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배부른 돼지들이갈수록 가관이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단체협약 안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장 근로자 자리를 대를 이어하겠다는 발상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그 자리가 얼마나 편했으면, 얼마나 만족스러운 대우를 받았으면, 얼마나 돈을 많이 받았으면 사랑하는 자녀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싶을까.
그들의 모습에서 탐욕스러운 돼지의 얼굴을 본다. 이미 먹을 만큼 먹어 터질 듯 배부른 돼지의 탐욕이다. 이쯤 되면 이들이 진짜 근로자, 공장 노동자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귀족도 이런 귀족이 없다.
배부른 돼지에겐 이웃을 위한 사랑도, 나보다 못한 이들에 대한 연민도, 동정심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내 배 채우고 내 자식 배를 채우는 일차원적인 욕망 밖에 없다.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비정규직 근로자, 20대 청년 백수, 무기력하게 직장에서 잘려 나가는 사오정들 앞에서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요구는 죄악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현대차 노조의 요구는 철퇴를 맞아야 한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가 아이들에게 번진다. 취직이 보장된 정규직 자녀와 앞날이 깜깜한 비정규직 자녀로 갈리는 것이다. 양반과 상놈으로갈려 신분이 대물림 하던 시대와 무엇이 다른가. 사람 사는 세상이 이런 모습이어선 안 된다.

현대차 노조원의 자녀들을 위해서도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 정규직 근로자를 아빠로 둔 아이들은 꿈을 빼앗길 게 분명하다. 현대차 공장 근로자 자리가 보장된 아이는 굳이 열심히 공부할 이유도, 미래를 고민할 이유도, 장차 뭐가 되겠다는 꿈을 꿀 이유도 없다. 그냥 살다가 공장에 들어가면 된다. 도전도, 비전도 없다. 그런 아이의 학창생활에 무슨 의욕이 있겠는가. 현대차 노조원인 아빠가 아이들의 인생을 망치는 셈이다. 아이들에게도 죄짓는 일이다. 아이들에겐 아이의 인생이 있다.

현대차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선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망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에 대한 과잉복지가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 지엠을 망하게 한 원인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몇 년 사이에 현대차가 큰 폭의 성장을 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고는 해도 언제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엠의 몰락으로 선두에 올라서는 것 같았던 토요타가 위기에 처하기까지는 일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현대차가 천년만년 번영을 누리며 내 자식, 내 자손들의 부귀영화를 보장해 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그건 배부른 돼지의 착각일 뿐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