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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의 꼬마 하이브리드 CT 200h

한국시장에 일찌감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던 렉서스가 또 하나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들여왔다. CT200h다. 이 차는 하이브리드 전용모델이다. 세단 혹은 SUV를 베이스로 하이브리드 기능을 더한 기존 모델들과 달리 아예 처음부터 하이브리드 차종을 만든 것. 따라서 같은 이름의 세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렉서스의 새로운 주력차종으로 주목받는 꼬마 하이브리 CT 200h를 탔다. 콤팩트 트랜디 하이브리드와 콤팩트 럭셔리 하이브리드 두 차종이 출시됐다. 시승차종은 CT200h 콤팩트 럭셔리 하이브리드로 상위 모델이다.

영락없는 렉서스의 모습이다. 바란 바탕의 렉서스 엠블럼은 이 차가 하이브리드카임을 말해주는 요소다. 부드럽게 흐르는 선들이 그릴 주변에서 날카로운 각들을 만들어 낸다. 헤드램프, 그릴 윗부분의 크롬 장식의 모서리가 제법 날카롭다. 자칫 밋밋하게 흐르는 디자인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포인트다. 보닛 가운데 있는 듯 없는 듯 3개의 라인이 살짝 그어졌고 쫑긋 세운 귀처럼 사이드 미러가 배치됐다. 옆모습은 단단하다. 215 45R 17 사이즈의 타이어가 휠 하우스를 꽉 채웠다. 창은 좁게 차체는 두껍게 배치했다. 뒷문 아래쪽에 파란색 하이브리드 마크가 있다. 루프에 스포일러를 이어 붙였다. 챙이 짧은 모자를 쓴 듯하다. 트렁크 라인은 턱이 있다.해치백으로 보일 것을 우려해서일까. 뒤창에서 트렁크가 살짝 튀어나왔다. 뒤창 역시 좁은 편. 하지만 시야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길이 4,320mm로 크지 않다. 현대차 엑센트보다 50mm가 짧다.

인테리어에는 생소한 부분이 있다. 바로 변속레버와 리모트 터치 컨트롤. 먼저 변속레버. 평소 접하던 것과 다른 형태다. R-N-D가 있고 우측 아래로 B 모드가 있다. P모드는 변속레버에선 사라졌고 대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버튼이 배치됐다. B 모드는 엔진 브레이크나 가속할 때 택한다. 구동력이나 엔진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릴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연비를 중시하는 하이브리드차라는 성격에 맞게 강한 힘 보다는 부드럽고 유연한 변속감에 중점을 뒀다. 전자식 무단 변속기는 전 속도 영역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부드러운 변속으로 엔진을 뒷받침한다.

리모트 터치 컨트롤은 마치 볼 트랙 마우스처럼 작동한다. 오른손을 갖다 대면 손에 착 달라붙는다. 이를 통해 센터페시어 모니터를 통해 나타나는 정보를 선택해 볼 수 있다. 렉서스의 특징적인 부분 중 하나다. 에코 노멀 스포츠 모드를 택할 수 있고 별도로 EV 모드도 있다. 심야에 조용한 주택가에서 이동할 때 EV 모드를 택하면 좋다. 스파이가 이 차를 탄다면 소리없이 이동할 때 유용하겠다. 시속 45km 미만의 속도에서 최대 2km 가지 EV 모드로 움직일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옮기면 핸들 반응이 조금 무거워지고 엔진 스로틀도 민첩하게 반응한다. 차량 안정화 및 구동력 제어 시스템도 활성화된다. 전체적으로 예민하고 강하게 반응할 준비를 하는 것.

CT 200h에는 퍼포먼스 댐퍼라는 생소한 장치가 새로 추가됐다. 앞 뒤의 좌우측 서스펜션 윗 부분을 연결하고 그 사이에 댐퍼를 배치한 것. 퍼포먼스 댐퍼가 소음과 진동을 확실하게 줄여 차의 성능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한다고 렉서스는 설명했다.

렉서스는 에어로다이내믹에도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다. 렉서스 특유의 조용함을 구현하기 위해 바람을 잡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CT 200h의 보디는 물론 하체에도 공기의 흐름을 잡아주고 소음발생을 억제하기위한 ‘공기역학적 조치’들을 했다. 렉서스다움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렉서스가 CT200h를 만들며 강조한 핵심가치는 二律雙生(이율쌍생)이다. 공존하기 힘든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경지를 만들어간다는 것. 즉, 역동성과 편안함을 함께 추구하면서 CT 200h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비단 렉서스만의 가치는 아닐 것이다.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주행성능과 승차감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나름대로의 판단에 따라 차를 만들어 낸다. 대중적인 차들은 그 둘 사이에서 타협을 하고, 프리미엄이라 자부하는 차들은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화합시킨다. 렉서스는 높은 수준의 승차감에 먼저 기준을 잡고 주행성능을 세팅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CT200h는 시동을 건다라기보다 스위치를 켠다는 느낌이다. 시동 버튼을 눌러도 차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엔진은 공회전하지 않은 채 잠잠하다. 주의를 기울여 보면 계기판에 ‘ready’라는 표시등이 켜지지만 이를 놓치면 시동이 걸린 줄 모르고 다시 버튼을 누르게 된다. 어색함. 이미 많은 하이브리드카를 접했던 기자지만 여전히 하이브리드차를 탈 때엔 이런 어색함을 느낀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이 아닌 또 다른 방식에 적응을 시작할 때 느끼는 어색함이다. 시동을 켤 때, 브레이크를 밟을 때, 전기모터로 달릴 때, 그리고 멈출 때 느끼는 어색함에 혼자 계면쩍은 웃음을 흘린다.

