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대의 스포츠카가 있다.
렉서스 IS F와 캐딜락 CTS-V다. 캐딜락과 렉서스 모두 이 차를 스포츠카로 부르지는 않는다. 캐딜락은 슈퍼세단, 렉서스는 인크레더블 퍼포먼스 세단으로 CTS-V와 IS F를 부른다. 표현은 다르지만 결국 성능을 강조하는 스포츠카의 범주에 묶을 수 있다. 렉서스와 캐딜락이 자사의 기술을 집중해 정성들여 만든 차다. 지난해 한국에 건너온 두 모델은 많이 팔리는 인기모델은 아니지만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끄는 차종이다.
스포츠카는 꿈이다. 차를 만드는 메이커에겐 최고의 기술을 동원해 멋진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고, 소비자에게는 평생을 걸려서라도 갖고 싶고 타고 싶은 꿈의 차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건 스포츠카의 길이 아니다. 스포츠카의 정도는 빠르게, 다이내믹하게, 멋있게 달리는 것이다. 말이 쉬워 스포츠카지 쉽게 만들 수 있는 차는 아니다. 빠른 속도로 달린 다는 것은 고속에서도 안정감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큰 힘만으로는 제대로 된 스포츠카를 만들 수 없다. 그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고속에서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서스펜션과 타이어, 주행안정장치들, 브레이크 등이 있어야 한다.
빨리 달릴 수 있는데 차가 흔들린다면, 타이어가 견디지 못하면, 무엇보다 빠른 속도에서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힘은 의미 없다. 스포츠카는 기술의 종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스포츠카는 기술이다. 렉서스 IS F와 캐딜락 CTS-V는 브랜드의 라인업에서 가장 막내 차종을 기본으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IS F는 렉서스 IS를, CTS-V는 CTS를 각각 기본으로 만들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만드는 스포츠 세단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가 아니라 고급 세단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가 별도로 스포츠 버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해 한국에 건너온 두 모델은 많이 팔리는 인기모델은 아니지만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끄는 차종이다. 캐딜락 CTS-V와 렉서스 IS F 를 일대일로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것은 캐딜락 CTS와 렉서스 IS를 동급에 놓고 비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차체의 크기도, 엔진의 출력과 차의 가격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차는 종종 비교된다. 국내 시판되는 많지 않은 스포츠카 중에서 그나마 서로 비교할 만한 차종 이어서다.
캐딜락 CTS는 4,845mm로 중형급 사이즈다. 현대 쏘나타보다 조금 큰 정도. IS F는 작다. 4,660mm로 르노삼성의 SM3보다 조금 크다. 차의 크기로만 본다면 중형과 준중형급 정도의 크기를 가졌다. 캐딜락 CT-V는 화려하고 공격적인 디자인이고 렉서스 IS F는 단정하고 보수적인 모습이다. 매시타입 그릴 한 가운데 렉서스 엠블럼, 잘 다린 군복처럼 날을 세운 모습, 세로로 배치해 안정감보다 동적인 느낌이 강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등이 캐딜락 CTS-V의 특징을 이룬다.
렉서스 IS F는 과장이 없는 단정한 모습이다. IS F임을 알리는 F 로고를 빼면 이렇다 할 디자인 특징을 찾기 힘들다. 캐딜락과 렉서스라는 브랜드 차이에 기인한다. 크다고 할 수 없는 캐딜락 CTS-V와 렉서스 IS F는 그러나 엄청난 괴력을 가졌다. 눈에 보이는 차의 크기로만으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어울리지 않는 힘이다.
CTS-V는 수퍼차저와 인터쿨러를 장착해 556마력의 최고출력을 가졌다. IS F도 이보다는 작지만 무려 423마력의 힘을 낸다. 크기가 작다고 우습게보면 안 된다. 마력당 무게비를 계산해보면 캐딜락 CTS-V가 3.5kg, 렉서스 IS F는 4.1kg에 불과하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슈퍼카로 이들을 불러도 손색없는 힘과 효율이다. 숫자만 봐도 두 차의 가속력이 대단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두 차 모두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시트가 몸을 밀고 나가는 짜릿함이 몰려온다. 날개를 달면 틀림없이 하늘로 날아오를 기세다. 캐딜락 CTS-V가 조금 더 파워풀한 느낌이지만 IS F도 이에 뒤질세라 마음껏 괴력을 뽐냈다.쭉뻗은 직선로에 두 차를 올려놓고 가속 테스트에 나섰다. 도로는 경사가 없는 평지였고 동일한 드라이버가 핸들을 잡았다. 차만 바뀌고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태.
먼저 캐딜락 CTS-V에 올랐다. 화려한 계기판과 조절 버튼들이 운전석 주변에 배치됐다. 운전할 기분을 잔뜩 자극하는 인테리어다. 정지 상태에서 D 레인지에 세팅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휠 스핀이 일어났다. 바퀴 정렬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출발하는 순간 좌우로 심하게 미끄러진다. 엄청난 힘이 순간적으로 발휘되면서 차체가 순간적으로 균형을 놓치는 것. 하지만 곧 직진 주행을 이어간다.
