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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막내, 모닝

다시 경차의 시대가 올 조짐이다. 치솟는 기름 값에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 ‘새끈’하게 만든 새 경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닝이다. 7년 만에 풀 체인지를 단행한 모닝이 다시 한 번 경차 바람을 불러일으킬 기세다. 눈보라 치고 바람이 몰아치는 제주에서 막 출시한 따끈한 모닝을 시승했다.

풀체인지다. 엔진, 변속기는 물론 디자인까지 완전히 바꿨다. 속속들이 뜯어고쳐 다시 한 번 ‘경차 전성시대’를 만들겠다는 작지만 야무진 차다. 기아차는 자신감에 넘쳤다. 모닝을 출시하면서 ‘중형차급 경차’ ‘옵션만 보면 오피러스’ ‘미니 못지않은 경차’ 라며 모닝을 잔뜩 치켜세웠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표현이다. 일찌감치 디자인이 공개됐지만 실차를 보는 느낌은 또 다르다. 새 모닝은 경차 규격에 맞춰 최대한의 크기로 만들었다. 이 보다 더 큰 경차는 없다는 말이다. 워낙에 경차의 디자인은 좌우, 상하의 비례가 다른 차들과는 달리 언밸런스하다. 모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규격에 꽉 맞춰 차를 만들다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작은 차의 디자인이 그렇듯 모닝은 잔뜩 과장된 모습이다. 헤드램프는 메뚜기의 눈을 닮았다. 헤드램프 윗부분에 LED 드라이빙 램프처럼 만들어진 부분은 실제 램프가 아니다. 그냥 멋으로 그려 넣은 ‘램프 같은 데코레이션’일 뿐이다.

기아차의 패밀리 룩으로 자리한 슈라이어 라인은 작아졌다. 어찌된 일인지 기아차 관계자들은 ‘슈라이어 라인’ 이라는 말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기아차에 슈라이어 라인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패밀리룩 디자인이 있을 뿐이다”라는 게 기아차 디자인 관계자의 말이었다. 디자인의 정체성을 말하는 데 피터 슈라이어가 부각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분명한 것은 K7, K5, 쏘렌토 R, 스포티지 등에서 보란 듯이 강조하며 여기 저기 사용했던 슈라이어 라인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옆모습은 앞으로 확 쏠리듯 기울어진 선이 들어온다. 벨트라인도 비교적 높아서 유리창이 좁아 보인다. 루프 뒤쪽으로는 더듬이 안테나를 달았다. 뒷모습은 리어램프가 인상적이다. 딱 벌어진 어깨를 과장되게 표현한 램프다. 멋있다.

인테리어는 경차답지 않은 여유가 넘친다. 호화 옵션이 화려하게 자리한데다 마감 재질도 제법 고급스럽다. 과거 경차의 싸구려 플라스틱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무광 재질의 촉감 좋은 플라스틱이 눈길을 끈다.

뒷좌석은 좁다. 그래도 성인 남자가 탈 수 있는 공간은 된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공간 부족을 못 느낀다. 머리 위 공간은 여유가 넘친다. 경차에 주어진 한계를 최대한 활용한 실내 공간이다.

놀라운 것은 이 차의 편의 및 안전장치들이다. 화려하다. 경차에 이런 부분까지 필요할까 싶게 적용 가능한 모든 옵션을 적용했다. 기아차가 자랑하는 ‘중형차급의 옵션’이라는 말이 수긍이 간다. 에코드라이브 기능이 표시되는 계기판, 7인치 내비게이션, 열선 시트, 열선 핸들, 전기모터로 작동하누 파워스티어링(MDPS), 스타트 버튼 시스템, 오디오와 블루투스 기능을 가진 스티어링휠 리모컨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은 옵션과 편의장치들이 화려하게 실내를 채운다.

에어백은 무려 6개가 적용됐다. 운전석과 조수석, 좌우의 사이드 에어백, 그리고 두 개의 커튼 에어백 등이다. 전자식 주행안정장치인 VDC에 MDPS가 연동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VSM이 적용됐다. 경차에겐 어마어마한 시스템들이다.

엔진과 차 크기만 경차일 뿐 나머지 부분에서는 차급에 구애받지 않고 첨단 기술을 쏟아 부었다. 호강하는 부잣집 막내같은 차다.

