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필러가 한예슬씨의 시야를 가로막은 것은 아닐까.
얼마 전 문제됐던 여배우 한예슬씨의 사고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회전할 때 시야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우측으로 회전하며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사이드미러가 서 있던 사람과 부딪힌 것이다. 경찰이 뺑소니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 한 점은 논외로 하자.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커브길에서의 시야확보’다.
나사선처럼 꼬인 커브길을 운전할 땐 무척 신경이 쓰인다. 그게 산길이든 도심의 커브길이든 아니면 주차장을 내려가는 길이든 마찬가지다. 차의 진행방향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커브가 이어지는 지하 주차장을 보자. 차는 계속 왼쪽으로 돌아나가지만 정작 운전자의 눈앞에 보이는 건 벽 밖에 없다. 왼쪽으로 트인 공간이 있어 그리로 가면 된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 앞에 뭐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냥 갈 뿐. 주차장 통로인 만큼 진행 방향에 장애물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운전하는 것이다.
주차장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다른 차들과 보행자, 기타 장애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코너를 돌아나가는 데 보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급정거를 해서 차를 세우면 다행이지만 아차하면 사람을 칠 수도 있다.
A 필러가 문제다. 지붕과 이어지면서 앞 유리창의 프레임 역학을 하고 차의 기둥 역할을 하는 게 A 필러다. 이 A 필러가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 그리 두껍지 않은 기둥하나가 시야를 가려봐야 얼마나 가리겠는가 하겠지만 A 필러가 가로막는 시야는 경우에 따라서 꽤 넓다. 특히 좁은 코너에서 그렇다. 실제 운전하다보면 A 필러 때문에 장애물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T자형 길을 예로 들어보면, 우회전을 할 때 우측 진행방향을 살펴야하고, 좌측에서 오는 차들을 동시에 봐야 한다. 눈이 좌우로 바쁘게 돌아가야 하는데 A 필러에 가린 곳이 있나 없나를 신중히 살피지 못할 때가 많다. 쉬운 길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길이다.
운전자의 몸은 고정된 상태다. 핸들을 붙들고 안전띠를 멘 상태여서 더 그렇다. 고정된 몸은 시선도 고정된다. A 필러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눈이 고정되는 것. 따라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진행할 때 A 필러에 가리는 부분을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진행방향을 살펴야 한다. 필요하다면 몸을 크게 움직여 최대한 앞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조건 서행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진행차로의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방향을 틀며 부드럽게 끼어들기위해서 때로는 적당히 속도를 내야 할 때도 있다.
문제의 한예슬 씨의 경우를 보자. 도로에서 주차장을 우회전하며 들어서는데 피해자가 서 있는 곳이 A 필러로 가려질 수 있는 위치였다. 순간적으로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한 씨가 피해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수 있다. 한 씨가 A 필러로 못보는 곳을 보기 위해 머리를 좌우로 움직였거나 속도를 좀 더 줄였다면 사고를 피했을 수 있을 것이다.
코너의 시야를 막는 A 필러의 위험성을 알고 사각지대를 제대로 확인하는 운전자의 요령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