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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합작 순둥이 올 뉴 SM7

신형 SM7이 남해에서 베일을 벗었다.

르노삼성차는 14일, 남해 힐튼 리조트로 기자들을 초청해 뉴 SM7의 출시를 공식 발표하고 시승회를 열었다. 32개월간 4,000억 원을 투자해 만들었다는 역작이다.

풀체인지다. 엔진을 비롯해 파워트레인은 물론 디자인까지 완전히 다른 차로 태어났다. 이제 2세대 모델이 되는 셈이다. 르노 플랫폼에 닛산의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을 달고, 르노삼성이 만든 차다. 1세대 SM7이 닛산과 르노삼성의 합작이었다면 2세대는 파트너가 닛산에서 르노로 교체됐다.

삼성차가 출범할 때 닛산과 기술제휴를 했고, 이후 르노가 삼성차와 닛산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르노-닛산-르노삼성의 삼각협력체제가 완성됐다. SM7은 그 협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르노삼성이 모든 기술을 쏟아 부어 만든 르노삼성의 최고 모델, SM7을 타고 남해 주변을 일주하는 120km 구간을 달렸다. 시승차는 3.5 엔진을 얹은 RE35 모델.

디자인커졌다. 준중형인 SM3를 중형 크기로 키우더니 SM7을 4,995mm로 만들었다. 5미터에서 5mm 부족한 길이. 이전 모델에 비해서는 45mm가 길어졌다. 휠베이스는 2,810mm로 35mm가 늘었다. 차 폭 역시 1,870mm로 이전 모델에 비해 85mm나 늘렸다. 번호판 위 아래로 라디에이터그릴을 넓게 배치했고 좌우로 부드러운 유선형으로 헤드램프가 자리했다. 바이제논 어댑티브 헤드램프다. 비교적 얇게 만들어진 리어램프와 그 사이를 잇는 크롬라인이 심플한 뒷모습을 이룬다. 범퍼 아래로는 듀얼 트윈머플러가 자리했다. 옆모습은 단정하다. 보닛라인은 길고 트렁크는 짧게 처리한 롱 노즈, 쇼트 데크 스타일. 지붕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라인이 짧고 간결하다. 절제된 디자인이다. 올록볼록 굴곡진 면을 사용하기보다 단정한 평면을 위주로 했고 램프류도 과장하지 않고 차 전체의 디자인에 조화를 이루며 순한 모습으로 자리했다. 방향지시등과 브레이크등은 눈썹처럼 얇은 선으로 간결하게 표시된다.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18인치 투톤 알로이휠 정도가 조금 과장된 모습일 뿐 전체적으로 고급 세단에 걸맞는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을 갖췄다.

인테리어고급스럽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분리됐지만 좌우로 일직선상에 배치해 주행 중 필요한 정보를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다. 계기판에는 3.5인치 컬러 TFT LCD 모니터가 있고 8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시원하게 배치됐다. 가죽과 나무로 만든 핸들은 충분히 고급스럽다. 가죽 시트도 등과 허벅지를 충분하게 지지해준다. 운전석에는 마사지 기능이 있다. 장거리 운전할 때 유용한 장비다. 놀라운 것은 뒷좌석 공간. 다리를 꼬고 앉아도 될 만큼 여유가 있다. 좁은 공간에 몸을 쪼그릴 필요 없이 편안하게 앉아서 여유로운 실내를 즐길 수 있다. 바닥도 평평한 편이어서 2열 가운데 좌석에 앉아도 편안한 자세로 여유 있는 공간을 누릴 수 있다. 뒷좌석 옆창은 풀 오픈된다. 차창을 완전히 내리면 창 밖 풍경이 프레임 안에 걸린 풍경사진처럼 펼쳐진다. 넓은 선루프는 열리는 동안 계속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단 한 번 조작으로 필요한 만큼 오픈 할 수 있어 좋다. 항공기에 적용되는 방식인 에이비에이션 헤드레스트를 뒤에 적용해 머리를 편안하고 효과적으로 지지해준다. VIP 패키지를 택하면 뒷좌석 파워시트와 앞좌석 에이비에이션 헤드레스트, 뒷좌석 사이드에어백, 뒷좌석 글래스파워 선블라인드와 햇볕가리개가 적용된다. 쇼퍼드리븐 카로 이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올 뉴 SM7에는 에어 퀄리티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 3개 부분으로 구분해 에어컨을 따로 조절할 수 있다. 앞좌석에는 에어컨 바람을 몸에 직접 닿지 않게 해주는 소프트 디퓨전 기능이 있다. 퍼퓸 디퓨저도 있다. 향수를 넣어두고 뿜어주는 기능이다. 공기청정기인 삼성 플라스마 이오나이저도 적용됐다. 다른 어떤 고급차에 뒤지지 않는 최고 수준으로 실내 공기를 관리한다. 12개의 스피커가 적용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귀를 호강시킨다. 입체감 있는 소리로 풍부한 질감의 소리를 들려준다.

