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3시리즈 컨버터블을 신형으로 교체했다. 328i와 335i 두 개의 컨버터블 내놨는데 그중 335를 골랐다. 하드톱 컨버터블이다. 하드톱은 이제 컨버터블의 주류로 확실하게 자리 잡는 느낌이다. 소프트 톱을 고집하는 차들이 하나 둘 하드톱으로 전향해오고 있다. BMW도 그랬다. 3시리즈의 경우 이전 모델부터 하드톱을 적용하고 있다.
하드톱은 깔끔하다. 천을 사용하는 소프트 톱은 고전적인 낭만은 있을지 모르나 깔끔한 맛은 덜하다. 하드톱은 지붕을 덮고 있는 동안에는 컨버터블처럼 보이지 않는다. 도로 위를 달리는 많은 차들 중 하나일 뿐이다. 지붕을 열면 “짠”하고 컨버터블로 변신이 이뤄진다. 길 위에서 하늘을 지붕 삼아 달리며 마음껏 자유를 호흡할 수 있는 차로 변하는 것.

화려한 컨버터블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하드톱 덕분이다. 한 대로 두 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 있는 일이다.

3시리즈 컨버터블은 디자인이 일부 변경됐다. 헤드램프, 키드니 그릴, 후미등 주변이 조금씩 변했다. 리어콤비네이션 램프에는 LED 램프가 적용됐다. 시인성이 높고 반응시간도 빨라 안전에 도움이 되고 에너지 효율도 높다는 램프다.

와인 컬러로 섹시한 자태를 뽐내는 차를 시승차로 받았다. 335i 컨버터블이다. 받자마자 냅다 달렸다. 이 처럼 멋있고 나이스한 차를 세워두는 건 죄다. 일단 달려주는 게 예의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소리가 저만큼 앞서 달리며 차를 끌어당긴다. 시트가 몸을 밀고 나가는 것을 실감한다. 한 옥타브 위로 올라가는 엔진 소리가 싫지 않다. 바이터보를 장착했지만 타임랙은 심하지 않다. 저속에서도 대응하는 터보를 얹어 타임랙을 막으려 했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약간의 타임랙은 느껴진다.

거침없는 가속은 짧은 구간, 짧은 시간에 시속 200km를 넘본다. 시속 200km를 넘겨도 가속은 힘겹지 않다. 힘은 여유 있고 차체는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간다. 50km/h 에서의 가속감과 150에서의 가속감이 다르지 않다. 고속에서도 팽팽한 가속감을 유지한다. 힘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붕을 닫은 상태에서 바람소리는 150km/h 이상서부터 점점 강하게 들린다. 소프트 톱이었으면 바람소리는 훨씬 더 강하게 들렸을 것이다.

엔진소리는 날카로운 편이나 찢어지며 자극하는 소리가 아니다. 잘 튜닝된소리가 듣기 좋을 정도다. 120km에서 잔잔한 바람소리가 들린다. 노면마찰음이 유입되는 정도다. 엔진은 잔잔하다. 아주 조용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듣기 좋을 정도의 소음들이 실내로 유입된다.

335i의 엔진 배기량은 3.0리터다. 최고출력 306마력은 6,500rpm에서 터지고 최대토크 40.8kgm는 1,250rpm에서부터 5,000rpm까지나온다. 차가 움직이는 대부분의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한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차체의 강성과 제동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고속에서도 차체는 흔들림이 덜하고 하드한 서스펜션은 안정적으로 차체를 제어하며 여유만만한 자세를 가능하게 한다. 덕분에 고속에서도 불안함이 덜했고 그만큼 더 달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고속주행의 기본기를 갖춘 셈이다.

