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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SUV 쉐보레 캡티바

쉐보레 캡티바가 출시됐다. 지엠대우 윈스톰 후속모델이 쉐보레 뱃지를 달고 나온 것이다.

2.2리터 디젤엔진과 2.4리터 가솔린 엔진 등 두 종류의 엔진에 5인승과 7인승 두 종류의 보디 스타일로 라인업을 이룬다. 시승차는 2.2 리터 디젤엔진을 얹은 7인승 최고급 모델이다. 캡티바 출시로 쉐보레의 라인업은 더욱 풍부해졌고 SUV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윈스톰보다 길어졌다. 4635mm에서 4670mm로 35mm가 길어졌다. 휠베이스는 2705mm로 그대로다. 디젤엔진은 2.0에서 2.2로 배기량이 커진데 힘입어 엔진출력은 150마력에서 184마력으로 세졌다. 2.4 가솔린 엔진의 출력은 168마력. 디젤에 커먼레일에 인터쿨러 터보를 얹어 가솔린보다도 더 큰 힘을 내게 만들었다. 요지는 길어졌고 힘도 세졌다는 것.

워커힐 호텔에서 남양주 영화촬영소까지 왕복하며 캡티바의 면면을 살폈다.

캡티바라는 이름은 잡아당기다, 잡아끈다는 ‘캡처’에서 온 이름이다.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차이고 싶은 희망이 담긴 이름이기도 하다.

한국지엠은 캡티바의 당당한 프런트 마스크를 강조했다. 김태완 부사장의 말이다. “심장을 바꿨다. 디자인도 여기에 맞춰 자신감 있는 프런트를 강조했다”는 것. 넓게 배치한 듀얼 메쉬 그릴 한 가운데 쉐보레의 나비넥타이를 올려 남성적 매력을 물씬 풍긴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윈스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정된 범위 안에서 디자인 변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외형이 주는 임팩트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열심히 운동해서 가슴을 키우고 뱃살도 빼며 몸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야속하게도 사람들은 이를 몰라주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차에 오를 때 밟고 올라설 수 있는 사이드 스텝이 적용됐다. 다소 높은 운전석에 오를 때 편하다. 특히 치마를 입은 여성이 차에 오르내릴 때 유용하겠다.

실내는 여유 있다. 2열 공간도 넉넉하다. 3열 시트는 평소에 접어두고 필요할 때 설치하면 된다. 2, 3열 시트는 모두 접을 수 있어 화물차로 이용할 수도 있다. 뒷창은 도어 전체를 열지 않고 유리창만 열 수 있는 플립업 기능이 있다. 차가 멈춘 상태에서 운전석 윈도 버튼과 함께 자리한 버튼을 누르면 뒷 유리창만 살짝 들어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사륜구동을 선택하면 험한 길도 편하게 다닐 수 있어 요모조모 쓰임새가 많다.

센터페시아는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있는 상단과 그 아래 부분으로 구분된 2단 구조다. 오디오와 공조 스위치는 핸들에도 붙어있어 운전하면서 핸들에서 손을 뗄 일이 적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을 만지는 손의 느낌이 좋다. 감성품질을 고려해 소재를 택했다. 스티어링휠은 조금 크고 두께는 얇다. 손이 작은 사람도 부담없이 잡을 수 있다. 완전히 감으면 2.8 회전한다. 조금 타이트하게 세팅된 조향비로 보이지만 실제 운행할 때에는 민첩하기 보다 여유있는 느낌이 크다. 큰 차체를 컨트롤하기에 예민한 핸들은 부담스럽다. 이처럼 조금 여유있는 조향감이 맞는 선택이다.

조립품질은 아주 만족스럽다. 부품의 이음새, 촉감, 마무리 등이 야무지다. 각 부분들이 꽉 짜여져 있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조립품질만으로 놓고보면 캐딜락에 떨어지지 않는다. 지붕과 앞 유리창 사이의 이음새로 틈새가 벌어지지 않게 잘 마무리 했다. 이 부분은 이른바 프리미엄 브랜드를 자처하는 차들에서도 허술한 경우가 아주 많은데 캡티바는 제대로 신경을 썼다.

