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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T 탑재한 ‘레알’ 벨로스터

벨로스터에 드디어 더블클러치가 올라갔다. 벨로스터 DCT 팩이다. 작은 크기에 암팡진 모습.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현대차의 야심작이 제대로된 무기를 장착했다. 연비와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더블 클러치를 얹어 더 강하고, 더 효율 좋은 차로 거듭났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유스랩이라는 별도의 장르로 분류하는 벨로스터의 최신작을 만났다.

공식 발표되기 훨씬 전부터 벨로스터는 관심거리였다. 깜짝 놀랄 만큼 제대로 된 신형차를 현대차가 만든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고 전하는 현대차 관계자의 표정은 활짝 펴 있었고, 자부심이 잔뜩 묻어 있었다. ‘더블 클러치’ 얘기도 나왔다. 현대차가 적용가능한 모든 기술은 물론 새로 개발한 더블 클러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작년 파리모터쇼에 데뷔할 거라던 벨로스터는 해를 넘겨 3월, 새 봄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화사하고 산뜻했다. 새 봄의 신록처럼 원색으로 옷을 입은 튀는 모습의 벨로스터는 그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차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정작 더블 클러치는 적용되지 않았다. 연기된 것이다. 보다 완벽한 성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드디어 더블클러치를 장착한 벨로스터가 출시됐다. 벨로스터 DCT 팩이다. 현대차가 애초에 만들고자 했던 ‘레알’ 벨로스터다.지난 7월 출시됐고한 달이 지나 시승차를 만났다. 오랜 기다림 끝의 만남이다. 그만큼 반가움은 컸다.

벨로스터 DCT의 핵심은 더블클러치다. 원래 더블 클러치는 농구 용어다. 공중에 몸이 뜬 상태에서 한 번 더 도약하는 역동적인 동작을 더블 클러치라고 한다. 운전 기술에도 더블 클러치가 있다. 수동 변속기를 변속할 때 클러치를 두 번 밟는 것이다. 변속쇼크를 줄이면서 강한 엔진 파워를 잃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오늘 얘기할 더블 클러치는말 그대로 두 개의 클러치를 적용한 변속기다.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이 클러치를 거쳐 변속기로 전달되는 데 클러치를 하나 더 적용한 것. 엔진 동력은 클러치가 물려있을 때만 전달된다. 추가로 더해진 클러치는 물려있는 클러치가 떨어질 때 바로 다음 기어를 물기위해 대기상태가 된다. 1,3,5단과 2,4,6단을 각기 다른 클러치가 담당한다. 하나의 클러치가 떨어지자마자 거의 동시에 다른 클러치가 연결되는 것. 변속 시간이 짧아진다. 변속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동력이 손실되는 것이고 그만큼 연비도 나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비와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기특한 기술이 바로 더블 클러치다. 연비를 택하면 성능이 손해고, 성능을 택하면 연비가 나빠지는 딜레마를 더블클러치는 보란 듯이 해결하는 것이다. 포르쉐가 PDK, 폭스바겐이 DSG, 아우디가 S 트로닉 등의 이름으로 더블 클러치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매력적인 기술. 이제 현대차도 더블 클러치 기술을 확보했음을 벨로스터가 보여주고 있다. 벨로스터 DCT는 그런 의미가 담긴 차다.

실제로 연비가 좋아졌다. 벨로스터 DCT의 공인연비는 16.6km/L로 수동변속기 16.3km/L보다도 좋다. 자동변속기 15.3km/L보다는 1.3km/L나 더 좋다. 더블클러치의 효율이 숫자로 보여지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배출량도 141g/km로 벨로스터 모델중 가장 우수하다.

성능 역시 좋아졌다. 벨로스터 GDI와 비교해볼 때 DCT모델의 가속감이 훨씬 부드럽고 조금 더 빨랐다. 더블클러치의 효과를 확실히 본 것.

