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안주유소를 만들겠다고 한다. 기름값 인하 대책이라고 만든 방안이다. 정유사 팔을 비틀어 반짝 효과를 봤던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다.

하지만 뜬금없다. 듣도 보도 못한 ‘듣보잡’ 대안주유소다. 설명은 그럴듯하다. 석유공사를 통해 석유제품을 싸게 공급해 기름값 인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억지스럽다. 석유를 사서 국내로 들여오고 이를 유통시키는 일을 과연 석유공사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효과도 의문이다.

그렇게 해서 기름값을 잡을 수 있다면 막을 일은 아니다.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쥐를 잡을 수만 있다면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상관할 바 아니다.
하지만 가식이다. 효과가 확실한 방법을 기름값 내리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국민 누구나 안다. 세금을 내리는 것이다. 리터당 2,000원을 넘긴 휘발유 값에 세금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50%나 있는 셈이다.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었다면 유류세는 내리는 게 맞다. 살인적인 가격이 인내의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어서다.

정부의 압박에 정유사들이 유류가격을 일제히 100원 인하하는 성의를 보였듯이 정부도 세금을 내려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성의를 보여야 할 때다. 사실은 업체들이 억지 인하에 앞서 정부가 세금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세금 인하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애써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과가 의문스러운 대안주유소를 대안이라고 뜬금없이 던져놓는 것은 기름값 인하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기름값 고통은 서민들의 몫일 뿐 정부는 생색나는 정책이나 적당히 내놓고 있는 셈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을 넘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했었다. 그 말에 희망을 걸었었다.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니 못 믿을 이유가 없었다. 2,000원을 넘기진 않을 것이고, 넘기면 특단의 대책으로 가격을 안정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미디가 되고 말았다. 그 말이 나오고 얼마 없어 기름값은 보란 듯이 2,000원을 넘기 시작했다. 책임 있는 장관이라면 이 시점에서 기름값을 2,000원 이하로 끌어내릴 방법을 제시해야 옳다. 하지만 아니었다. 박장관이 그냥 뻥 한번 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세금 없애자는 게 아니다. 줄이자는 거다. 유류세를 줄인다고 전체 세금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할 일은 아니다. 전체 세금 수입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고, 설사 줄어든다 해도 거기에 맞춰 정부의 전체 지출을 조정하면 된다.

길게 얘기할 것 없다. 정부는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 당장. 대안주유소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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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