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아웃랜더는 오뚜기다

미쓰비시 아웃랜더가 새로 나왔다. 들림 없는 SUV라는 캐치 플레이즈를 앞세웠다. 지붕을 철 대신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와 함께 차의 흔들림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차의 성격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메시지다.

미스비시는 일본 SUV의 명가다. 파제로라는 걸출한 명차를 만든 메이커가 바로 미쓰비시다. 파리 다카르 랠리를 평정하며 한 때 전 세계를 풍미했던 ‘파제로’는 ‘일본의 대표 SUV’ 라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높은 명성을 누렸다. 1983년부터 다카르 랠리에 25년 연속 참가해 7년 연속 우승을 포함해 모두 열 두차례 우승을 일궈낸 전설을 만들었다. 그 미쓰비시가 만든 또 다른 SUV, 아웃랜더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전 처럼 단정하고 심플한 모습이다. 프런트 마스크는 대폭 변경됐다. 슬림했던 그릴이 넓은 사다리꼴로 확대됐다. 랜서 에볼루션과 흡사한 그릴이다. 옆에서 보면 넓적한 주둥이를 가진 상어같다. 단정하고 심플하지만 조금은 더 공격적인 이미지다. 이 같은 앞모습이 미쓰비시의 디자인 DNA로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사이드 미러에는 방향지시등이 추가됐다. 숄더라인을 낮추고 글래스 면적이 넓다. 개방감이 큰 구조다.

인테리어에 무광 재질을 사용한 부분이 눈에 뜨인다. 인조가죽을 사용한 시트는 직물시트보다는 낫지만 매우 고급스럽지는 않다. 글로브 박스는 위 아래로 나뉘어 열리는 이중 구조다. 락포드 오디오 시스템은 질감 있는 입체 음향을 선보인다. 트렁크에 보란 듯이 자리한 락포드 마크가 선명한 우퍼 스피커는 시각적으로도 만족감을 준다.

스마트키는 편하다. 몸에 지니거나 차 안에 있으면 그냥 시동을 걸 수 있다. 버튼식 시동장치는 아니다.

센터페시아는 깔끔하다. 있어야 할 것들이 최소한으로 단촐하게 자리했다. 그 주변을 감싸는 고무 재질의 촉감이 좋다.

엔진룸에는 윗부분에 어느 정도 공간이 자리했다. 보행자 안전을 위한 장치다.

차 높이는 1680mm다. 루프랙 4cm를 더하면 1720mm에 달한다. 하지만 지붕을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 철판을 쓸 때보다 약 5kg 정도를 감량했다. 이를 통해 70mm정도 높이를 낮춘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미쓰비시는 주장했다.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오뚜기를 생각하면 된다. 오뚜기는 아랫부분이 무거운 8자 모양의 인형이다. 넘어뜨리려고 밀어도 넘어지지 않고 흔들리다가 원위치로 돌아간다. 바로 무게 중심이 극단적으로 낮은데서 오는 현상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무게중심이 낮으면 그만큼 차의 안정성이 향상된다. 흔들림도 덜하고 전복위험도 낮아진다. 그런면에서 아웃랜더는 ‘오뚜기 같은 차’라고 해도 되겠다. 아웃랜더 V6 3.0에는 자동 6단 변속기가 적용됐다. 2.4에는 무단변속기가 올라간다. 수동모드로 했을 때 1단에서 60km/h, 2단에서 100km/h, 3단에서는 160km/h까지 커버했다. rpm은 여유가 있다. 시속 100km에서 각단의 rpm을 체크했다. D, 6단에서 1800, 5단 2200, 4단 3000, 3단 4,200, 2단 6500rpm을 각각 마크했다. 시속 100에서 1800알피엠을 보이는 건 그만큼 차분한 엔진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6단 변속기가 230마력인 엔진 힘을 여유있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해준다. 6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다. 쇼크를 느끼기 힘들다.

엔진소리는 의외로 조용했다. 중저속에서는 어린 아이의 숨소리 처럼 쌔근쌔근 얌전했고 속도를 올리면 얇은 하이톤으로 변한다. 잡소리는 거의 느끼기 힘들다.

서스펜션은 가볍다는 느낌을 준다. 묵직하게 차를 받친다기보다 경쾌한 발놀림이 흩어지지 않게 잘 받쳐준다는 느낌이다.

