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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카리스마, 레인지로버 스포츠 5.0 수퍼차저

레인지로버는 호화로움의 극치를 달린다. 재규어, 롤스로이스와 함께 영국의 자존심 ‘이었던’ 랜드로버의 플래그십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차의 호화로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프리랜더, 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로 이어지는 라인업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차종이 바로 레인지로버다. 동물의 왕국에서 사파리차로 나오는 디펜더도 있지만 국내에선 판매되지 않는다. 오늘 시승할 차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모델로 5.0 수퍼차저 엔진을 얹은 차다. 정확하게 5m인 길이를 4,783mm로 줄였고 온로드를 지향하는 도심형 SUV로 만든 차다.

랜드로버는 영국의 자존심이었다. 지금은 인도의 희망이다. 기구한 운명을 겪고 있는 브랜드지만 차는 어쨌거나 최고급, 프리미엄 SUV의 체통과 위엄을 잃지 않고 있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타타그룹이 랜드로버의 주인이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쌓이는 역사에는 영광만 있는 건 아니다. 재규어 랜드로버를 둘러싼 영국과 인도의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콤팩트 레인지로버다. 주차장에 얌전히 서 있는 차를 보면 작고 낮아 보인다. 실제로 그렇다. 레인지로버 V8 5.0 수퍼차저와 비교해 보면 길이가 5m에서 4783mm로 짧아졌고 차 높이는 1877mm에서 1,789mm로 낮아졌다. 온로드를 지향하는 도심형 SUV의 비결이다.

랜드로버는 전통적으로 조금 투박해 보이는 박스형 스타일이다. 레인지로버도 예외가 아니다. 옆에서 보면 사각형 박스를 이어 붙여 만든 것 같다. LED로 강조한 헤드램프 클러스터 와 신형 프론트 범퍼가 눈길을 끈다. 문 아래로 숨어있는 옆 발판은 문을 열면 드러난다. 오프로드를 달릴 때 옆 발판은 다소 거추장스럽다. 하지만 이 차에서는 차 아랫부분에 숨어있다가 필요할 때만 드러나니 별 문제가 안된다.게다가 도심지향형 SUV라고 하니 시비걸 일은아니다.

인테리어는 ‘고급’으로 정리된다. 손이 닿는 부분, 눈에 보이는 부분, 귀로 들리는 소리에 이르기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인테리어다. 대시보드부터 도어까지 가죽과 무늬목을 사용해 차원이 다름 고급감을 보여준다.

7.1 채널 하만카돈 오디오에는 모두 13개의 스피커가 짱짱한 음질을 들려준다. 뒷좌석에는 헤드레스트 뒤의 2대의 LCD 모니터와 2대의 무선 헤드폰이 있다. 앞좌석 터치스크린에서 는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고 뒤에서는 DMB TV, iPod 및 비디오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수퍼차저’는 최첨단 5.0리터 V8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에 신형 6세대 트윈 보어텍스 시스템(TVS) 수퍼차저를 탑재했다. 기존 4.2리터 수퍼차저 V8 엔진에 비해 출력은 29%, 토크는 12%나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숫자로 드러나는 성능은 대단하다. 최고출력이 무려 510마력이다. 수퍼카의 기준이 된다는 500마력을 넘기고 있다. 최대토크 63.8kg.m의 힘은 2,500~5,500rpm에서 고르게 발휘된다.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 도로 위로 올라섰다. 많이 낮아졌음을 느낀다. 뒷좌석 승객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뒷시트는 조금 높게 배치됐다. 넓은 창을 가진 선루프와 시원하게 배치된 차창들이 확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속도를 100km/h에 맞췄다. rpm은 1,800을 가리킨다. 안정된 수준이다. 원한다면 2단으로 시속 100km로 달릴 수도 있다. 기어비를 낮게 세팅한 덕이다. 1단 기어비 4.171이 2단에서는 2.34로 확 낮아진다. 시속 100km에 고정하면 5단에서 2,200rpm, 4단 3,800, 3단 4,800, 2단 5,800rpm을 각각 마크한다. D에서 가속을 이어가면 시속 60, 110, 170km/h에서 각각 변속이 느껴진다. 4단으로 시프트업이 일어나면 계기판 상으로 시속 220km까지 속도를 높여도 변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레인지로버에는 테리언 리스폰스 시스템이 있다. 지형에 맞게 구동력을 조절해주는 장치다. 일반주행, 고속주행, 눈길, 진흙길, 바위 등 돌 상태에 따라 동력 전달 방식을 달리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다운힐 어시스트도 있다. 언덕길을 내려갈 때 자연스럽게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온로드 지행의 도심형 SUV라고는 하지만 레인지로버가 세단일 수는 없는 일이다. 레인지로버라는 이름을 단다면 오프로드 주행능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그것도 대충 갖추는 게 아니다. 확실한 오프로드 성능을 갖추는 게 레인지로버의 기본이다. 군인에게 사격이 기본인 것처럼 레인지로버에겐 오프로드 기능이 당연하게 있어야 하는 것이다.이 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온로드 지향으로 만든 차라면 오프로드 기능을 일부 빼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차피 차체가 낮아서 이 차로 개울을 건너거나, 락크롤링을 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차는 스포츠카로 쓰임새가 어울릴 수 있겠다. 온로드 지향으로 차를 만들어었다는 데 달리기 성능이 장난이 아니다. 스포츠 세단을 추월하는 힘과 주행안정성을 갖췄다. 스포츠 세단으로 이 차를 다뤄도 손색이 없다.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데 불안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차가 높은데도 불안감이 덜하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몸이 시트에 파묻힌다. 슬립 없이 처음부터 힘 있게 출발하는 확실한 가속감이다. 소리도 호쾌하다. 간단히 200km를 넘긴다. 고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를 보인다. 사륜구동 시스템에 더해 초당 500회 모니터링을 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시스템은 도로 상황에 맞게 차의 댐핑 강도를 조절하며 차를 이끈다. 핸들에 붙은 납작한 패들 시프트는 다루기 편했다. 게다가 반응이 빨라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150km/h 넘어가면서 비소로 바람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다. 즐길만한 소리다. 부담이 없다. 체감속도가 낮다. 빨리 달려도 느낌으로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간단히 돌파하는 시속 200km에서 느낌은 160km/h 정도다.