한국지엠은 캡티바가 조용하다고 강조했다. 차음 유리를 채택하고 도어트림, 센터콘솔 등 차량 전반에 어쿠스틱 패키지를 적용해 실내 소음 유입을 대폭 차단했다는 설명이다. 바람소리의 실내유입은 확실히 줄었다. 시속 80km에서 바람소리는 거의 안들렸고 100km/h를 지나면서 A 필러와 지붕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는 정도다. 엔진소리는 실내에서도 제법 들린다. 특히 가속할 때 엔진 소리가 실내로 파고든다. 완전 차단이 힘든 게 엔진소리인 만큼 소리를 조금 더 듣기 좋게 튜닝하는 게 좋겠다.

로드 노이즈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고속주행을 하면 바람소리와 엔진 소리가 섞여 들릴 뿐 기타 잡소리는 거의 없다.

184마력의 힘은 부족함이 없다. 1,825kg에 달하는 작지 않은 체구를 끌고 가속하는 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힘 있는 가속감은 아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체가 반응하는 데 시간차가 있다. 아마 이 차를 운전하다가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는 다면 바로 이런 가속특성 때문이다. 일단 탄력을 받으면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앞장서서 힘 있게 끌고가는 느낌이라기 보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밀려가는 느낌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700으로 낮은 수준이다. 6단 자동변속기가 액티브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연비와 승차감을 우선 배려해 차의 움직임을 얌전하게 조율하는 느낌이다. 수동변속모드에서 1단은 50km/h, 2단은 80km/h, 3단은 120km/h, 4단은 160km/h까지 각각 가속한다. 이때 rpm은 4,000을 조금 넘기는 데 운전자가 직접 시프트업을 하기 전에는 변속이 안된다. 수동모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가속페달에 킥다운 버튼은 없다.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중간에 걸림이 없는 것. 경제운전을 위해서도, 또한 다이내믹한 운전의 묘미를 위해서도 킥다운 버튼은 있는 게 좋을 듯하다.

정지상태에서 급가속을 해도 휠스핀은 일어나지 않는다. 첨단 전자식 주행안정 제어장치(ESC: Electronic Stability Control system)을 기본 장착한 덕이다. 캡티바에는 이밖에도 회전 시 차량의 전복을 방지하는 ARP (Anti-Roll over Protection), ABS, 미끄러운 길에서 타이어가 헛도는 것을 방지하는TCS(Traction Control System), 급제동시 제동거리를 줄여주는BAS(Brake Assist System), 급제동 경보 시스템 (ESS: Emergency Stop System) 등이 적용됐다. 이런 전자장치들은 운전자가 미처 대응하기 힘든 위급상황에서 차의 거동을 안정시켜주며 안전운전을 돕는다. 미끄러운 길, 노면 마찰력이 전후좌우 제각각인 길, 코너 등 일반적이지 않는 길에서 빛을 발하는 장치들이다.

전체적으로 캡티바는 무난했다. 차의 스타일도, 성능도, 상품성도 그렇다. 일부 소수의 입맛에 맞추기보다 보다 많은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무난함을 택한 것으로 풀이하고 싶다. 짜고 매운 맛보다 심심한 듯 은근한 맛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아쉬운부분은 있다. 무난한 가운데에서도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한 방’이 없는 것은 아쉽다. 임팩트가 없는 것이다.

캡티바를 기다리는 경쟁자들은 SUV 시장을 평정해온 싼타페와 쏘렌토다. 어쩌면 같은 쉐보레의 형제차 올란도와 경쟁할 수도 있다.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은 고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쉐보레 캡티바 디젤 모델은 2륜 구동과 4륜 구동 모델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각각 두 가지 트림으로 제공된다. 캡티바 7인승 디젤모델은 LS 모델 일반형(MT) 2,553만원 (2륜 기준), LT모델(AT) 2,941만원 (2륜 기준), LTZ모델(AT) 3,584 만원 (4륜 기준)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가죽 시트는 미끄럽다. 브레이크를 조금 세게 밟으면 엉덩이가 미끌거린다. 가죽의 재질을 좀 더 세심하게 선택하면 좋겠다. 핸들의 떨림도 아쉬운 부분이다. 디젤엔진이 시끄럽고 진동이 있다는 건 이제 옛말이다. 캡티바 역시 변속레버로는 진동이 전해지지 않는다. 핸들은 그렇지 않았다. 잡고 있으면 잔잔하게 전해지는 진동이 계속된다. 떨림은 크지 않은 수준이지만 운전하는 동안 내내 신경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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