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가 부활했다.

한국자동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코란도가 코란도 C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쌍용차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이룬 성과다. 되살아난 코란도 C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만감이 교차했다.살아남기 힘들 것 같았는데 용케 버티며기사회생한 쌍용차가 드디어 역작을 내놓는 자리다. 초상집 영정으로 만날줄 알았던 친구가 잔치집 주인이 돼서 사람들을 초대하는 자리다.감회가 새롭다.

코란도의 숨통을 끊은 것은 중국 상하이자동차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접수한 뒤 코란도는 더 이상 명맥을 잇지 못하고 단종되고 말았다.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지만 액티언에 바통을 넘겨준 코란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유난히 코란도 라는 이름에 애착이 남았던 것은 한국인이 할 수 있다는 “Korean can do”의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코란도 C는 참 힘들게 만든 차다. 공장 파업으로 연구소까지 제 기능을 못하게 되자 협력업체, 여관방을 전전하면서 개발을 이어갔다는 말은 자못 비장하게까지 들린다. 개발이 끝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코란도C 개발에 매달린 것은 마치 유산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끝까지 아이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죽어도 포기할 수 없는 내 아이의 생명은 곧 나의 생명이자 나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차를 만나는 마음은 다른 신차를 만날 때와는 또 달랐다.

코란도의 이름은 이어받았으나 코란도C는 과거 코란도와는 개념이 다르다. 프레임 섀시를 사용한 숏보디 스타일로 정통 오프로더였던 과거의 코란도와 달리 코란도C는 모노코크 보디를 적용했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프레임 방식의 섀시로 차를 만들던 쌍용이 드디어 모노코크 보디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모노코크 보디는 상하이차 시절 영국 로버사의 것을 들여온 것이다. 로버에서 섀시를 들여다가 승용차 ‘로위’를 만들어 상하이차에 주고 다시 그 모노코크 보디를 이용해 코란도C가 만들어진 것이다. 쌍용차가 다시 중형 세단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어쨌든 모노코크 보디를 적용한 코란도 C는 훨씬 가벼워졌다. 여기에 강한 엔진 파워가 더해져 매력적인 SUV로 거듭났다. 과거 코란도가 가졌던 강하고 거친 오프로더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세련된 도심형 SUV로 성공적인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우린 할 수 있다, 우리가 해냈다”고 외치는 듯하다.

군더더기 없이 잘 다듬어진 모습이다. 기아 스포티지R과 비슷한 크기다. 측면 실루엣은 이 차가 콤팩트 SUV임을 말하고 있다. 두꺼운 C 필러는 SUV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포인트.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쥬지아로가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이탈디자인의 쥬지아로다. 한국 자동차 역사에 종종 등장하는 이름이다. 현대, 대우, 쌍용 등이 그의 고객이었다. 하지만 쥬지아로라는 이름이 주는 힘은 예전만 못하다. 한때 이름을 날렸으나 폭스바겐에 팔려간 신세인 지금의 존재감은 옛날 같지 않다. 그의 이름을 앞에 내세워도 그리 득 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앞 뒤로 당당하게 자리한 쌍용차 앰블렘이 반갑다. 마힌드라가 인수해도 쌍용차의 앰블렘은 변함없이 이어가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앞모습은 제법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하지만 뭉툭한 헤드램프는 임팩트가 약하다. 그릴은 재규어 XF와 비슷하다. 투톤 범퍼 가운데 가로지른 크롬 바는 디자인 포인트, 그 양옆으로 안개등이 자리했다. 뒤에 자리한 앰블렘 아래 자유분방한 서체로 쓰인 코란도 영문 표기가 눈에 들어온다. 두 개의 배기파이프가 범퍼 아래 단정하게 자리했고 리어 램프는 직선과 각, 곡면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실내 공간은 여유가 있다. 뒷좌석에 앉아도 자리가 좁지 않았다.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펼쳐지는 라인은 비상하는 학의 모습에서 따왔다는 설명이다. 게이트 타입의 변속레버에는 수동변속을 할 수 있는 토글스위치가 엄지손가락에 걸리게 배치됐다. 변속레버는 게이트 타입으로 클래식한 맛을 낸다. 변속레버를 M에 넣고 토글스위치를 이용하거나 핸들에 내장된 변속버튼을 이용해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다. 기존의 패들 시프트나 팁트로닉 변속레버와는 조금 다르다. 운전자의 손이 닿는 부분에 항균 페인트를 적용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뒷좌석에도 열선 시트를 적용했다. 바닥은 물론 등받이까지 열선을 깔아 추운 겨울철 따뜻한 시트에 앉는 즐거움을 앞 뒷좌석 모두에 배려했다.