심장이 터질듯 엔진은 회전속도를 올려가고 운전자의 심장도 박동수를 높인다. 차와 드라이버의 일체감. 좀처럼 느끼기 힘든 짜릿함을 전했다. 계측기로 측정한 제로백 타임은 4.67초. 거리는 69.24m다. 불과 70m도 안 달려서 시속 100km로 속도를 끌어올린 것. 500마력 이상의 힘을 갖고 있고 5초 이내로 제로백을 끊으면 슈퍼카 반열에 오를만한 성적이다.
렉서스 IS F는 출발이 부드럽고 힘찼다. 강한 힘은 VDIM(Vehicle Dynamics Integrated Management ; 차량 동력학 통합제어시스템)이 적절하게 컨트롤한다. 강한 힘을 제대로 컨트롤해야하는 스포츠카의 기본을 갖춘 셈이다. 게다가 8단 자동변속기가 힘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8단 다이렉트 시프트 트랜스미션은 0.1초 만에 변속을 완성한다. D 모드에서는 거칠지 않고 부드럽게, ‘렉서스다운’ 변속이 이뤄진다. 쇼크를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수동 변속모드인 M을 택하면 미처 다 걸러내지 못한 변속 쇼크가 운전자의 몸을 쿨렁 거리게 한다. 변속이 이뤄질 때마다 몸이 쇼크를 느껴야 하는 것.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스포츠카의 야성이 살아있다. D모드에서는 얌전하고 부드러운 차가 M으로 세팅하면 거칠고 터프하게 변한다.
계측기는 IS F의 제로백 타임을 5.16초로 읽었다. 시속 100km를 주파하는 데 필요한 거리는 고작 78.23m에 불과했다. 메이커 발표치는 4.8초다. 기록을 비교해보면 캐딜락 CTS-V의 승리다. 0.49초 차이로 앞섰다. 시속 200km로 확대해보면 17.03초와 13.74초로 차이는 더 벌어진다. 하지만 가속되는 동안의 느낌은 IS F가 조금 더 안정적이다.
출발할 때 나타나는 박빙의 차이는 시속 60km를 넘기면서 격차를 벌렸다. 캐딜락 CTS-V가 시속 200km를 지날 때 렉서스 IS F는 시속 180km를 주파하고 있음을 그래프는 보여주고 있다. 제동성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퍼포먼스 세단의 키포인트는 가속력보다 제동력에 있음을 두 차는 잘 보여주고 있다. 캐딜락 CTS-V의 제동력은 2.62초, 36.51m로 측정됐다. 렉서스 IS F는 2.65초, 35.99m.
박빙의 승부는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캐딜락 CTS-V는 수퍼세단의 면모를 일관성 있게 보여준다. 강하고 단단한 맛이 시종일관 이어진다. 적당한 엔진 소음은 질주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캐딜락 CTS-V에는 자기 유동체(MR Fluid) 전자 제어 기술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시스템이 있다. 노면 상태를 1000분의 1초 단위로 감지하여 댐핑력을 단단하게 혹은 부드럽게 조절해주는 시스템이다. 또한 가속, 스티어링, 제동과 같은 운전자의 조작까지 감지함으로써, 더욱 빠르게 반응하는 댐핑 조정력을 바탕으로 최적의 퍼포먼스 드라이빙을 실현해준다.
브렘보 퍼포먼스 디스크 브레이크가 기본 장착돼 환상적인 가속력에 걸맞는 제동력을 확보해준다. 렉서스 IS F는 양면성이 있다. 8단 변속기를 자동으로 하면 부드러운 렉서스의 특성이 살아나지만 수동모드로 하면 쇼크와 소음이 살아난다. 쇼크와 소음은 렉서스 브랜드에서는 절대 금기사항이다. 하지만 금기인 쇼크와 소음이 살아나면서 스포츠카로서의 IS F가 완성된다. IS F가 렉서스의 반전인 이유다. IS F 전용 서스펜션, 최적의 차량 컨트롤을 바탕으로 다이내믹한 스포츠 주행을 도와주는 스포츠 VDIM, 강력한 제동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브렘보 브레이크 및 BBS 19인치 단조 알루미늄 휠 등이 IS F의 성능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두 차를 갖고 싶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지갑을 열어야 한다. 돈이 꿈을 실현해주는 건 현실이다. 캐딜락 CTS-V는 1억 500만원, 렉서스 IS F는 8,800만원이다.
렉서스 IS-F
캐딜락 CTS-V
시속(km/h)
시간(초)
거리(m)
시간(초)
거리(m)
0
0
0
0
0
10
0.42
0.59
0.44
0.64
20
0.86
2.39
0.88
2.44
30
1.34
5.73
1.28
5.21
40
1.76
9.89
1.69
9.15
50
2.17
15.01
2.1
14.34
60
2.72
23.5
2.54
21.14
70
3.32
34.19
3
29.41
80
3.87
45.68
3.48
39.29
90
4.45
59.35
4.04
52.67
100
5.16
78.23
4.67
69.24
110
5.99
102.34
5.34
88.89
120
6.79
127.91
6.02
110.58
130
7.64
157.36
6.74
135.59
140
8.58
192.96
7.49
163.65
150
9.75
240.02
8.32
197.01
160
10.89
288.88
9.28
238.35
170
12.13
345.98
10.3
285.3
180
13.55
415.16
11.37
337.17
190
15.21
500.36
12.5
395.3
200
17.03
598.85
13.74
462.7
시승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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