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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거부하는 자유, 쉐보레 올란도

쉐보레가 한국에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올란도를 출시하고 한국시장 공략 시동을 건 것. 올란도 이후로 아베오 콜벳 등이 줄을 서 있다. 올해 출시할 8종류의 모델중 올란도가 첫 타자로 나선 것이다. 올란도는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 특설 무대로 마련된 시보레 타운에서 데뷔했다. 장소부터 예사롭지 않다. 내수시장에서 한바탕 전쟁을 예고하는 의미 심장한 장소다.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이라는 ‘전쟁과 평화’가 뒤섞인 장소처럼 올란도는 상반된 여러 요소가 뒤섞인 차다. 올란도는 눈에 익숙한 모습이지만 SUV나 미니밴, 왜건, MPV 등 우리가 익숙한 개념에 딱 들어맞는 차가 아니다. ‘7인승 ALV’라고 한국지엠은 이 차를 정의했다. Active Life Vehicle의 줄임말이다. 생소한 개념이다.

실제로 그렇다. SUV 처럼 생겼으나 SUV가 아니다. 라세티 프리미어의 플랫폼으로 만든 7인승차로 ‘레조’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모노볼륨 보디가 아니다. 경쟁차로는 기아차 카렌스를 거론하지만 카니발 소비자들도 욕심낼만한 차다. 그나마 다목적차라 할 수 있는 MPV에 가깝지만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장르다. 지금까지의 차량 구분법으로는 도저히 정의할 수 없는 차다. 정해진 틀을 거부하는 차다.굳이 정해진 틀에 이 차를 가둘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 이 차를 보면 된다. 이런 저런 장르로 구분되지 않는, 그래서 오히려 많은 가능성을 가진 차로 이해해 본다. 그렇다고 강한 개성을 드러내며 탄성을 자아내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인데 딱히 장르구분이 안돼는, 올란도는 그런 차다.

심플한 디자인이다. 화려한 기교 대신 단정하게 정돈된 모습을 택했다. 단순함이 오히려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해준다. 단정한 디자인은 자신감의 발로다. 현란한 기교로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기보다 정직한 선과 면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선보인다. 쉐보레 마크를 기준으로 위 아래로 구분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그 양옆으로 박스형 헤드램프가 놓여졌다. 박스타입으로 구성된 뒷모습은 앞모습에 비해 디자인 요소가 조금 많이 사용됐다. 범퍼 위 아래의 장식, 루프라인을 따라 뒤로 넘어와 뒤창을 감싸는블랙라인, 오각형 리어램프, 지붕 뒤쪽에 자리한 안테나 등이 시선을 분산시킨다. 앞 뒤 타이어를 감싸는 휠 하우스 부분은 살짝 돌출시켰다. 돌출된 타이어는 거칠고 강한 모습을 만드는 포인트가 된다.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레조의 계보를 잇는다고해서 레조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길이가 무려 4,665mm에 휠베이스는 2,760mm에 달한다. 레조는 4,350mm에 불과했다. 4,675mm인 싼타페보다 조금 짧은 길이지만 휠베이스는 60mm나 길다. 실내 공간을 훨씬 여유 있게 만들 수 있는 구조다. 최소회전반경은 5.6m.

1, 2열 공간은 넉넉하고 3열은 성인 둘이 좁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3열에 앉으면 머리가 부담스럽다. 지붕에 머리가 스치기 때문이다. 대시보드는 다른 부분들보다 더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에는 비밀 공간이 숨어있다. 오디오 패널 안쪽에 ‘시크릿 큐브’라는 수납공간이 숨겨져 있는 것. 버튼을 누르면 오디오 패널이 젖혀지며 숨은 공간이 드러난다. 재치있는 아이디어다. 피아노 블랙으로 마감한 센터페시아는 제법 고급스럽다. 내비게이션은 생략됐다. 뒤에 앉으면 앞좌석 헤드레스트 때문에 시야가 막히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좌석을 극장식으로 설계했다지만 그 효과를 느끼기에는 약했다. 선루프는 차 크기에 비해 좁아보인다.