벨로스터는 비대칭구조다. 운전석 쪽에 도어 하나, 조수석쪽에 도어 둘, 그래서 3도어다. 리어 게이트는 해치백 스타일로 열리고, 지붕선이 뒷 범퍼까지 쿠페 라인을 그리는 조금 복잡한 차다. 왼쪽에서 보면 2도어 쿠페, 오른쪽에서 보면 3도어 해치백이다. 해치백이냐, 쿠페냐, 뭐냐 따질 필요는 없다. 분명한 건 세단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대차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도 좋을 만큼 개성이 강한 디자인이다. 작지만 화려하고 특색이 있다. 끼가 넘치는 모습은 놀라운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다. 뒷모습이 과거 크라이슬러 크로스파이어를 연상케 하지만 벨로스터가 크로스파이어보다 디자인으로 못할 게 없다. 짜임새 있고완성도 높은 모습이다.

독특한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과거 라비타가 떠오르기도 한다. 현대차가 틈새 차종으로 의욕적으로 만들었지만 세단도, 해치백도, 왜건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라비타였다. 연비도 그리 좋지 않아 홀연히 라인업에서 사라져 버린 차다. 현대차는 벨로스터를 통해 라비타의 설욕을 감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다행히 소비자들의 반응은나쁘지 않다.

의욕이 넘치는 디자인임은 분명한데 과하거나 넘치지 않는다. 화려한 원색을 적용한 컬러도 부담스럽지 않다. 작은 차라서 어울리는 것이다. 헤드램프 아래, 움푹 패인 곳은 의문이다. 공기의 저항을 피하는 게 아니라 키우는 디자인이어서다. 보기엔 좋지만 공기역학적으로 보면 마이너스 요소다. 왜 그랬을까 의문이다.

타이어는 앞뒤로 바짝 붙여 오버행이 거의 없다. 보디컬러에 맞춰 알루미늄 휠에 컬러를 넣었다. 색다르고 참신한 시도다.휠베이스는 2,650mm로 길이 4,220mm인 차체를 단단히 지지한다.

실내는 아늑했다. 조금 낮은 시트 포지션은 주행안정감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구조다. 마음에 드는 건 변속 레버다. 마치 초콜릿 복근처럼 단단하면서 각진 가죽 레버가 손에 잡히는 느낌이 매우 좋다. 대형 선루프를 열면 뒤창까지 시원하게 하늘이 펼쳐진다. 선루프 구조 때문에 간간이 걸리는 칸막이가 거슬린다. 뒤창 역시 위 아래로 나뉘어 있어 룸미러를 통해 보면 토요타 프리우스처럼 가운데 경계선이 생긴다. 선루프와 뒤창을통해 보이는 하늘은 네 조각으로 나뉜다. 차라리 선루프를 포기하고 통유리로 덮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뒷좌석은 좁다. 짧은 차체 길이 때문에 무릎 공간도 좁을 뿐 아니라 뒤로 가면서 낮아지는 지붕선이 머리 윗 공간을 협소하게 만든다. 리어게이트를 열고 닫을 때 뒷좌석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매우 조심해야하겠다. 잘못하다간 리어게이트를 닫다가 뒷좌석 탑승객 머리가 다칠 수도 있어보인다.

화려한 익스테리어와 무채색의 인테리어는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차의 성격이 있는 만큼 실내에도 시각적으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있으면 더 좋겠다. 스티어링 휠은 3회전한다. 가장 무난한 조향비다. 아반떼보다 310mm, i30보다도 25mm가 짧은 차제는 다루기 쉬운 크기다. 슬라럼 주행과 코너링에서 부담 없이 차를 컨트롤할 수 있었다.

빠른 출발을 위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함께 밟는 건 의미가 없다. rpm이 1,500을 넘기지 않기 때문이다. N 상태에서 rpm을 충분히 올린 뒤 D로 변속하며 출발하는 게 빠른 출발을 하는 비결이다.

