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시행에 나선 단일가격제도는 담합인가 아닌가.

현대차가 ‘프라미스 투게더’ 라는 이름의 캠페인에 나섰다. 모든 지점 모든 대리점에서 같은 가격에 차를 파는 정가판매를 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가격 할인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직원간 과다출혈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가판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 제도 정착을 위해 미스터리 쇼퍼까지 동원해 판매 일선에서 정가 판매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고 있다. 판매일선에서는 난리다. 진짜 소비자라면 어떻게든 팔기위해 남모르게 할인을 해주겠지만 덜컥 암행감찰에 걸리기라도 하면 징계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프라미스 투게더’ 캠페인은 공정거래를 가로막는 가격담합 혐의가 짙다. 현대차의 판매망은 현대차 직영 영업소와 더불어 자영업자가 하는 딜러로 구분된다. 현대차가 자사 직영영업소가 아닌 별도 사업자인 딜러에 판매가격을 강요하는 것은 가격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이미 수년전에 유사한 사례로 많은 업체들이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수입업체가 일선 판매딜러에 판매가격과 조건들을 강요하는 것은 가격담합이라는 것이 당시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한국지엠도 내부적으로는 판매 가격 단속을 하고는 있지만 공공연하게 단일가격을 부르짖지는 않는다. 가격담합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알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소비자를 위한다고 한다. 정가제도가 정착하면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혹시 비싸게 사는 게 아닌가하는 피해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일가격제도가 정착하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현대차다. 그동안 가격할인을 더 받을 수 있는 딜러점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이 동일가격이라면 굳이 딜러를 찾을 이유가 없어진다. 전시장 규모가 작고 초라한 딜러점보다 번듯한 대규모 직영전시장을 찾을 확률이 높다. 결국 현대차 직영점으로 고객이 몰리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 직영 영업소 입장에서는 딜러들과 피곤한 경쟁을 할 필요가 사라지는 것이다. 정가 판매로 현대차가 가장 이익을 보는 구조다. 반대로 보면 자영 딜러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
소비자도 별로 이익이 될 게 없다. 할인받을 수 있는 기회비용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값에 차를 샀을 것이라는 구매자의 안심 혹은 신뢰는 모두가 비싸게 차를 사는 하향 평준화일 따름이다. 정가판매를 통해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실체가 없는 소리다. 자동차 메이커는 판매 가격에 상관없이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현대차가 제대로 단일가격제도를 시행하려면영업망을 직영위주로 재편해야 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단일 가격제는 포기해야 맞다. 뭔가를 얻으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게 시장이다. 비용지불없이 열매만 탐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