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에 인수된 크라이슬러가 한국에서도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 한국 시장에 밝은 그랙 필립스 사장이 새 사령탑에 오르면서 변화의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크라이슬러 코리아가 7월에 새로 선보인 300C는 크라이슬러의 새로운 분위기를 대변한다.
확 바뀌었다. 무려 70여 가지의 안전 편의사양을 적용해 새롭게 만든 풀체인지 모델이라고 크라이슬러는 소개하고 있다. 새로 출시한 300C를 만났다.
이전 모델도 그랬든 새 300C 역시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크기다. 덩치가 어마어마하다. 길이 5,045mm, 너비 1,905mm. 덩치 큰 미국 사람을 만난 느낌이다. 크라이슬러 코리아의 전 현직 사장으로 한 덩치 하는 미국 사람인 웨인 첨리, 그랙 필립스와 잘 어울리는 차다. 엉클 톰스 세단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바둑판무늬는 7개의 가로 라인으로 변했다. 이전 모습이 웅장함을 강조하는 투박한 디자인이라면, 새 얼굴은 조금 더 세련됐다. 그릴 위로 크라이슬러의 윙 엠블럼이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했다.
300C는 두껍다.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차 크기에 비해 좁은 차창, 그리고 벨트 라인 아래의 두터운 보디. 비례가 맞는 듯, 안 맞는 듯 경계를 넘나들면서 덩치 큰 이 차의 특징을 만들어내고 있다.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헤드램프에는 프로젝션 타입의 전조등과 LED를 적용한 주간주행등이 함께 배치됐다. LED 램프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흔적이다. 안개등은 범퍼 아래에 자리했다. 달라진 얼굴이지만 웅장한 느낌은 그대로다.
큰 덩치는 넓은 실내를 확보하는 데 더 없이 유리하다. 운전석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여유가 넘치는 공간을 즐길 수 있다. 무릎공간은 물론 머리 위 헤드클리어런스도 넉넉하다. 운전석에서 몸을 기울여도 조수석 도어패널에 손을 대기가 힘들 정도다.
큰 덩치에 걸맞게 선루프도 후석 지붕까지를 덮는다. 넓은 하늘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휠도 크다. SUV에 어울릴 20인치 대형 휠이 앞 뒤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굿이어의 245/45ZR 20 사이즈다.
운전석에 앉았다. 스티어링 휠을 잡으니 손이 가득 찬다. 굵고 크다. 어쩌면 키 작고 왜소한 이들의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 만든 차가 아닐까 싶게 300C는 모든 게 컸다.
핸들 주변은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조작 레버를 합쳐 하나로 배치했다. 다른 조작 레버는 없다. 헤드램프 스위치는 유럽차들처럼 핸들 우측 대시보드에 갖다놨고 패들시프트도 없다. 대신 핸들 안쪽으로 오디오 조절 스위치를 숨겨놓았다. 깔끔한 핸들 주변이 마음에 든다. 계기판은 쨍하다. 좌우로 타코미터와 스피드미터가 자리했고 그 사이 가운데에 정보표지판이 있다. 운전자가 필요한 여러 정보가 그 정보창에 뜬다. 타코미터와 스피드미터에는 커버가 있는데 정보표시창에는 커버가 없어 손가락이 그냥 닿는다.
사이드 미러에는 빨간 경고 표시등이 있다. 진행 방향에 장애물이 있을 때 경고음과 함께 사이드 미러에 빨간등이 점멸된다. 우회전 깜빡이를 켰는데 우측 진행차로에 다른 차가 함께 붙어서 달리고 있으면 이를 알려주는 것이다. 사각지대의 위험을 줄이는데 큰 몫을 한다.
300C에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있다.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조절하며 정해진 속도로 달리는 똑똑한 놈이다. 정해진 속도로 달리는 중에 앞차와의 거리가 좁아지면 속도를 줄여 차간거리를 유지하고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면 다시 정해진 속도까지 스스로 가속한다. 달리는 중에 옆차로에서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마치 같은 극을 밀어내는 자석처럼 강하게 속도를 줄인다. 20~30km/h 미만으로 속도가 떨어지면 마법이 풀리듯 크루즈컨트롤이 해제된다. 완전 정지는 안된다. 저속에선 운전자가 직접 컨트롤해야 한다.
3.6리터 296마력의 힘을 가진 엔진과 궁합을 맞추는 5단 변속기는 재미있다. 고단 변속기가 효율적이라는 상식을 무시하듯 높은 효율을 보여준다. 시속 100km에서 알피엠은 1,600에 머문다. 2단이 시속 100km를 커버하는 가하면 3단에서 최고속도를 마크한다.
가속중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면 에코모드가 작동한다. 연료분사가 정지돼 경제운전에 도움을 주는 것.
시속 100km를 유지하며 각 레인지에서 rpm을 체크했다. D와 5단에서 1,600rpm을 보였다. 4단에선 2000, 3단 2700, 2단 4200 rpm을 각각 마크한다. 2단이 시속 100km를 커버하는 게 놀랍다. 6, 7단이면 더 좋겠지만 5단임에도 훌륭한 효율을 보여준다. 괜찮은 성능이다.