가속페달을 바닥에 붙여 가속을 시도했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을 때 마지막 순간에 걸리는 ‘킥다운 버튼’은 없다. 저항 없이 바닥까지 밟힌다. 가속을이어가면 6,500rpm까지 치솟으며 시속 50, 80, 120, 180km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가속감은 부드럽지만 확실했다. 중간 중간 변속이 이뤄질 때에도 쇼크를 느끼긴 힘들다. 시속 150km까지는 시원한 가속이 이어진다. 그 이후에도 가속은 계속 이뤄지지만 탄력은 현저히 줄어든다.배기량 1.6 리터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최고출력 140마력의 힘은 공차중량 1,235kg의 차체를 저스트 파워로 끌고간다.

핸들에 붙은 패들시프트도 손에 잘 맞는다. 자연스럽게 손가락에 걸린다. 짧게 만들어 세게 눌러도 낭창거리지 않는다. 낭창거리는 쏘나타의 패들 시프트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쏘나타 패들시프트보다 벨로스터의 페들시프트가 훨씬 좋다.

제로백 타임은 11.54초. 아반떼 1.6으로 측정한 12초대보다 빨랐다. 초반 가속은 더뎠지만 탄력을 받은 뒤에는 시원한 가속이 이어졌다. 차체가 불안하지는 않지만 무게감은 없다. 작고 가벼운 차임을 감안해야 한다. 바닥에 가라앉는 느낌은 덜하지만 차 크기에 비해 주행안정감은 매우 우수하다.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 적당히 즐거운 엔진 소리가 들린다. 1.6리터급 엔진에서 나오는 소리치고는 제법 힘 있는 엔진 소리다. 이 엔진 소리는 시속 100km부터 150km 사이에서 즐길 수 있다. 그 속도를 넘기면 점점 커진 바람소리가 엔진 소리를 덮어버린다.

확실한 제동도 마음에 든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하면 우두둑하고 관절 꺾이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춘다. 노즈 다이브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다. 수차례 급제동을 했다. 40m 전후로 대부분 멈췄다. 베스트 기록은 39.92m. 제동에 걸리는 시간은 2.85초다. 시속 100km에서 제동을 한 지 3초, 40m가 걸리지 않고 차가 완전히 멈춰서는 것이다. 칭찬할만한 제동성능이다. 비상등도 자동으로 깜빡인다. 비상 상황에서 운전자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해도 차가 알아서 비상등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벨로스터 DCT는 노면 진동도 여유 있게 흡수한다. 작은 차지만 노면 쇼크는 잘 거른다. 서스펜션이 단단하고 휠 베이스도 긴 편이어서 흔들림은 크지 않다. 차의 거동이 적절히 제어되는 느낌이다.

디자인에 대해선 가타부타 언급할 부분이 없다. 전에 없던 개성 강한 디자인. 그것 하나만으로 벨로스터는 합격이다. 라인업에 없던 전혀 새로운 차를 놀라운 상상력으로 구현해놨다. 자동차 메이커의 상상력은 선두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한필수요건이다. 벨로스터는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성능에 대해선 이 차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가 야심적으로 개발한 신차, 개성이 강한 만큼 빵빵한 성능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성 강한 디자인이라고 꼭 고성능일 필요는 없다. 1.6 엔진을 얹은 2200만 원짜리 차에서 충분히 즐길만한성능을 벨로스터 DCT는 가졌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첫 발 떼기가 어렵다. 가속페달을 밟아 움직이기 시작하면 첫 반응이 굼뜨다. 길 떠나기 싫은 듯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잠깐 동안 멈칫거린다. 그리고 나서야 첫 발을 뗀다. 트렁크는 턱이 높다. 여성이나 노약자가 트렁크에 짐을 싣기 위해선 높이 들었다 내려놓아야 한다. 힘들고 불편하다. 리어 게이트를 좀 더 깊게 팠으면 좋겠다. 뒷좌석은 리어게이트를 닫을 때 위험하다. 머리가 문에 부딪힐 수 있다.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시승/ 글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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