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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의 운명, 벤츠 C 250

벤츠 C 클래스가 새 모습으로 다가왔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새로 선보인 콤팩트 세단 C 클래스는 2007년 출시한 4세대 C 클래스의 새 버전이다. C200 CGI 블루이피션시, C220 CDI 블루이피션시, C250 세 가지 모델과 C63 AMG가 있다. C63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의 C 클래스 모델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갖는다. CGI는 벤츠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 CDI는 커먼레일 디젤 엔진, C250은 직분사가 아닌 혼합기를 분사하는 방식의 가솔린 엔진이다. 시승차는 C250.

여전한 모습이다. 그릴 위에 당당하게 자리한 삼각별 벤츠 마크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자세히 살펴보면 변한 모습도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AMG 범퍼가 적용됐다. 이전 모델의 졸린 눈을 닮은 헤드램프는 잠을 깬 또렷한 모습으로 눈 꼬리가 살아있다. 범퍼에서 보닛을 따라 올라가는 라인도 살아있다.

리어 범퍼도 달라졌다. 뒷모습은 단정하다. LED 램프로 만든 리어컴비네이션 램프가 정위치에 기교 없이 자리했다. 범퍼 아래 좌우로 두 개의 배기구가 보인다.

인테리어는 단정 깔끔하다. 이렇다할 장식은 없지만 단정함이 주는 아우라가 만만치 않다. 그건 아마도 벤츠라는 브랜드가 주는 무형의 자산일 것이다.

계기판은 깔끔한 형태로 정돈됐다. 선명하게 보인다. 계기판을 오래 보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다. 핸들 주변은 간결하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크루즈 패들 방향지시등 하이빔 조절 레버등이 핸들 왼편 아래로 배치됐다. 핸들 우측으로는 레버가 없다. 조작하는데 전혀 불편함 없게 배치했다.

스티어링 휠은 촉감이 좋다. 손에 짝 달라붙는다. 2.6회전. 조금 타이트한 기어비는 날카로운 조향비를 암시하고 있다. 가죽으로 감싼 변속 레버도 느낌이 좋다. 손이 자꾸 간다. 감성을 만족시키는 부분들이다. 7단 자동변속기는 수동변속기능도 있다. 왼쪽으로 밀면 시프트다운, 오른쪽으로 밀면 스프트업이 일어난다. 핸들에 달린 패들 시프트도 마찬가지. 왼쪽은 다운, 오른쪽은 업이다.

센터페시아는 수직으로 깎아내렸다. 콤팩트 세단의 제한된 실내 공간을 어느 정도 보완하기 위해 공간에 숨통을 틔워주는 배려다.

길이 4,591mm에 휠베이스 2,750mm. 뒷좌석은 공간이 타이트한 편이다. 센터 터널로 솟아올랐다.

푸시버튼 방식으로 시동을 건다. 버튼을 떼어내면 키를 꽂아 시동을 걸 수도 있다. 떼어낸 버튼 커버는 잘 보관해야 한다. 잃어버릴 수도 있어서다.

가속을 시작했다. 튕겨나가는 가속감을 기대했는데 첫발을 떼는 느낌이 기대에 못 미친다. 한 템포 쉬고 발진한다. 204마력의 힘을 내는 V6 2.5 엔진. 첫걸음은 힘들다. 앞에서 잡아끄는 데 엉덩이는 뒤로 뺀다. 하지만 망설임은 거기까지다. 일단 첫발을 떼고 나면 시원한 가속이 이어진다. 7단 변속기를 거쳐 전해지는 힘은 부지런히 속도를 높였다. 6,000까지 올라간 rpm은 시프트업이 일어나는 순간 4,500으로 떨어진 뒤 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메이커발표 제로백 타임은 8.6초.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한 시간은 10.16초였다.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C250의 제로백은 디젤 엔진인 C220 CDI 블루이피션시(8.1초)보다 느리다. 디젤엔진의 강한 토크가 초기 가속에선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V6 2.5 엔진을 단 C250은 1.8 엔진을 단 C 200 CGI보다도 느리다. 가솔린 직분사 방식을 적용한 C 200 CGI는 1.8 엔진은 얹어 184마력의 힘을 바탕으로 7.8초 만에 제로백을 끊는다. 배기량이나 가격으로 보면 C 클래스의 맏형이지만 동생들이 워낙 출중해 존재감이 허약하다. 형님의 운명이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끝까지 밟았다. 후륜구동의 안락한 승차감은 역시 벤츠였다. 단단하게 노면을 물고 달리면서도 차체는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벤츠의 느낌이 있다. 하드한 서스펜션이면서 몸을 감싸안아주는 편안한 느낌.

