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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kg의 기분좋은 가속감,알페온 2.4

지엠대우가 알페온 2.4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지난 8월 알페온을 처음 출시하면서 약속했던 대로 배기량 2.4 리터 엔진을 얹은 모델을 새로 내놓은 것이다. 바야흐로 준대형차 시장이 일전을 앞두고 ‘선수입장’ 하는 셈이다. 이제 곧 현대차가 그랜저를 투입하면 선수입장은 일단 완료되는 셈. 알페온과 그랜저, 그리고 K7이 벌이는 혈투가 곧 시작된다. 그에 앞서 알페온 2.4와 사전 스파링을 했다. 어느 정도의 성능과 품질을 가졌는지. 맷집은 좋은지, 펀치는 센지 궁금한게 참 많다. 알페온 2.4가 나오면서 시장엔 팽팽한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고 때마침 시승하는 날에는 한파가 몰아쳤다. 영하의 날씨를 뚫고 시승에 나섰다.

알페온은 뷰익 라크로스의 한국판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라크로스로 팔린다. 미국과 중국에서 꽤 많이 팔리는 모델이라 지엠이 이 차 덕분에 입이 찢어진다는 소리도 들린다. 효자 차종이다. 한국에서도 효자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조짐이 좋다. 알페온이 나온 뒤 지엠대우의 판매량과 점유율이 쑥쑥 오르고 있다.

알페온은 럭셔리 세단이지만 고전적이지 않다. 쿠페 라인을 응용한 루프 라인은 뒤가 낮게 눌려있다. C 필러 주변의 라인도 쿠페 스타일이다. 지엠대우 디자인 부문 김태완 부사장은 알페온이 ‘디자인 르네상스’를 구현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라디에이터의 수직 그릴은 대형 세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요소다. 권위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파르테논 신전에서 따왔다는 롤즈로이스의 그릴, 초기 에쿠스도 수직 그릴을 택했다. 그만큼 대형 고급세단이 자주 택하는 디자인 요소다. 하지만 알페온은 수직 그릴을 얇게 만들고 옆 부분은 살짝 비틀어 딱딱함을 덜어내며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 가운데 자리한 엠블럼은 뷰익 마크 대신 알페온의 심벌이 들어가 있다. 인테리어는 포근하다. 그리고 고급스럽다. 운전석 주변을 부드럽게 감싸는 공간은 고속 주행 시에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옆창의 끝 선이 높게 올라와 포근하게 감싸 안기는 느낌을 준다. 조금 큰 듯한 스티어링 휠은 손에 잡기 딱 좋은 굵기. 알페온 2.4에는 숨겨진 약간의 변화가 있다. 3.0 모델에 비해 좌우 바퀴간 거리, 트레드가 넓어졌다. 3.0 모델 앞 뒤 트레드가 1,581mm 인데 2.4는 앞 1,584mm, 뒤 1,586mm로 넓혔다. 보다 안정된 자세를 취하는 데 유리한 변화다. 다리를 조금 더 벌려 안정감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대신 회전반경은 조금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우드와 가죽을 쓴 실내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도어패널과 대시보드에 이르는, 운전석을 감싸는 공간에 우드 장식이 있다. 대시보드는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비스듬히 완만한 경사를 두고 있다. 부드럽다. 공간의 감성이 부드럽고 여유 있다. 하지만 비스듬히 누워 있다 보니 좁아 보이는 게 흠이다.

