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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는 없다. 치열한 경쟁이 있을 뿐. 터보 GDi 엔진을 얹은 고성능 쏘나타와 K5를 출시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자세가 사뭇 비장하다. 두 회사는 그룹 계열사라고 어설픈 경쟁을 할 것이란 짐작을 출시와 함께 깨버렸다. 출시 일정을 같은 날로 잡아 한 치 양보없는 경쟁을 예고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1일, 2.0 GDi엔진에 터보를 장착한 쏘나타와 K5를 동시에 출시했다. 대부분의 차종에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두 회사가 경쟁 모델을 같은 날 출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사이좋게 차례로 경쟁모델을 출시해왔지만 이번엔 다르다. 현대차와 기아차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고 같은 날을 택했다. 적어도 이번엔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쏘나타와 K5 터보 GDi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똑 같다. 2.0 세타 엔진에 터보와 GDI 연료분사 방식을 더해 271마력과 37.2kgm의 토크, 그리고 12.8km/l의 연비 등 두 차의 알맹이는 차이가 없다.
결국 디자인과 일부 편의장치를 포함한 선택품목, 가격에서 소비자들의 판단이 갈리게 된다. 쌍둥이인 두 차가 과연 어디가 다른지 두 회사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제원과 가격표를 기준으로 비교 분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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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두 차 모두 큰 틀에서 기존 디자인을 고수했다. 쏘나타는 그동안 비호감으로 지적돼왔던 번쩍이는 라디에이터그릴을 이번에도 유지했다. 터보 GDI 모델에서는 그릴 디자인이 바뀔 것이라던 소비자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LED 리어컴비네이션 램프도 새롭게 변했다.
K5는 라디에이터 그릴에 변화를 줬다. 2.0 터보 GDI 전용 그릴을 적용한 것. K5에는 리어스포일러도 있다. K5의 디자인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기아는 그릴과 스포일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큰 변화 없이 새 차를 만들어냈다.
K5가 쏘나타보다 25mm 길다. 공간확보면에서 유리한 조건이다. 휠베이스는 두 차종 모두 2,795mm로 동일하다. 높이는 쏘나타가 15mm 높다. 높이가 높으면 실내의 머리 윗공간이 넓을 수 있지만 무게 중심도 따라서 높아져서 차의 주행안정감에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가격과 편의장치
쏘나타 2.0 터보 GDI 모델은 고급형과 최고급형 두 가지 버전이 있다. K5는 프레스티지와 노블리스로 나뉜다. 두 회사의 가격표를 기준으로 편의장치를 분류했다.
K5 터보 2.0 GDI 프레스티지 모델은 2,815만원이다. 동급이라 할 수 있는 쏘나타 고급형은 2,850만원. 쏘나타가 35만원 더 비싸다. K5 프레스티지는 히티드 스티어링 휠, 글로브박스 쿨링 기능 등의 우세사양을 갖췄다. K5 프레스티지에는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적용됐지만 쏘나타에는 한 급 위인 최고급형에 이 사양이 적용됐다. 쏘나타 고무급형에는 후석 높이조절 헤드레스트, 운전석 동승석 및 조수석 통풍시트가 우세사양이다. 동승석 파워시트의 경우 쏘나타엔 고급형에 기본적용되고 K5에서는 한 급 위인 노블레스에 채택됐다.
쏘나타 최고급형은 2,960만원, K5 노블레스는 2945만원으로 쏘나타가 15만원 비싸다. 쏘나타는 HID 헤드램프, 운전석 메모리 시트 등을 더 갖췄다. K5 노블리스는 무드 조명 정도가 우세사양이다.
가격표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현대차 쏘나타 터보에는 김서림 방지장치인 ‘오토 디포그’ 시스템과 LED 룸램프, 항균 시트 등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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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품목
패들 시프트는 쏘나타에서만 택할 수 있다. 55만원짜리 스포티 패키지에 18인치 휠,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패들시프트, 뒷좌석 6:4 폴딩 시트 등이 포함된다. K5엔 패들 시프트를 택할 수 있는 패키지가 없다.

쏘나타 터보 고급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DMB 내비게이션은 160만원이다. 외장형 앰프, 서브우퍼, 음성인식 기능, 후방카메라, 후방 주차가이드 등의 기능을 갖춘 장치다. K5 프레스티지가 선택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145만원으로 15만원 싸다. 7인치 모니터, 음성인식, 후방카메라, 7개의 스피커를 갖춘 외장앰프 등이 포함된다.

쏘나타 터보 최고급형에서 선택가능한 인텔리전트 DMB 내비게이션은 100만원. JBL 사운드 시스템, 음성인식, 후방카메라, 후방주차가이드 등을 포함한다. K5 터보 노블레스에선 117만원에 내비게이션을 택할 수 있다. 7인치 모니터에 후방카메라, JBL 사운드 시스템, 8개의 스피커, 외장 앰프 등이 포함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상품구성이다. 경쟁을 한다고 하지만 같은 그룹의 계열사로 같은 재료를 이용해 차를 만들어야 하는 하는만큼 어느 한쪽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기는 불가능한 구조다.
쏘나타 터보가 조금 비싸다고는 하지만 최대 35만원 차이에 불과하다.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결국 두 차의 가장 큰 차이는 이번에도 디자인인 셈이다. 고성능 모델을 내놨지만 똑 같은 성능에 똑 같은 연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품구성으로 변별력이 사라져 버렸다.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인식, 그리고 눈에 확연히 차이나는 디자인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 선택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즉, 쏘나타 터보가 이기든 K5가 이기든 그 원인은 성능이나 상품성이 아닌 디자인덕분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이번에도 디자인 싸움이 되는 셈이다. 고성능 모델이라고 출시한 두 차종이 성능 대결이 아닌 디자인 싸움을 해야하는 조금은 싱거운 상황이 되버리는 셈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