성능조용하다. NVH 수준이 놀랍다. 시동을 걸면 엔진은 공회전 상태에서 600rpm 정도에 머물며 잔잔한 실내를 유지한다. 가속페달은 깊게 밟힌다. 마지막 순간에 걸리는 킥다운 버튼을 지나면 폭풍처럼 밀어붙이는 힘을 만나게 된다. 닛산의 자랑 VQ 엔진이다. 14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됐다는 엔진. 오랜 세월을 두고 다듬어져 3세대로 이어지는 이 V6 엔진은 6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을 맞춰 최고출력 258마력의 힘을 낸다. 이제는 구형인 기존 SM7보다 41마력이나 세졌다. 최대토크는 33.7kgm. 남해와 주변의 섬 지역을 도는 도로는 대부분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코스로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었다. 힘은 충분했다. 최고출력은 6,000rpm에서 터지지만 중저속 rpm에서도 넘치는 힘을 경험할 수 있다. 충분한 힘을 내는 엔진은 의외로 순둥이다. 대부분의 속도에서 부드럽게 반응했다. 직선로에서 시속 200km를 넘보는 속도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바람소리가 엔진음을 덮어버린다. 대부분의 속도에서 엔진소리는 들리는 듯 마는 듯 조용하다. 시속 100km 전후의 속도에서 실내는 편안하다. 부드러운 힘은 조용하게 차를 움직인다. 바람소리도 엔진소리도 조용하다. 이처럼 일상주행 영역에선 차도 사람도 스트레스 없는 편안함을 만끽한다.

고속주행에서 차체는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225/45R18 사이즈의 타이어가 엔진의 구동력을 충실하게 구현해낸다. 압력감응형 댐퍼는 주행상태에 맞춰 감쇄력을 조절한다. 직선로에서는 부드럽게 쇼크를 줄여주고 와인딩 코스에선 단단하게 차체를 지지하면서 코너를 공략한다. 전체적으로는 소프트한 느낌을 준다. 조종안정성만을 고집하기 어려운 고급세단인 만큼 승차감을 어느 정도 고려한 세팅이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무난한 스티어링이다. 코너가 잇따르는 코스를 부드럽고 정확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스포츠카처럼 날카로운 핸들링은 아니지만 5m의 차체를 부담 없이 다룰 수 있게해주는 스티어링이다. 차체가 긴만큼 코너에서 운전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크지만 의외로 가뿐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급제동을 하면 비상등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엑셀에서 급하게 발을 떼면 순간적으로 브레이크 패드가 간격을 좁혀 비상 제동에 대비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빠르게 제동을 시작해 제동력을 높여준다. 변속기에는 스포츠모드가 있다. 이를 택하면 계기판에 성능곡선이 나타나며 엔진의 파워를 보여준다. rpm이 높아지고 가속페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몸으로도 느낄 수 있다. 엔진이 좀 더 예민해지고 변속패턴도 달라진다. 핸들은 조금 묵직해진다. 전체적으로 차가 민감하고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밋밋한 드라이빙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스포츠모드를 택해 달리면 훨씬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는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연비는 9.6km/L. 실 주행 연비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르노삼성차의 설명이다. 실제주행 상황에서 연비를 높일 수 있게 개발해 인증연비와 실 연비의 차이를 크게 줄였다는 것. 그만큼 실용적이라는 게 르노삼성차의 주장이다.

판매가격은 3,000만원~3,900만 원대로 책정했다. 기존 SM7보다 120만원 전후로 가격이 올랐다. 한국의 르노삼성차와 프랑스의 르노가 함께 만들어낸 올 뉴 SM7은 실용성을 강조하는 무난한 준대형 세단이다. 과장보다는 내실을 기했고, 고속영역에서의 성능을 뽐내기보다 많은 운전자들이 실제 주행하는 영역에서 완성도 높은 안정된 성능을 만들어 냈다. 화려한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무난한 순둥이다. 르노삼성차가 르노와 함께 개발한 SM7은 르노 라인업에 갖다놔도 최고급 세단이다. 르노 뱃지를 달고 팔려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SM5는 이미 르노 래티튜드로 팔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SM7의 해외 판매 역시 가능성이 높다. 르노 안에서 르노삼성차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임을 SM7이 말해주고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패들시프트는 위치가 애매하다. 핸들 위쪽으로 패들시프트를 배치해 이를 조작하려면 핸들을 좁게 잡아야 한다. 또한 패들시프트가 핸들과 분리돼 있어 코너에서 핸들을 틀며 이를 작동하려면 손에 걸리지 않는 상황도 생긴다. 패들시프트를 아래로 배치하면 핸들 우측 아래에 배치된 오디오조절 스위치가 걸리게 된다. 패들시프트의 위치가 어쩔 수 없이 위로 배치된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불편하다. 핸들에 내장된 버튼식으로 변경하거나, 꼭 필요한 장치가 아닌 만큼 없어도 불편하지는 않겠다. 변속레버를 이용해 수동변속해도 운전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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