4WD에 어울리는 여유있는 조향감이다. 약간의 유격이 느껴진다. 핸들을 완전히 감으려면 3.25 바퀴를 회전시켜야 한다. 다른 차들에 비해 조금 더 감아야 한다. 스포티한 운전에는 불리하지만 오프로드에서는 핸들의 유격이 조금 있고 조향비도 타이트 한 것보다는 여유가 있는 게 훨씬 좋다. 조향장치는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변속레버 밑으로는 구동방식을 변환하는 스위치가 따로 마련됐다. 아웃랜더에는 이른바 올 휠 드라이브 시스템이 적용됐다. 2WD, 4WD, LOCK 등으로 구분되는 구동장치다. 락이 눈에 뜨인다. 각 타이어에 전달되는 구동력을 동일하게 묶어 버리는 장치다. 오프로드 주행할 때 한쪽 타이어가 헛돌 때 매우 유용한 장치다.

SUV 들이 도심지향형으로 바뀌며 사륜구동장치가 거추장 스럽다며 생략하고 모습만 SUV 형태를 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쓰비시는 이런 흐름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사륜구동을 고집하는데에서 더 나아가 ‘락’ 모드까지 적용했다. 오프로드 주행까지 염두에 두고 SUV를 고른다면 이런 차를 택해야 한다.

사륜구동차는 직진안정, 코너링, 그리고 오프로드에서 다른 차보다 우월한 성능을 보인다. 대신 연비가 떨어지고 기계적인 소음이 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사륜구동을 택하면 확실히 코너에서 안정적이다. 하지만 ‘락’을 택하면 좁은 코너에서 주의해야 한다. 각 바퀴의 회전차이를 어느 정도 흡수해야 하는데 ‘락’ 이 걸린 상태에서는 이게 안된다. 그래서 마치 브레이크를 건 것 처럼 불안정한 거동을 보일 수 있다. 때문에 온로드에서는 ‘락‘을 선택하지 않는게 좋다.

빠르게 출발하면 타이어 슬립이 일어난다. 트랙션 컨트롤과 휠슬립 컨트롤, 주행안정장치 등이 있지만 조금 늦게 개입했다. 그래서 조금 더 다이내믹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킥다운하면 소리가 먼저 커지고 나서 속도가 붙는다. 가속 반응은 아주 좋은 편이다. 부드럽고 편했다. 가솔린 엔진 SUV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는 가솔린 SUV를 선호한다. 디젤 SUV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한다.

패들시프트는 핸들과 분리되어 있어서 핸들을 꼬았을 때 정확하게 변속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핸들에 붙어있어 함께 움직이는 패들시프트는 스티어링휠을 돌렸을 때 좌우측이 헷갈리는 경우가 생긴다. 왼쪽 버튼은 시프트 다운, 오른쪽은 시프트 업이다. 오른쪽 버튼을 2초 이상 누르고 있으면 수동모드에서 자동변속모드로 바뀐다.

시원한 시야는 이 차의 장점이다. 높아서 멀리 넓게 볼 수 있고 이에따른 심리적 안정감도 크다. 키 작은 승용차들에 비해 상대적인 ‘존재의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 SUV에 맛 들이면 다시 세단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좌우 사이드 미러도 큼직해 시원한 시야를 확보했다.

판매가격은 시승차인 V6 3.0 모델이 4,090만원, 그 아랫급인 2.4 모델이 3,690만원이다. 3.0은 400만원 내렸고 그보다 더 가격이 저렴한 2.4 모델을 추가 투입했다.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락’ 기능까지 갖춘 사륜구동장치에 스마트키, 선루프, 사이드 에어백, USB 포트, 패들시프트 등이 있으니 가격대비 성능, 편의장치는 기대 이상이다. 무늬만 SUV가 아니라 진짜 SUV를 만나고 싶다면 아웃랜더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 정지상태에서 출발 후 시속 190km 가지 도달 시간은 37.0초, 거리는 1330m 였다. 몇 차례 측정한 결과 시속 100km 까지 가장 빠른 기록은 9.0초였다.
시속 100km에서 완전 정지할 때까지 제동거리는 55.68m, 제동 시간은 3.58초가 걸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바람소리가 크다. 시속 100km에서 윈드실드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제법 들린다. 차체의단면적이 넓어 공기의 저항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속도를 올리면서 바람소리는 급격히 커진다. 바람소리에 운전자의 기가 죽어서 차의 능력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풍절음은 160km/h 이상에서 급상승했다.
가속감은 더디다. 속도를 올릴 수록 가속감은 확연하게 더뎌진다. SUV라서 속도에 대한 욕구는 승용차보다 크지 않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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