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CC 블루모션을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골프 1.6 TDI 블루모션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출시하는 블루모션 모델이다. 친환경차 만들기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환경에 대한 걱정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치솟는 기름 값 때문이다. 당장 운전자의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문제여서 식욕 왕성한 차에는 아무리 좋다해도 입맛만 다시는 게 요즘 운전자들이다. 폭스바겐의 친환경 기술은 블루모션으로 정리된다. 디젤 엔진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휘발유 엔진에 비해 연료 소모량이 월등히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타트 스톱 시스템, 에너지 회생시스템 등의 기술을 적용해 최고 수준의 연비를 구현하는 게 블루모션의 핵심이다. 17.1km/l의 1등급 연비를 자랑하는 4도어 쿠페 폭스바겐 CC 블루모션을 시승했다.
폭스바겐은 이 차를 4도어 쿠페로 정의한다. 일반적인 개념으로 4도어는 쿠페와 거리가 멀다. 그냥 세단일 뿐이다. 쿠페는 2도어가 정석이다. 하지만 CC에게 이런 일반적 개념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날렵한 쿠페 스타일에 4도어를 적용했다. 쿠페가 아닌 많은 차들이 디자인을 자랑할 때 ‘쿠페를 닮았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쿠페 디자인이 디자인적 측면에서 아름답고 우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페는 불편하다. 2도어를 적용해 뒷좌석에 드나들기 힘들 뿐 아니라 좁은 공간에 차를 세우면 문을 열기도 쉽지 않다. 차 높이를 낮게 만들고 지붕이 뒤로 갈수록 더 낮아지면서 실내 공간도 좁아진다.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불편함이다. 몸에 끼는 옷이 보기에 좋지만 불편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4도어 쿠페는 이런 불편함을 어느 정도 줄여준다. 뒤에도 문이 있어 드나들기 편할 뿐 아니라 2도어를 4도어로 만들어 문의 크기가 작아진다. 좁은데 주차해도 큰 무리가 없는 것. CC는 날렵한 세단의 모습이다. 정통 2도어 쿠페의 디자인에서는 조금 벗어났다. 낮고 날렵한 모습이 아름답다. 차창은 좁고 선루프는 넓다. 운전석에 앉아 바깥을 보면 작은 TV를 보는 듯하다. 시야에 장애를 받지는 않는다. 의외로 뒷좌석 공간은 좁지 않다. 머리 윗 공간에 약간의 여유가 있다.
깔끔한 디자인은 이렇다 할 기교가 없다. 잔재주를 피우기보다 전체적인 완성도를 추구한 디자인이다.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헤드램프와 그릴이 앞모습을 완성한다. 방향지시등은 헤드램프에서 벗어나 범퍼 아래에 방향지시등과 함께 배치됐다. 프레임이 없는 도어는 세련된 이미지를 전한다. 뒷모습 역시 기교를 절제한 단정한 모습이다. 빨간색 리어램프만이 도드라져 보인다. 트렁크 라인 끝이 살짝 치켜 올라가면서 고속 주행 시 다운 포스를 받는 스포일러 효과를 낸다.인테리어는 독일 병정을 보는듯하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를 직선으로 배치해 다소 딱딱한 느낌을 전한다. 쿠페 스타일의 익스테리어와의 일관성은 없어 보인다. 시트는 몸을 잘 잡아준다. 허벅지 옆 부분을 세워 지지효과를 주는 스포츠 시트는 차가 속도를 낼 때 차와 운전자의 일체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앞좌석 시트는 12웨이 전동조절장치가 있다. 운전자세를 정확하게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히팅 기능은 물론 통풍 기능까지 있어 여름 겨울에 훨씬 쾌적하게 운전할 수 있다.
CC에는 재미있는 기능이 있다. 파크 어시스트다. 아직 생소한 기술이다. 렉서스와 현대차에도 일부 장착되어 있지만 다른 많은 차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기하면서도 편한 기능. 운전이 서툰 이들에겐 알아서 주차해주는 파크 어시스트 기능이 더없이 고맙기도 하겠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 기능에 의지하다보면 운전이 늘지 않을텐데하는 걱정도 없지는 않다.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하면서 파크 어시스트 버튼을 누르면 차를 댈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알려준다. 위치를 찾은 다음엔 핸들에서 손을 떼고 후진 기어를 넣은 다음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만 조심스럽게 조작하면 차가 스스로 핸들을 조정해 주차 공간에 차를 집어넣는다. 버튼을 두 차례 누르면 T자형 주차도 가능하다. 평행주차 상황에서는 탈출 기능까지 더해졌다. 시동을 켜기 전에 차가 빠져나갈 쪽의 방향지시등을 켠 다음 시동을 켜면 된다. 후진 일렬 주차 시에는 앞뒤 간격이 각각 40cm, 일렬 주차 후 탈출 시에는 앞뒤 간격이 각각 25cm만 확보되면 작동한다.
