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제타를 새로 선보였다. 이름하여 6세대 제타다. 제타는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폭스바겐 라인업의 막내 모델로 꾸준히 팔려왔지만 그 존재감은 미미했다. 골프, 파사트, 페이톤 등 쟁쟁한 모델들의 그늘이 짙었던 탓이다. 있어도, 없어도 크게 티나지 않는, 그런 양념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6세대 제타를 출시하는 폭스바겐코리아의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만대 판매를 넘긴 폭스바겐이 이제 제대로 팔아보겠다는 기세다.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중 하나인 폭스바겐이 이제 좀 더 낮은 시장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제타의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화창한 봄날, 제타를 타고 바람처럼 달렸다.
제타라는 이름은 제트 기류에서 유래했다. 골프, 제타, 보라, 샤란, 폴로, 파사트 등은 바람에 기원을 둔 이름들이다. 새로 선보인 제타는 1.6 블루모션과 2.0 TDI 두 종류. 시승차는 2.0 TDI다. 제타는 해치백 골프의 세단형이다. 해치백 골프와 중형세단 파사트 사이에 자리한 대중 세단이다.
신형 제타는 커졌다. 길이가 4,645mm로 이전 제타보다 90mm가 길어졌고 휠베이스도 따라서 73mm 늘었다. 이전 모델은 확실히 작은 느낌이었지만 신형 제타로 변하면서 작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작은 차가 커지는 건 국내외가 다르지 않다.
디자인도 훨씬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다. 정확한 세단의 비례를 따르며 정통 세단의 면모를 갖췄다. 전체적으로 단정한 모습이지만 LED를 적용한 사각 헤드램프에 살짝 엣지를 주는 등 디테일이 살아있다. 당당한 세단의 모습을 가졌다.
인테리어는 소박하다. 내비게이션도 생략됐고, 수입차라면 으레 사용하는 가죽시트 대신 직물시트를 적용했다. 실내에 가죽이라고는 스티어링 휠에 사용된 게 전부다. 그 핸들도 가죽으로 마감됐을 뿐 아무런 버튼도 없이 오로지 조향장치로서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모습이다.
검소한 독일 사람을 보는 기분이다. 어렸을 때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라인 강의 기적을 이룬 독일의 저력은 담배 불을 붙이는 성냥 하나도 두 사람 이상이 모여야 켤 만큼 검소한 생활태도에 있다”는 말이다. 그 말이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기억 속에 묻혀 있던 그 말이 생각날 만큼, 제타의 인테리어는 검소함 그 자체다. 단언컨대 제타의 인테리어에 화려함은 없다.
인테리어가 익스테리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수입차라고 고급스럽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기대했다면 그런 기대는 접는 게 좋겠다. 화려하지 않고 검소한 수입차가 등장할 만큼 우리 수입차 시장도 이제 다양해지고있는 증거다.
시트는 레버를 젖히면 한 번에 누여진다. 원형 스위치를 열심히 돌려야 조금씩 넘어가는 골프보다 편하다.
1.6 블루모션엔 7단 DSG를 적용했지만 2.0 TDI에는 6단 DSG가 올라갔다. 1.6은 효율, 2.0은 성능에 방점을 찍은 선택이다. 그렇다고 2.0이 효율을 포기한 건 아니다. 다이렉트 시프트 기어박스, DSG 자체가 성능과 연비를 모두 만족시키는 절묘한 기술이다. 성능을 택하면 연비를 어느 정도 손해 봐야 하고, 연비를 좋게 하려면 성능은 양보해야 하는 게 DSG 이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DSG의 등장은 지금까지의 공식을 깼다. 연비와 성능을 함께 높일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두 개의 클러치를 사용하는 것. 물려있는 기어와 대기중인 기어가 변속 시간을 확실하게 줄여준다. 변속 타이밍이 빨라지면 동력 손실이 줄어 연료를 아끼고, 성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훨씬 부드러운 변속도 가능해진다.
변속레버를 스포츠모드로 하면 rpm이 100~200 정도 높아진다. 엔진이 조금 더 힘을 쓰는 것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초반에 멈칫거림이 생긴다. 가속페달에 바로 반응하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두고 달려 나가는 것. 시간차를 두고 속도를 내기 시작하지만 일단 탄력을 받으면 힘 있게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시속 180km 가지는 무난하게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 속도를 넘기면 가속력이 확연하게 떨어진다. 힘으로 가속하는 게 아니라 탄력으로 속도를 높인다. 140마력의 디젤엔진은 1,750~2,500rpm 사이에서 32.6kg.m의 최대토크를 고르게 토해낸다. 일상 주행영역 전 구간에서 최대토크를 낸다고 보면 된다.