시승차는 최고급 모델인 클래시 럭셔리 모델이다. 다시 살아난 코란도C를 타고 봄기운이 완연한 제주를 달렸다.

디젤 엔진은 공회전 상태에서 800rpm에 머무는데 소리가 크게 들린다. 진동은 느낄 수 없다. 2.0 디젤엔진은 커먼레일 방식이 적용돼 최고출력 181마력과 최대토크 36.7kgm의 힘을 낸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스포티지 R(184마력, 40.0kgm)에 조금 못 미치는 힘이지만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수준이다.

핸들은 3.1회전한다. 약간의 유격이 존재한다. 타이트한 핸들링보다 약간의 여유를 갖고 부드럽게 다뤄달라는 말이다. 승차감을 배려하고 오프로드 주행을 감안한 스티어링 세팅이다.

엔진소리는 저속보다 고속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시동을 걸고 시속 60~80km까지 가속하는 동안 엔진 소리는 크게 들리지만 이후 시속 100km를 넘기면 오히려 잔잔해지는 느낌이다. 밸런스 샤프트까지 적용한 엔진의 정숙성은 고속에서 빛난다.

가속은 꾸준히 이뤄진다. 가볍고 펀치력 있게 팡팡 터지는 힘이 아니라 꾸준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다. 도로 사정으로 최고속도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제한된 상황에서도 시속 170km를 넘길 수 있었다. E-VGT 터보를 적용해 중저속에서부터 디젤 엔진의 힘을 최대한 끌어낸다.

시승차는 액티브 4WD가 적용된 풀타임 사륜구동방식으로 락 기능이 더해졌다. 4WD의 명가로 이름을 날렸던 쌍용차답게 오프로드에서 유용한 기능을 적용했다. 하지만 기계식 디퍼렌셜 락은 아니다. 뒷부분으로 구동력을 좀 더 배분하는 기능이다. 락 기능은 시속 40km 미만일 때에만 작동한다.

전자제어 AWD 시스템은 일반도로에서는 앞쪽으로 100% 동력을 전달한다. 연비를 고려한 선택이다. 눈길, 빗길 등에서는 자동으로 4륜구동으로 전환한다. 도로 상황에 맞춰 사륜구동으로 자동전환돼 직진 주행 안정성 및 경사로 성능을 높인다.

코란도 C의 4WD시스템은 자체 보호 기능이 있다. 규정된 타이어가 아닌 이종 타이어 장착 또는 AWD 과사용으로 AWD 온도가 높아지게 되면, 후륜으로 전달되는 동력을 줄여 구동계 손상을 미리 막는다.

시승 중 바닷가의 간단한 오프로드에서 락 기능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바위와 모래가 섞인 길에서 타이어가 살짝 살짝 스핀 하기는 하지만 네 바퀴가 힘 있게 구동하며 오프로드를 달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거친 험로를 달리려면 타이어를 오프로드용으로 교체해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출고시 장착된 사계절용 온로드 타이어는 포장도로를 안정감 있게 달리는 데 포커싱된 제품이다.