고속구간으로 접어들면 그런 느낌이 조금씩 약해진다. 시속 140km를 넘기면서 차의 거동은 그 이전과 차이가 났다. 속도를 더 높이면 차체가 뜨는 느낌이다. 스포일러를 달아서 차체를 눌러줘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속 180km를 넘기면 가속은 확연히 더뎌지지만 200km/h를 넘기는데에는 문제가 없다. 이런 고속에서도 바람소리는 조금 커졌을 뿐이다. 그 제원표상 최고속도는 233km/h. 변속은 시속 50, 80, 120, 170km/h에서 각각 일어난다.

엔진소리는 아득하게 들린다. 듣기 좋은 사운드다. 어떤 속도에서도 엔진소리는 거칠어지지 않았다. 두꺼운 이불로 엔진을 덮어버린 듯, 고속에서도 엔진 소리는 멀리서 들리는 듯 아득했다. 잘 만져진 소리다. rpm이 5000을 넘나들어도 그랬다.

시속 100km에서 2000rpm을 마크한다. 7단 변속기라면 rpm이 조금 더 낮아도 괜찮을듯하다. 어쨌든 무난한 세팅이다.노면 충격은 제대로 걸러준다. 노면 쇼크가 엉덩이로 전해질 때에는 확실하게 줄어든다. 충격을 거친 후의 잔진동은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했다. 브레이크가 급하게 작동하는 조금 거친 소리가 들렸다. 잘 멈췄다. 코가 처박히는 노즈 다이브도 심한 편은 아니다. 동시에 비상등이 스스로 작동하고 안전띠가 몸을 강하게 잡아준다.

콤팩트한 차제는 운전을 편하게 해준다. 코너에서 빠르게 돌아도 뒤가 부담이 없어서다. 후진하거나 주차할 때도 큰 차보다는 훨씬 쉽다. 스티어링 성능은 조금 예민한 편이다. 핸들조작에 차체가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이다. 코너에선 뉴트럴 특성에 가깝다.

판매가격 5,800만원. 연비는 9.1km/L로 4등급이다.

사족. 벤츠를 탄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성공했다는 의미다. 전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차를 모르는 사람도 벤츠는 안다. 그만큼 보닛 위에 당당히 자리한 삼각별은 분명 아무나 소유할 수 없기에 그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성공하지 않고서는 누리기 힘든 브랜드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벤츠를 타는 것은 성공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성공한 것처럼 보여야하는,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 이들이 주로 택하는 차이기도 하다. 과시용인 셈이다. 이들은 차보다 타인의 시선이 더 중요하다. 어쨌든 벤츠만큼 상징적 의미를 갖는 차는 없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 윗부분은 철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명품 옷이 찢어진 것 같다. 비싼 값에 팔리는 벤츠인데 민망하다. 또 있다. 내비게이션이다. 터치스크린 방식이어서 이전보다는 좋아졌지만 반응이 더디다. 이상하게 벤츠는 내비에 인색하다. 왜 그럴까, 모를 일이다.

가속시 초기 반응이 더딘 점도 아쉽다. 성능만으로 본다면 C250보다는 제로백 7.8초로 더 빠른데다 1,000만 원 이상 싼 C200 CGI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벤츠 C 클래스를 살 일이 있으면 짚어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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