150km/h 전후의 속도로 달리면 단단한 하체가 믿음직스럽다. 속도를 좀 더 높이면 하체의 단단함이 조금 흔들린다. 안정감이 줄어드는 가운데 속도를 좀 더 높이면 운전자는 심리적 불안감을 느낀다. 시속 200km를 터치하는 데 무리는 없지만 살짝 불안해진다. 드라이버의 불안은 차의 성능을 가장 잘 말해주는 바로미터다.
하지만 문제될 건 없다. 제타가 퍼포먼스 세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 불안하지만 그 정도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게 칭찬받을만한 것이다.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는 불안하지도 않고 불안감을 느낄 일도 없다.
프리미엄 세단 수준의 서스펜션과 비교할 때 딱딱함은 비슷하지만 다소 거친 면은 있다. 서스펜션과 타이어를 포함한 하체가 그랬다. 제타의 차급을 감안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노면의 충격, 요철을 지날 때 차의 흔들림이 몸에 직접 전달되는 느낌이다. 안정되게 붙어서 달린다기보다 통통 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칠지만 차를 제어하는 데에는 딱딱한 서스펜션이 효과적이다. 승차감을 좋게 하려면 서스펜션을 손볼 여지는 있지만 대중차인 만큼 조종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딱딱함을 유지하는 게 맞다. 지금 상태의 서스펜션이 최적의 수준이라는 말이다.
스티어링 휠은 일반적인 수준인 세바퀴보다 더 돈다. 3.2 회전. 부드러운 핸들링으로 승차감에 조금 더 방점을 찍은 세팅으로 보인다. 슬라럼 테스트를 하면 정확하게 반응한다.
시속 100km에서 D에 세팅하면 2000rpm을 마크하는데 노면의 타이어 구름 소음이 어느 정도 실내로 들어온다.
브레이크는 확실하게 차를 제어한다. 급제동하면 비상등이 자동으로 깜박인다. 비상등은 완전히 정지하기 직전에 깜빡이기 시작한다. 이보다는 조금 빠르게, 급제동이 시작되거나 그 직후부터 깜빡이는 게 안전에는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너는 찰지다. 급한 커브길을 80km/h 정도의 속도로 공략했는데 의외로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잘 버틴다. 차가 받는 스트레스도 크지 않고 타이어 마찰음도 거의 없다. 조용히 끈기 있게 돌아나갔다. 기대 이상이었다.
제타 2.0 TDI의 연비는 18.0km/l. 기름 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요즘,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미덕이다. 게다가 실제 연비와 공인 연비와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폭스바겐의 디젤차를 타는 많은 사람들의 평가다. 연비가 뻥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타는 검소한 인테리어에 합리적인 성능과 기능을 가진 차다. 판매가격은 1.6 블루모션이 3,190만원, 2.0 TDI는 3,490만원이다. 가격이 조금 더 검소하면 금상첨화지만 비싼 수입차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가속성능영국 레이스로직사의 계측기를 부착하고 가속성능을 체크했다.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시작해 가장 빠른 기록을 구했다.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9.57초. 메이커 발표치는 9.5초다. 출발 후 159.37m를 달려 시속 100km를 넘겼다. 시속 200km까지 도달시간은 52.73초, 도달 거리는 2,149.72m 였다. 속도를 높일수록 가속도 그래프 기울기가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동성능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해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의 시간과 거리를 체크했다. 시속 100km에서 체중을 실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가 정지할 때까지 걸린 거리는 44.1m, 시간은 3.78초였다. 2.7초, 시속 5km까지 급격하게 속도를 줄였고 이후에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제동력은 다소 줄어드는 것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뒷좌석 센터터널은 높다. 뒷좌석 가운데 자리가 불편해지는 요소다. 공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앞바퀴굴림 방식인데 이렇게 까지 높을 필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센터터널은 낮을수록 좋다.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를 열면 날카로운 각이 드러난다. 문을 여는 순간 자전거나 오토바이, 보행자가 부딪히면 심하게 다칠 수 있다. 드러나는 라인은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게 안전한 방법이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안전에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시승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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