3.3회전하는 핸들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민감한 핸들링을 보인다. 덩치 큰 SUV 들은 대게 스티어링 휠을 조금 둔하게 어느 정도의 유격을 두고 만든다. 부드럽고 여유 있게 차를 컨트롤해야하기 때문에 날카로운 핸들링보다는 반템포 정도 여유 있는 핸들을 선호하는 것. 하지만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아니다. 운전자의 의지를 즉각 반영하는 핸들이다. 게다가 이 차는 사륜구동인만큼 조향 부담은 조금 덜어도 좋겠다.

연비는 5.7km/L. 대단한 식욕이다. 500마력이 넘는 5.0 리터의 엔진임을 감안해야 하지만 숫자만으로 표현되는 연비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공인연비가 이 정도면 실 연비는 어느 정도일까.

오종훈의 단도직입뒷좌석이 좁다. 도심형으로 만들면서 차의 길이가 줄어들다보니 2열 공간이 손해를 봤다. 성인이 앉으면 무릎이 앞시트에 닿는다. 뒷좌석까지 승객을 태우고 장거리 여행을 하기엔 협소한 뒷공간이다. 그렇다고해서 차를 다시 늘릴 수도 없으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AUTO LAB계측기를 달고 가속 테스트를 한 결과는 놀랍다. 출발해서 87.01m를 달려 제로백을 5.6초에 끊었다. 메이커가 발표한 이 차의 제로백 타임은 6.2초. 약 0.6초나 빠른 것. 시속 200km는 19.22초, 679.33m를 기록했다. 대단한 빠르기다. 최고급 SUV의 카리스마는 도로를 압도한다.

급제동을 하면 2.6톤의 거구가 확실하게 선다. 고성능 브렘보 브레이크와 브레이크 어시스트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한다. 더불어 안전띠가 확실하게 몸을 잡아준다. 기분 좋은 느낌이다. 시속 100km에서 가장 짧은 제동거리는 40.29m(3.94초)였다.

주요제원길이×너비×높이(mm) 4,783×2,004×1,789엔진 형식 : V8 DOHC SC배기량(cc): 5,000최고출력(마력/rpm): 510/6,000~6,500최대토크(kg?m/rpm): 63.8/2,500~5,500트랜스미션: 자동6단구동방식: 풀타임 4WD타이어: 275/40R200→ 100km/h(초): 6.2연비(km/l): 5.7CO2 배출량(g/km): 408승차정원(명): 5가격: 1억3,990만원

사진 / 이승용 www.cameraeyes.co.kr 박인범 (LIZ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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