전쟁기념관을 나와 춘천으로 달렸다. 도심과 고속도로, 국도를 고루 달리는 코스다. 2.0 커먼레일 디젤에 가변 터보차저를 장착해 3,800rpm에서 163마력의 힘을 낸다. 최대토크는 36.7kg.m로 1,750rpm부터 2,750rpm 까지 고르게 힘을 낸다. 공차중량 1,705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10.7kg이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갖기엔 다소 무겁지만 다루기에 버거울 정도는 아니다. 까다로운 유로 5 규제에 대응하는 엔진은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을 크게 줄였다. 디자인만큼이나 주행성능도 무난했다. 순간적으로 잡아채며 속도를 올리는 가속감은 아니지만 필요한만큼의 힘을 발휘하면서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도심에서는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중저속에서는 여유있고 편안하게 움직였다. 시속 150km 까지 무리없이 속도를 올릴 수 있었고 그 이상 고속에서는 가속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올란도는 세단이 아니다. 푹신한 승차감이나 순간적으로 급가속하며 속도를 끌어올리는 능력은 조금 부족해 보였지만 7인승 다목적차가 그런 능력을 갖는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올란도는 앞바퀴굴림차다. SUV처럼 생겼지만 사륜구동은 아니다.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아 힘 있게 운전하면 차는 잘 따른다.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풍부하고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필요한 힘은 내준다. 언덕길에서도 힘겨워하지 않고 여유 있게 움직였다. 핸들은 2.8 회전한다. 조향비를 조금 더 여유있게 가져가는 것이 이 차에는 맞지 않을까 했지만 조금 타이트한 편인 조향성능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한강을 내려다보며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와인딩로드를 편안하게 잘 달렸다.

시승차에는 팁트로닉 변속기가 적용됐다. 수동모드로 운전하면 고rpm에서도 강제변속이 일어나지 않는다. 운전자가 시프트업할 때까지 변속기는 꼼짝하지 않고 기어를 물고 있다. 이게 맞다. 수동변속의 의미를 잘 살리는 특성이다. 자동변속은 차가 알아서 변속하는 게 맞고, 수동모드에서는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변속이 이뤄지는 게 맞다. 그런 점에서 올란도를 비롯한 한국지엠의 변속기 특성이 마음에 든다. 수동 모드에 놓고 가속을 하면 1단에서 시속 50km, 2단에서 80km/h, 3단에서 시속 120km까지 가속이 이어진다. 적당한 바람소리와 노면 잡소리가 실내에서 들린다. 프리미엄 럭셔리 차라면 조금 더 조용해야 하겠지만 올란도는 대중적인 차다. 허용할 수 있는 정도의 소음이라고 판단된다.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이 적용됐고 충돌시에는 도어 잠금이 자동으로 해제되는 등 안전에도 많은 배려를 했다.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판매를 시작한 올란도는 세계무대에서 팔릴 차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200여개 나라에서 팔릴 예정이다. 올란도의 무난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많은 나라의 규제를 맞추고 많은 사람들에게 팔려야 하는 만큼 무난한 디자인과 성능에 기초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차다. ‘무난함’은 쉐보레 올란도를 설명하는 최적의 수식어다. 올란도는 기존의 자동차 구분법으로는 정의하기 힘든 차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렌스, 싼타페, 쏘렌토R, 카니발, 심지어 한국지엠의 윈스톰까지도 올란도와 비교대상이 된다. 그만큼 많은 가능성과 강한 경쟁자들을 동시에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판매가격은 1,980만원부터 2,463만원까지다. 경쟁력이 있는 가격을 택했다. 2,000만원에 가질 수 있다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올란도를 두고 고민할 것이다. 가격대비 경쟁력은 있어 보인다.

한국지엠은 올란도 발표장에서 “Chevlolet is Korea”라고 선언했다. “쉐보레 이스 코리아”영어 문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한국에서 제대로 판을 벌이는 쉐보레의 첫 차 올란도가 과연 성공할 것인지 이제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곧 시작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변속레버는 완성도가 낮다. 수동변속 모드에서 레버의 조작감이 떨어진다. 변속레버를 위 아래로 움직이면 헐거운 느낌이 든다. 꽉 짜인 느낌이 아니다. 좀 더 야무진 마무리가 아쉽다. 2열 시트에 앉아보면 운전석에서보다 진동이 조금 더 크게 느껴진다.

제 원

올란도 2.0 디젤

전장 (mm)

4,665

전고 (mm)

1,635

전폭 (mm)

1,835

축거 (mm)

2,760

윤거 (mm)

1,584

1,588

엔진

엔진 형식

16-Valve DOHC

배기량 (cc)

1,998

최고 출력 (ps/rpm)

163/3,800

최대 토크 (kg.m/rpm)

36.7/1,750~2,750

변속기

6단 자동/수동

연비

(km/ℓ)

M/T

17.4

A/T

14.0

공차 중량

(kg)

M/T

1,695

A/T

1,705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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