유지했다. 바퀴가 모래에 빠지는 듯 하다가도 스스로 전후진을 반복해 모래밭을 빠져나오곤 했다.
급경사도 유니목을 막지는 못했다. 시연장 주변의 언덕을 유니목은 아무렇지도 않게 오르내렸다. 유니목이 가지 못할 길은 없어 보였다. 괴물같은 차였다.
강릉 청소년 해양 수련원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다임러 트럭 코리아가 유니목 판매를 시작한 이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유니목 관련 시연 및 시승회로 유니목 고객 150여명이 참석해 진행됐다. 유니목 시연 및 시승 세미나’에서는 유니목 대표 모델인 U500K, U400K, U500L, U300K 등이 전시됐으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제설 작업과 터널 청소 작업을 시연하였다.
제설 시연은 ‘눈’ 대신 ‘톱밥’으로 펼쳐져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한, 오프로드 코스를 행사장에 설치하여 참석자들이 유니목의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시승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었다.
라이너 게르트너 다임러 트럭 코리아 세일즈&마케팅 부사장은 “1973년 처음 도입됐을 당시 판매됐던 유니목 대부분이 아직까지 사용될 만큼 내구성 뛰어난 차량”이라며, “국내 시장에는 작년 폭설 이후, 유니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고객의 필요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제품인 만큼 제설뿐 아니라 다른 용도로 구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