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품질은 정몽구 회장만 챙기나.
현대기아차가 9일, 환경부에 일부 SUV의 배기가스 결함 문제에 대한 시정안을 제출했다. 현대기아차의 일부 디젤 SUV가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기준을 초과한다는 환경부의 지적에 대한 대책을 담은 시정안이다. 현대기아차는 해당 SUV들을 무상 수리키로 방침을 정했다.
환경부가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3월. 현대기아차의 대책은 5월에서야 나왔다. 소식을 전해들은 정몽구 회장이 크게 화를 냈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평소 품질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정 회장이 있어 그나마 문제가 조기에 해결됐다는 것은 다행이지만현대기아차의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만일 정 회장이 화를 내지 않았다면 대책마련은 더 늦어졌을지 모른다. 유야무야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생기면 해당 부서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관련부서에서도 크로스 체킹을 통해 이를 보완하며 회사의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번 문제해결 과정을 보면 정 회장만 보인다.
글로벌 네트워크 체제를 갖춘 현대기아차의 품질문제를 정 회장이 모두 체크할 수는 없는 일이다. 회사의 시스템이 살아 움직여 모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너의 눈에 걸린 일부 문제만이 확대돼 보이는 것은 큰 문제다. 품질을 최고로 치는 오너의 마음가짐을 알리는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품질관리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돼야 모든 품질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고 소비자 만족도 높아진다. 어쩌다 오너가 체크하는 문제만 해결되는 것은 전체의 품질 수준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 회장 중심의 회사 체제는 큰 문제다. 정 회장은 ‘품질제일주의’를 외치지만 임직원들은 ‘품질제일주의’를 새겨듣기보다 오너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품질을 챙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의 눈 밖에 나는 순간 짐을 싸서 나가야 하는 조직 문화에서는 소신껏 품질을 챙기기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소비자를 봐야 한다. 현대기아차 임직원들은 정 회장을 무서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무서워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으며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를 제대로 살펴야 하는 것이다. 품질제일주의는 정 회장의 심기를 살피는데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소비자를 정회장처럼 떠받든다면 품질제일주의는 저절로 완성될 것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