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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프라다 로열티는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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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을까.

현대차가 제네시스 프라다를 내놨다. 2009년 서울모터쇼에 쇼카 형태로 첫 모습을 드러낸 뒤 꼭 2년 만에 판매를 위한 양산차로 만들어진 것이다.

프라다 버전을 포함해서 제네시스는 현대차에게 매우 중요한 차다. 바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가늠할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홈페이지를 보면 에쿠스와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를 럭셔리 모델로 따로 구분해 보여주고 있다. 승용으로 분류되는 엑센트부터 그랜저까지와 차별화하고 있는 것.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렴한 차를 만들던 현대차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메이커로 우뚝 선 지금,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저가 메이커의 이미지를 벗는 것이다. 바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이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그런 소망이 담겨있는 차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세단의 형식을 따라 후륜구동으로 차를 만들었고 차 이름도 창세기를 뜻하는 ‘제네시스’로 지었다. 현대차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자못 비장한 이름이다. 제네시스, 즉 창세기는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는 과정을 서술한 성경의 가장 앞부분이다.

그런 제네시스에 프라다가 더해졌다. 프라다는 모두가 알듯이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다. 제네시스 프라다는 현대차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디딤돌 삼아 제네시스를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됐다.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힘을 이용해서는 결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없다. 프라다는 명품일지 몰라도 현대차에 프라다를 입힌다고 현대차가 명품이 되는 건 아니다.

현대차와 프라다가 함께 만들었다는 제네시스 프라다의 디자인을 보면 기존 제네시스와 이렇다 할 변화를 찾기 힘들다. 기존 제네시스와 차별화되는 요소가 거의 없다는 것. 인테리어를 고급 가죽으로 바르고, 프라다 전용 컬러를 적용하고, 프라다 배지를 단 것 정도다. 굳이 프라다가 아니어도 가능한 부분들로 프라다가 기여한 부분을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프라다에 차가 팔릴 때마다 일정액을 로열티를 지급한다. ‘프라다’라는 이름을 쓰는 값이다. 그게 바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파워다.

하지만 ‘프라다’ 이름값을 할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명품 브랜드라고는 하지만 의류와 신변잡화를 만드는 패션 브랜드가 자동차의 격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어쨌든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프라다는 하나의 시험에 불과하다. 연간 1,200대 한정 판매하는 모델이 성공한다고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서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시도와 도전이 차근차근 쌓여 소비자들을 충분히 설득해낼 때 비로소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제네시스 프라다가 성공한다면 현대차의 이미지는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고 프리미엄 메이커로서의 가능성도 커지는 건 사실이다. 실패해도 현대차는 잃을 게 없다. 프라다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는 있어도 현대차의 이미지가 떨어질 이유는 없다.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로열티는 수업료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원한다. 시장이 인정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있는가하면 스스로 프리미엄임을 자처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기준은 명확치 않다. 하지만 현대차처럼 다른 브랜드의 힘을 빌어 프리미엄급으로 올라선 예는 찾기 힘들다. 적어도 자동차 산업에서는 그렇다.

양질의 노동자들이 구현해내는 자동차 자체의 품질, 소비자의 높은 만족 수준, 제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품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는 능력, 소비자들의 자부심 등이 명품 자동차를 만드는 요소다. 남의 힘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을 바탕으로 사회와 소비자의 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즉 명품은 로열티를 주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대로 말한다면 로열티를 주고 만든 제품이라면 명품 반열에 오를 수 없다.

현대차의 새로운 시도가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 성공신화의 시발점이 될지 이제 시장을 지켜볼 차례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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