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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차 철판 차별은 오해” 소통에 나선 현대차

“겸손하게 듣겠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현대자동차 고객서비스2팀 팀장의 말이다.

온라인상에서 적대적 여론에 시달리는 현대자동차가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 8월 30일, 온라인 기자단, 자동차 동호회 운영진, 블로거 등을 초청해 당진에 있는 현대제절과 현대하이스코, 현대차 아산연구소 등을 둘러보는 행사를 가졌다. ‘현대자동차 이해와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같은 이름으로 치르는 올해 다섯 번째 행사다. GDI 등의 신기술, 하이브리드카 등을 주제로 이미 몇 차례 비슷한 행사를 진행했고 이날은 ‘철’을 테마로 잡고 제철공장과 자동차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를 주제로 한 이 날 행사에서 현대차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수출차와 내수용차는 동일한 강판을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충돌사고시 차체가 많이 찌그러져 ‘쿠킹호일’로 불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참가자들 앞에 나서 브리핑을 하는 이들은 모두 “수출차와 내수차가 동일한 강판을 사용한다” “차이는 없다”는 것을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내수용차에는 얇고 싼 강판을 사용하고 수출차에는 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현대차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차에 적용되는 강판은 차의 설계단계에서 결정되는데 수출용과 내수용을 따로 설계하는 일은 없다는 것. 따라서 생산단계에서 수출용 내수용을 구분해서 철판을 찍어내지도 않을 뿐 아니라 구분해서 철판을 생산하는 게 생각처럼 간단한 게 아니어서 오히려 번거롭다는 설명이었다. 설계를 따로하고 두 종류의 강판을 만들고 생산라인에서 이를 구분해 적용한다는 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것.

실제로 생산라인에 쌓여있는 자동차 생산용 강판들은 아무 구분이 없이 똑 같았다. 수출용차와 내수용차가 동시에 생산되는 라인에서 같은 강판이 사용된다는 것은 결국 내수용, 수출용차이 강판이 차이가 없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미국서 팔리는 쏘나타와 국내에서 팔리는 쏘나타의 철판이 다르다고 믿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현대차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사실이 왜곡돼 전달되는 것이다. 현대차가 ‘소통’에 나선 이유다. 잘못 알려진 부분들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며 설득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선 겸손하게 듣겠다는 것.

이를 위해 고객서비스팀은 가능한 한 많은 이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동호회, 블로거, 언론, 자동차 관련학과 교수 등 온라인 상의 여론을 주도하는 이들을 초청해 공장견학을 주선하고 대화의 장도 마련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많은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도 직접 만나볼 계획이다. 유독 현대차에 대해서만 많은 불만을 제기하며 여러 사이트에 ‘도배’하는 네티즌과도 조만간 연락을 취해 만나볼 생각이라고 현대차 관계자는 말했다. 해명할 것은 적극 해명하고 타탕한 의견은 귀 기울여 듣겠다는 것이다.

회사 내부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글중 새겨 들을만한 내용들을 추려 책자로 만들어 해당 부서에 돌렸다. 글을 올린 이들에게는 원고료도 지급했다. 안팎으로 소통의 폭을 점차 넓혀 간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현대차 담당자들은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선전하며 호평을 받고 있는 현대차가 본거지인 국내에서는 엄청난 거부감, 안티 팬들에 시달리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호소한다. 한국자동차산업의 대표주자인 현대차가 안방에서는 너무 많은 비난을 받으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다.

네티즌들은 그 반대다.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 집중하느라 국내 소비자들을 홀대한다는 게 그들의 정서다. 그래서 그들은 늘 현대차를 의심하고 의문을 던진다.가격은 적정한지, 내수용에 약한 철판을 쓰는 게 아닌지, 에어백을 포함한 안전장비를 차별하는 게 아닌지, 왜 국내시장에선 보증기간이 미국보다 짧은지를 묻고 의심한다. 회사의 경영자와 노조에 대한 반감도 현대차 거부감을 부르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중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현대차를 단정적으로 비난하는 의견도 있고 타당한 근거에 기초한 따끔한 지적도 적지 않다.

현대차가 소통에 나선 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소통이 끝은 아니다.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고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지적을 일거에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변화가 없다면 소통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잘못 알려진 정보를 제대로 알리는 노력 못지않게 진정성을 갖고 현대차의 잘못을 수정하는 진지한 노력이 뒤 따라야 성공한 소통이 되는 것이다. 선전은 일방적인 정보전달이지만 소통은 상호작용이다.
폭스바겐이 독일에서, 지엠이 미국에서, 토요타가 일본에서 사랑받고 인정받는 만큼 현대차도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날이 오기를, 현대차의 소통이 그 첫 발이기를 바란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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