7.1인치 알파인 오디오는 9개의 스피커를 갖췄다. 소리도 좋다. 질감 있는 오디오 소리가 분위기 있는 실내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시속 80에서 정속주행을 했다. 1,400rpm으로 안정적으로 달렸고 약간의 바람소리와 옆차가 지나갈 때 잡음들이 실내로 파고들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속도를 높이면 엔진소리가 차고 올라온다. 독일 프리미엄 세단에서 듣게 되는 굵고 힘 있는 소리와는 다르다. 그 보다는 조금 얇고 하이톤이다.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로 가르기는 힘들다. 300C역시 나름대로 잘 튜닝한 소리를 낸다. 소프라노, 하이톤에 가까운 나름대로 특색이 있는 소리다. 듣기에 따라선 이 음색을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특히 5,000 rpm 이상에서 터져 나오는 엔진소리는 매력적이다.
시속 180km 이상 속도에서 엔진 rpm은 5,000을 넘기지만 바람소리를 이기진 못한다. 바람소리가 더 크다. 차의 구조로 볼 때 단면적이 넓은 덩치 큰 차가 고속으로 달리면 바람소리를 비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뒷바퀴가 차를 밀고 가는 후륜구동이다. 승차감이 좋고 고속주행안정감도 떨어지지 않는 구조다. 승객은 물론 차를 컨트롤해야하는 운전자의 불안감도 크지 않다. 부담 없다.
노면에 밀착된 느낌이라기보다 적당히 노면을 타면서 달린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어깨 힘이 들어간다. 약간의 긴장은 피할 수 없다.
출발은 부드럽다. 급가속을 해도 휠 스핀은 일어나지 않았다. 구동력을 잃지 않고 부드럽게 출발한 뒤 강하게 속도를 올린다. 변속도 부드럽다. 계기판을 보지 않아도 변속이 이뤄지는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의 부드러운 쇼크가 일어난다.
시속 180km를 넘기면 날카로운 공명음이 난다. 고속주행을 하는 차의 틈새를 파고드는 공기가 만들어내는 공명음이 아닌가 싶다. 경고음이라기엔 너무 거칠고 노골적이다. 시속 200km를 터치하기는 쉽지 않다.
80km/h 전후의 속도로 슬라럼 주행을 했다 조향감은 정확하다. 핸들이 커서 조금 둔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했지만 기우였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몸놀림이 인상적이다. 핸들은 크지만 예민하게 반응한다. 작게 조작해도 정확한 반응을 보인다.
급제동을 하면 1.8톤에 달하는 무게를 가진 차는 앞으로 심하게 기운 뒤에 멈춘다. 비상등은 깜빡이지 않는다. ABS의 거친 반응은 오히려 차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해준다.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어서다.
5미터를 넘는 차를 몰고 코너를 공략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하지만 생각보다 여유 있는 코너링 성능을 보였다. 반경이 큰 코너를 80km/h 전후의 고속으로 돌아나가는 데 조금 더 공격적으로 공략해도 제어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 생각보다 괜찮은 코너링을 느낄 수 있었다. 타이어 그립감은 매우 좋다. 차의 무게를 지탱하며 노면을 야무지게 붙들고 달린다. 타이트한 코너에선 가끔 비명을 지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타이어 성능을 보였다. 노면 쇼크에는 반응이 거친 편이다. 때로 진동이 핸들로 전해오기도 한다.
약190km/h에 이르는최고속도는 3단에서 나온다. 5단 변속기라면 4단에서 최고속도를 내는 게 맞을 텐데 3단이 이 속도를 커버한다. 각 단에서의 허용범위가 넓은 기어비다.가속페달에 킥다운 버튼은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저항 없이 바닥까지 닿는다.
이 차의 연비는 9/1km/L, 4등급이다. 배기량 3.6 리터 엔진임을 감안하면 나쁘다고 탓할 수 없지만 워낙 연비 좋은 차들이 많은 요즘이라 자랑하기엔 면구스럽다.
판매가격은 5,980만원. 가격대비 성능, 편의성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 가격의 대형 수입세단을 원하는 이들의 구매 리스트에 올려도 좋겠다.
가속성능
정지상태에서 최고속도까지 가속을 시도했다. 시속 100km까지의 베스트 기록은 8.11초, 가속거리는 128.92m였다. 다른 기록들도 대부분 8초대를 기록해 큰 편차를 보이지는 않았다. 계측기상 시속 200km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최고속도는 시속 190km에 그쳤다. 걸린 시간은 28.67초, 거리는 1015.17m.
제동성능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실시해 제동거리와 시간을 구했다. 가장 좋은 기록은 2.63초, 26.55m. 수차례 테스트한 결과 대부분 40m 이내에서 완전히 멈춰 섰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차가 크다. 좁은 길을 움직일 때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주택가 골목길을 움직일 땐 큰 덩치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넓은 공간을 얻은 대신 좁은 길에서의 불편함은 피할 수 없다. 서스펜션도 보완이 필요하다. 장애물 치고 갈 때 흔들림이 거친 느낌이 있다. 핸들까지도 진동이 전달되곤 한다. 좀 더 완성도 높은 서스펜션을 기대해 본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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