브레이크는 필요할 때 차체를 확실하게 장악했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하면 3초가 채 되지 않아 완전히 멈췄다. 확실한 브레이크가 있어서 좀 더 강하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시속 100km에서 2000rpm을 정확하게 마크한다. 무난한 수준이다. 7단 더블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얹었는데 조금 더 낮은 rpm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잘 달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차인만큼 너무 얌전한 반응도 어울리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핸들을 완전히 감아도 두 바퀴를 돌릴 수 없다. 1.8 회전하고 멈춘다. 대단한 조향비다. 바로 액티브 스티어링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저속과 고속에서 반응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스티어링 반응이 매우 민감한 편이다. 저속에서 핸들을 이리 저리 돌리면 차의 머리가 획획 돌아간다. 오토바이 핸들처럼 일대일 조향비를 가진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손에 쏙 들어오는 형상의 변속레버의 시프트 업다운 방향이 가끔 헷갈린다. 대다수의 다른 차들과 달리 엔진룸 쪽으로 밀면 시프트다운, 차 뒤쪽으로 당기면 시프트 업이다.

차의 성능은 코너에서 나온다. 강하게 몰아도 차는 여유 있게 안정적으로 코너를 공략한다. 운전자는 잔뜩 긴장해 속도를 높여보는데 차는 이 정도 쯤이야 하면서 여유 있게 돌아 나온다. 코너에서도 시트가 운전자 몸을 잘 지지해줘 훨씬 안정감 있는 느낌을 받는다. 차의 안정감을 확보하는 데 서스펜션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시트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335i컨버터블의 시트는 훌륭했다. 균형 있는 차의 무게 배분도 차의 안정감을 확보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뒷바퀴 굴림 방식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뒤에서 미는 힘을 몸이 느낀다.

듣는 즐거움도 크다. 하만카돈의 오디오를 적용해 귀에 착착 감기는 소리를 내뱉는다. 지붕을 열고 음악을 들어도 바람소리에 크게 방해받지 않고 잘 들렸다.

다이내믹 이피션트는 이 차에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BMW의 노력은 한 방울의 에너지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 차에는 브레이크 재생장치까지 적용됐다. 힘과 효율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느껴진다.

지붕을 열면 실내로 바람이 쏟아진다. 양옆의 창을 올리면 그나마 낫다. 속도를 올릴수록 터질 것 같은 가슴, 흐트러지는 머리, 강한 가속감은 오픈 드라이빙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그래도 컨버터블을 제대로 즐기려면 무작정 달리기보다는 창 밖 풍경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눈을 위한 속도’로 달리는 게 중요하다. 최대 100km/h 정도의 속도면 차창 밖 경치를 즐기면서 이동하기에 좋은 속도다.

솔직히 말하면 여름에 타는 컨버터블은 질색이다. 작열하는 태양에 맨몸을 노출해야 해서다. 시승하는 날도 폭염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뜨거워 애를 먹었다. 뜨거운 날에는 낭만도 멋도 필요 없다. 지붕 닫고 시원하게 달리는 게 최고다. 지붕을 여닫을 땐 차를 세우고 버튼을 누르기만하면 된다. 다른 별도의 조작은 필요 없다. 차를 세울 것.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고 있을 것. 이 두 가지가 지붕을 열기 위해서 운전자가 해야 하는 전부다.

남의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 오픈 드라이빙을 하다가 지붕을 닫고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이 차의 장점이다. 바람을 즐기는 ‘끼’와 일상에서의 ‘품격’을 가진 차다. 거기에 더해진 날카로운 조향감은 운전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즐거울 수밖에 없는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차를 세워야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시속 30km 전후로 서행하면서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으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많은 컨버터블 차들이 움직이는 상태에서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 BMW 335i도 그랬으면 좋겠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했을 때 2.81초만에 차가 멈췄다. 정지거리는 38.09m

0-100km/h 가속 시간은 6.82초였다. 메이커 발표치는 5.7초로 약1.12초 차이가 났다. 200km/h까지는 26.87초, 994.2m가 소요됐다. 최고출력 (마력/rpm) 306/5,800최대토크 (kgm/rpm) 40.8/1,200~5,000구동방식 FR트랜스미션 7단 AT 더블클러치0-100km/h (초) 5.7길이x너비x높이(mm) 4,580×1,782×1,384승차정원 (명) 4가격(만원) : 9,140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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