스티어링 휠에는 열선이 깔렸다. K5에 도료 방식의 히팅 핸들을 적용했지만 화제위험이 드러나면서 다시 열선 방식으로 돌아섰다. 자동차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란 이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품질이 확보되고 충분하게 검증되지 않으면 이처럼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새로 만들었다는 1.0 카파엔진은 3기통이다. 4기통을 3기통 엔진으로 만들면서 연비 5%, 무게 10% 정도를 개선할 수 있었다는 게 기아 측 설명이다. 대신 진동이 커지는데 이는 오일 봉입식 엔진 마운팅 방식으로 커버했다. 최고출력은 83마력 최대토크는 9.6kgm, 공차중량은 900kg이다. 마력당 무게비는 10.84kg이다. 과거 지엠대우와기아차 사이에 기통수 논쟁이 벌어졌었다. 3기통인 마티즈와4기통인 기아 비스토가 서로 자신이 우수하다며 나름대로 논란을 벌인 것. 4기통은 진동이 크지 않아 부드럽고 3기통은 제작비나 연비, 무게면에서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4기통이 우수하다고 주장했던 기아가 이제는 3기통을 옹호해야 하는 상황이 재미있다.

버튼 눌러 시동을 걸었다. 공회전 상태에서 rpm 게이지는 1,000에 머문다. 전체적으로 rpm은 다소 높은 편이다. 시속 100km에서도 3,000~3,500 rpm을 마크한다. 83마력 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엔진을 고회전 시키는 것이다. 크기, 배기량, 출력의 한계를 안고 움직이지만 나름대로 이를 이겨내기 위해 열심이다. 초반 가속은 힘들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차는 잠깐 동안 갈까 말까 망설이듯이 주저한다. 탄력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박자 늦은 반응. 소리가 먼저 커진다. 안쓰럽게 소리를 키운 뒤에 차체가 반응하기 시작한다. 계측기를 통해 얻은 가속 그래프를 봐도 초반 가속 그래프의 기울기가 많이 쳐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속 100km . 바람소리는 피할 수 없다. A 필러와 윈드실드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한껏 소리를 높이는 엔진소리도 함께 들린다. 130km/h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 계속 가속을 이어가면 되지만 도로 사정이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조금 거친 듯하지만 충격에 밀리지 않는다. 조금 거칠게 충격이 전해오지만 잔진동은 크지 않다.

스티어링 휠은 3.5 회전한다. 승차감을 중시하는 대형 세단 수준의 조향비다. 예리한 조향감보다 여유 있고 부드러운 조향감각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길이가 짧아 코너링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지만 조금 거친 듯 한 리어 서스펜션이 튀는 맛이 올라온다.

수동변속기 기준 기본가격은 880만원서부터 1,105만원까지다. 1,105만 원짜리 최고급 모델인 럭셔리 트림에 자동변속기를 얹은 모델이 가장 많이 계약되고 있다고 기아차 측은 전했다. 경차임에도 가장 비싼 모델이 많이 팔린다는 게 의외다.

옵션을 다 붙이면 1,500만원 가까이 된다. 경차인데 너무 비싼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기아차는 경차임에도 호화 옵션으로 무장한 것을 말하면서 ‘그래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격을 제외하면 모닝은 충분히 경제적이다. 취,등록세가 면제된다. 공공주차장 요금도 할인받고 도심통행료, 고속도로 통행료 등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보유 및 운행단계에서 세금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 차는 연비가 19.0km/l 로 놀라운 수준이다. 더 높은 연비를 원한다면 수동변속기를 택하면 된다. 무려 22.0km/l라는 최고수준의 연비를 갖춰 기름값 걱정도 덜게 해준다. 적어도 연비에 관한 한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트렁크는 턱이 높다. 기존 모닝보다 7cm가 높아졌다. 무거운 짐을 실을 때에는 불편하겠다. 대형범퍼를 쓰고 유럽 보행자 안전기준을 맞추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게 기아 측 설명이다. 이해는 하지만 불편한 것은 불편한 거다. 경쟁차 마티즈 보다는 턱이 낮다고 기아 측은 말했다. 차의 떨림을 줄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공회전시 진동이 느껴진다. 차의 앞모습도 아쉽다. 전체적으로 통일되고 집중되는 느낌이 아니라 각 부분으로 흩어지고 분리되는 모습이다. 프런트 마스크를 관통하는 일관성이 아쉽다.

AUTO LAB0-100km/h 가속 시간은 17.46초로 제법 걸린다. 거리로는 312.32m가 소요된다. 최고출력 82마력으로 움직이는 만큼 초반 가속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첫발을 떼기가 힘든 것. 탄력을 받고 나면 가속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진다.

100-0km/h은 43.03m로 시간은 3.03초가 걸렸다. 앞에 V 디스크를 사용하는 등 경차지만 충실한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훌륭한 제동성능을 보였다. VSM에 힘입어 제동시 차의 안정성도 훌륭한 수준이다.

글/사진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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