CT200h는 99마력짜리 1.8리터 직렬4기통 가솔린 엔진에 82마력짜리 전기모터와 파워 컨트롤 유닛이 엔진룸에 자리했고 뒤차축 위로 배터리팩이 자리했다. 엔진과 모터로 만들어내는 전체 출력은 최고 136마력이다. 후륜구동을 선호하는 렉서스지만 CT200h에는 앞바퀴굴림방식을 적용했다. 다른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카 처럼 CT 200h도 풀 하이브리드 방식을 따랐다.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동력으로 작동하는 것. 즉, 모터의 힘만으로 차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점이다.

발자국 소리조차 남기지 않는 닌자처럼, 어둠 속을 미끄러지는 유령처럼 엔진 소리 없이 지하 주차장을 벗어났다. 타이어가 구르는 소리 정도만 들릴 뿐 엔진 소리 없이 차가 움직이는 느낌은 멍한 듯, 이세상이 아닌 듯 묘한 여운을 남긴다. 가속 페달을 조금 깊게 밟으면 비로소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익숙한 반응이 전해진다. 엔진 소리가 반갑다. 차가 정지하기 직전에도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차에서 느끼던 소리가 아닌 지하철에서 접했던 소리다. 전기 모터가 회전을 멈추며 내지르는 ‘웅~’하는 소리다. 차에서 이 소리를 듣다니. 재미있다.

모니터를 통해 동력의 흐름을 보며 운전하면 저절로 경제운전을 하게 된다. 엔진을 가급적 덜 사용하게 운전하는 것.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요즘 연비는 가장 큰 미덕이 된다. 이 차이 연비는 25.4km/l로 탁월하다. 군계일학이다. 15.0km/l 이상이면 1등급인데 이쯤 되면 1등급 안에서도 뭔가 차별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25.4lm/l와 15.0km/l가 같은 1등급이라면 불공평하다.

스포츠 모드를 택했다. 파란 바탕이던 계기판이 빨갛게 변한다. 시각적으로 차의 상태를 표시해주는 것. 혹시나 무의식적으로 스포츠 모드로 달린다면 계기판의 바탕색만으로도 알아챌 수 있다. 물론 빨간색의 자극을 받으면서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해도 좋겠다. 핸들은 조금 더 묵직해지면서 긴장하고 차이 각 부분이 예민해진다. 잘 달렸다. 약 20km에 달하는 인천대교를 CT200h가 무리를 지어 유영하듯 달렸다. 앞뒤 6:4의 무게 배분은 가속을 하면 5:5에 가까운 상태가 되면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회생제동시스템이 작동한다. 감속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열로 발산시켜버리는 게 아니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켜 배터리에 저장하는 것. 단 한 방울의 에너지도 허투루 버리지 않겠다는 짠돌이 정식이 배어있다. 하이브리드카는 그래야 한다.

핸들은 완전히 감으면 2.8 회전한다. 일반적으로 3회전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하면 조금 예민한 조향비다. 이율쌍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부분이다. 승차감 못지않게 다이내믹한 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담겼다고 보인다. 가속력은 더디지 않다. 시속 200km 가까이도 무리 없이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바닷가 한 가운데 지은 다리 위에서 횡풍이 염려됐지만 기우였다. 시속 45km 미만의 EV 모드가 아니어도 60~80km/h의 속도구간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편안했다. 렉서스다운 편안함이다. 운전하느라 경직된 몸의 긴장을 풀면 시트가 편안히 몸을 받아준다.

판매가격 4,770만원. 한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렉서스다. 하이브리드카라고 틈새시장에 머물지 않고 렉서스의 주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긴 가격. 프리미엄 브랜드를 탈 수 있는 가격으로는 싸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25km를 넘는 연비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면 치솟는 기름 값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되니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신건강에도 좋다. 게다가 친환경차라는 대의명분까지 가진 차다.

좁은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머물 차가 아니다. 렉서스의 주력모델로 수입차 시장에서 당당한 존재감을 과시할 차로 자리매김 시키겠다는 게 렉서스의 의지다. 문제는 시장이다. 한국은 이제 막 하이브리드 무풍지대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수입 하이브리드 차들은 아직까지 주력차종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고 국산 하이브리드하고 해야 LPG 엔진으로 만든 변종 하이브리드가 있을 뿐이다. 하이브리드 바람이 한 차례 지나간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그저 냉랭한 반응뿐이다. 그런 한국에서 CT 200h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변속레버를 D에서 B로 옮길 때 자꾸 헤맸다. 익숙해지면 나아지겠지만 일반적인 방식으로 레이아웃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게다가 조작감도 헐겁다. 단단하고 꽉 짜인 변속감이 아니라 느슨하고 헐겁다. 좀 더 치밀한 변속감이 좋겠다.

뒤에 배치된 배터리를 식히기 위한 송풍구가 뒤 시트 좌우로 나 있는데 이곳에서 바람소리가 제법 들린다. 빠르게 달릴 때 뒤에서 바람소리가 들려 찾아보니 그곳이었다. 배터리의 냉각을 위한 송풍구의 필요성은 알겠지만 바람소리가 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시승 / 사진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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