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차는 왜 한국에서 맥을 못추는 것일까.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왜 GM 캐딜락과 포드는 뒷걸음질 치는 걸까. 한국지엠은 올해 신차를 줄줄이 쏟아내고 수백억원을 들여 마케팅을 했으면서도 점유율 10%를 넘기지 못하고 있을까. 한국 소비자들은 왜 미국 브랜드의 차를 사지 않는 것일까.

급기야 미국 대통령이 나섰다. 미합중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한국인들이 포드 쉐보레 크라이슬러 등을 몰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배터리 생산업체를 찾은 자리에서다.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 대통령이 한국 시장을 특정해서 미국차를 사줄 것을 주문한 것이다. 격에 안 맞는 옹색한 모습이다. 안쓰럽고 민망하다.

개발도상국도 아닌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에서 팔아봐야 얼마나 팔린다고 ‘한국인이 미국차 사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물론 미국인들이 한국차를 많이 사주는 만큼 한국 소비자들도 미국차를 많이 사달라는 의미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그의 말이 언짢다. 마치 한국 시장이 미국차에 불공정하고 소비자들이 미국차를 차별한다는 의미가 읽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가.

한국 수입차 시장은 한 달에 8,000~1만대 가량 팔리는 시장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9만대를 겨우 넘겨 국산차를 포함한 전체 내수시장의 6.9%를 차지했다. 올 들어 7월까지의 실적을 보자.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6만523대다. 이중 GM 캐딜락이 459대로 0.93%, 크라이슬러가 1,897대로 3.08%, 포드가 2,180대로 4.98%의 점유율을 보인다. 미국차를 다 합쳐야 4,536대 로 점유율은 9.0% 수준. 수입차 점유율 4위 업체인 아우디의 실적(5,799대 9.26%)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크라이슬러만이 전년대비 큰 폭 성장했을 뿐 캐딜락과 포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22%나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장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모두 알고 있듯이 GM은 대우차를 인수해 쉐보레 브랜드를 한국에서 만들고 있다. 한국지엠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올 들어 7월까지 8만2,066대를 내수시장에서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가 늘었고 시장점유율은 9.5%에 이른다. 한국지엠이 목표로 천명한 두 자리 수 시장 점유율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쉐보레가 과연 한국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는가에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연초부터 올란도, 캡티바, 크루즈 5도어, 아베오 등의 신차들을 쏟아냈고 수백억 원에 이르는 마케팅비용을 쏟아부었다면 시장점유율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높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제는 미국차다. 한국시장에서 팔린 만한 차를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만들어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차들을 시승하는 입장에서 미국차들이 과거에 비해 무척 좋아졌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독일차와의 거리를 좁히지는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브랜드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또한 한국의 토종 브랜드와 견줘도 미국차들의 우월성은 찾기 힘들다. 현대기아차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의 눈은 무척 높고 까다롭다. 미국차들이 좀 더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노력도 부족하다. 한국 고객들을 설득하려는 미국 업체들의 노력은,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 업체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전시장과 AS 센터는 많지 않고 소비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 빅3중 가장 작은 규모인 크라이슬러가 그나마 한국에서 선방하고 있을 뿐 지엠코리아와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의 존재감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안 사주는 소비자들을 탓할게 아니다. 왜 안 팔리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농부가 밭을 탓해봐야 얻을 게 없다. 끊임없이 밭을 일구고 씨뿌리고 관리하면 풍성한 수확을 얻게 마련이다. 시장 탓, 소비자 탓을 하기 전에 미국 업체들 스스로 반성하고 돌아봐야 한다는 말이다.

돌아보면 늘 미국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 이런 저런 간섭 혹은 주문을 해왔다. 대표적인 게 관세다. 50%부터 시작한 수입차 관세가 지금 8%까지 떨어지고 FTA에 힘입어 향후 단계적으로 축소하게 된 데에는 미국의 압력이 주효했다. 관세 때문에 미국차 판매가 안 된다는 게 당시 논리였다.

관세가 크게 낮아졌지만 미국차 판매가 늘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관세를 내리라는 미국 압력에 이익을 본 것은 유럽과 일본 브랜드들이었다. 관세가 내리면서 수입차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왔고 그 시장의 대부분을 유럽과 일본 브랜드들이 차지해버린 것이다. 문은 미국이 열었지만 그 과실은 미국 몫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다시 미국차다. 관세가 0%가 되고 미국 대통령이 무슨 소리를 해도 스스로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차에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그게 시장이다.

한국차들이 미국에서 많이 팔리는 만큼 한국에서도 미국차들이 많이 팔리기를 바라는 마음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나서는 건 모양이 안좋다. 효과도 없다. 차를 잘 파는 방법은 대통령이 나서는 게 아니다. 팔릴만한 차를 잘 만들어서 발바닥에 땀나도록 열심히 파는 것이다. 방법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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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