레인 어시스트 기능도 있다. 시속 65km 이상에서 작동하는 이 기능은 룸미러에 내장된 카메라가 차의 위치와 차선을 읽어 방향지시등을 조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이탈 조짐이 있을 때 차선을 넘지 않도록 위치를 잡아준다. 그래도 차선을 넘어설 때에는 차의 속도가 65km/h로 떨어지고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일으켜 운전자의 주의를 촉구한다.
시동을 걸면 속도계와 rpm 게이지가 끝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며 자리를 잡는다. 달리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움직임이다. 시각적으로도 자극적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차의 반응이 놀랍다. 비단길을 미끄러지듯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의 반응이다. 부드럽다. 하지만 늘 부드러운 건 아니다. 속도를 높여 제대로 달리기 시작하면 부드러움은 간데없고 딱딱한 서스펜션이 차의 거친 움직임을 잘 제어해준다.
170마력의 힘은 4,200rpm에서 터진다. 눈여겨 볼 것은 최대토크다. 1,750rpm부터 2,500rpm구간에서 35,7kgm의 토크가 고르게 발휘된다. 일상 주행영역에서 강한 토크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엔진과 궁합을 맞추는 변속기는 6단 DSG다. 다이내믹 시프트 기어박스, 흔히 더블 클러치로 알려진 변속방식이다. 변속타이밍이 수동변속기보다 빨라 동력 손실이 없고 연비에도 큰 도움을 주는 변속기다. 성능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해주는 신통한 놈이다. 핸들은 3회전한다. 성능과 승차감을 두루 배려하는 무난한 조향비다. 재미있는 건 스타트 스톱 시스템. 달리던 차가 신호등에 걸려 멈추면 스르르 시동이 꺼진다. 굵은 엔진 소리를 내며 달리던 차가 갑자기 숨을 멈추고 심장도 멈춘다. 어색한 정적이 실내를 감싸는 묘한 느낌이란… 생소하고 재미있는 반응이다. 연비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한 방울의 기름도 헛되게 쓰지 않겠다는 의지가 만들어낸 자린고비 기술이다. 잘 달린다. 170마력의 힘을 알차게 쓴다. 여유 있는 힘도 낭비라고 여기는 것일까. 주어진 힘을 꽉 차게 사용하는 야무진 성능이 대견하다. 180km/h를 넘나드는 고속에서 차의 흔들림은 크지 않다. 완성도 높은 독일차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타이어는 셀프 실링 모빌리티 타이어다. 펑크가 나도 스스로 틈새를 막아주는 신통한 타이어다. 최대 5mm의 구멍까지 커버해준다. 런플랫 타이어에서 진일보한 타이어다. 당연히 스페어타이어는 없다. 국내 판매 가격 5,190만원. 쿠페의 아름다움에 세단의 무난한 기능을 함께 누리는데 더해 1등급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17.1km/l의 연비는 이 차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강한 성능에 유니크한 디자인, 무엇보다 완성도 높은 프리미엄 차라는 독일차의 이미지는 사실 폭스바겐 보다는 벤츠 BMW 아우디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만들어 놓았다. 폭스바겐은 ‘오리지널 저먼’ 이라는 카피로 독일차의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조금은 얌체 같아 보이기도 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도어를 열면 모서리가 날카롭게 드러난다. 앞도어는 물론 뒷 도어는 더 예리한 각을 보인다. 위험하다. 차에 타고 내릴 때 승객이 다치거나 옷이 걸려 상할 수 있다. 뒤에서 따라오던 자전거나 보행자, 오토바이 등이 이 예리한 각에 부딪히면 상해가 훨씬 크겠다. 앞바퀴 굴림이지만 뒷좌석 중앙의 센터터널이 높다. 뒷좌석 바닥 공간이 좁아지는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