저속에서부터 수동 모드로 가속을 이어갔다. 시속 40, 70, 105, 140km에서 각각 걸린다. 이 때 rpm은 4,250. 운전자가 변속을 하기 전에는 시프트 업이 일어나지 않는다. 운전자가 적극적으로 차를 다루기 좋은 세팅이다. 힘 있게 달려보려고 수동변속모드를 택하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는데 시프트 업이 자동으로 일어나며 스르르 힘이 빠져 버리는 상황을 코란도 C는 허용하지 않는다. 운전자의 의지가 중요한 수동모드에서는 충직한 신하처럼 운전자의 명령이 있어야 비로소 변속을 한다.

시속 160~170까지 잠깐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의외로 차는 안정됐다. 바람소리가 조금 컸고 엔진은 얌전했다. 사륜구동 모델이 주는 고속주행안정감은 만족스럽다. 속도에 비해 불안감이 덜하고 체감속도도 그리 높지 않다. 차가 높아서 바람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지만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앞바퀴굴림 방식인 2WD 모델이라면 고속에서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궁금했지만 시승차는 모두 4WD여서 경험할 수 없었다.

슬라럼 주행을 했다. 핸들을 잡아채며 턴 할 때 약한 언더스티어링이 느껴진다. 차의 덩치가 있는 만큼 예민하고 민첩한 반응은 어울리지 않는다. 승차감을 보완하며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언더스티어링이 이 차의 특성에는 맞는 세팅이다.

코란도 C에는 모두 6개의 에어백이 있다. 운전석 조수석 듀얼 에어백에 사이드에어백, 커튼 에어백이 장착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헤드레스트 역시 충돌 사고에 대응하는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적용하고 있다. 엔진룸에는 엔진이 낮게 배치돼 보닛과 여유 공간을 확보했다. 보행자 충돌시 보행자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엔진은 낮게 배치한 것이다. 범퍼 역시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게 설계됐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비상등이 자동으로 깜빡이거나 운전자의 급격한 핸들 조작 시 전복을 막아주는 기능도 있다.

트렁크에는 수납공간이 따로 마련됐다. 짐칸 바닥에 간단한 소품, 연장 등을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그 아래에 스페어타이어 공간을 다시 마련했다.

코란도 C에는 스페어타이어가 선택사양으로 제공된다. 원하지 않는다면 스페어타이어를 빼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페어타이어를 택하지 않으면 타이어 수리키트를 준다. 무거운 타이어를 싣고 다니지 않으면 연비에 큰 도움이 된다. 이왕이면 스페어타이어 값도 빼주면 좋겠다. 타이어 수리킷과 스페어타이어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어서 가격 변동은 없다.

연비는 4WD 자동변속기 모델이 13.1km/L로 2등급에 해당한다. 2WD는 15.0km/L, 수동변속기 모델은 최고 17.6km/L의 연비를 보인다.

코란도 C의 판매가격은 1995만원부터 2735만원까지다. 4WD 시스템은 옵션이다. 180만원을 내면 전 차종에서 선택할 수 있다. 경쟁모델들 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했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판매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코란도C의 출시는 자못 비장하다. 사연도 많았고 아픔도 컸던 과거를 접고 새출발하는 쌍용차의 비상을 견인해야 한다는 소임이 이 차에 맡겨졌다. 무거운 짐이다. 하지만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보인다.코란도C의부활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못 볼 줄 알았던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다.모진 세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이차를 세상에 내놓은 모든 쌍용맨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당신들이 해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공회전 상태에서 엔진 소리가 의외로 크다. “나 디젤엔진이오” 소리치듯 덜덜 거리는 엔진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오히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엔진 소리가 가라앉는다. 엔진 사운드를 다시 조절하면 좋겠다.

강한 서스펜션은 조금 거친 듯 했다. 뒤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도로 장애물을 지날 때 제대로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튕겨 낸다. 이에 따라 그립력도 약해진다.

시승/사진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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