3.0처럼 알페온은 2.4도 여전히 조용했다. 알페온이 국산차중 가장 조용한 차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다. 도어 실링을 3중으로 처리했고 차음재를 적용한 이중접합 유리와 요소요소에 흡음, 차음재를 충분히 썼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확실하게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처음 알페온을 탔을 때 느꼈던 쇼크가 바로 조용함이었다. 2.4에서도 여전한 조용함이 반갑다. 소리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다른 차 볼 것 없다. 알페온이 소음에 관한한 가장 확실한 답을 주는 국산차라고 말할 수 있다. 국산차의 NVH에서 한 획을 긋는 차다. 알페온 2.4는 부드럽게 달렸다. 24.0kgm의 토크에 184마력의 2.4 엔진은 GM이 만든 직분사 엔진이다. 북미 10대 엔진에 선정된 엔진이라고 지엠대우는 자랑했다. 힘은 부족하지 않다. 3.0 모델에 비해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무게감 있는 3.0에 비해 2.0은 가벼운 느낌이다. 3.0에 비해 무려 90kg의 무게를 줄였다고 한다.

시속 100km에서 알피엠은 2,000 부근을 맴돈다. 무난한 엔진 세팅이다. 파노라믹 선루프는 낭만적이다. 원터치로 작동할 수 있어 편하다. 글라스 면적이 넓어 하늘이 시원하게 보인다. 하늘을 보고 달리다보면 승객들이 흥에 겨워할 때가 많다. 시원한 하늘을 보며 쾌속질주하는 느낌은 생각만 해도 상쾌해진다. 데이트를 할 때에 분위기를 잡기에도 선루프는 큰 보탬이 되겠다.

가속을 하면 기어가 시프트 다운되면서 힘을 받는 느낌이 확실하게 전해온다. 부드럽지만 확실하다. 기분 좋은 반응이다. 시야는 양호하다. 고개 돌려 시야를 직접 확인할 때도 막힘이 없다.

알페온은 앞바퀴 굴림이다. 대형세단이어서 뒷바퀴굴림이 어울리겠지만 굳이 앞바퀴여서 나쁠 것도 없다. 승차감만을 놓고 보면 확실히 뒷바퀴굴림차가 유리하다. 뒤에서 밀고 가는 느낌도 좋지만 앞뒤의 무게배분이 균형을 이뤄 여기에서 오는 주행안정감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뒷바퀴굴림차들은 요즘 같은 겨울철에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빙판길에서 쩔쩔매는 고급차들은 하나같이 뒷바퀴굴림차들이다. 앞바퀴굴림차는 승차감에서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미끄러운 길에서 조금 더 강하고, 뒷좌석 공간활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시속 100km에서 6단 2,000, 5단 2,500, 4단 3,500, 3단 5,000rpm을 각각 마크한다. rpm이 7천까지 올라가는데도 시끄럽지 않다. 실내에서 엔진소리는 멀게 들린다.

자동모드에서는 60, 80, 140km에서 각각 시프트업이 된다. 변속기를 수동모드로 하면 2단에서 80km, 3단이 140km 까지 커버한다. 수동모드로 하면 rpm이 레드존을 위협해도 자동변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느낌이 좋다. 수동모드에서도 속도가 올라가면 슬그머니 자동변속이 이뤄져 버리는 팁트로닉 변속기들은 싱겁다. 수동모드라면 운전자의 의지를 적극 반영하는 것이 맞다. 그런 면에서 알페온 같은 변속기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가속을 하기 위해 정지상태에서 페달을 깊게 밟으면 약간의 슬립이 일어난 뒤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슬립은 곧 동력 손실이다. 150km/h를 넘는 속도에서 바람소리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엔진소리와 바람소리가 비슷하게 실내로 들어온다. 200km/h를 터치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속도를 끌어 올리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생각보다 빠르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가속페달에는 킥다운 버튼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한 차례 저항점이 온 다음 꾹 하고 한 번 더 밟아주면 느끼게 되는 킥다운 느낌은 없다. 페달이 바닥에 닿으면 거기까지뿐 더는 없다. 제로백 테스트를 했다. 계측기를 부착하고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수차례 한 결과 시속 100km에 가장 빠르게 도달한 기록은 9.47초였다. 도달 거리는 154.68m. 조금 더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배기량과 출력, 공차중량 등을 감안하면 나쁘다고 타박할 성능은 아니다.

가속페달을 밟은 채 브레이크를 밟았다.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며 속도를 줄였다. 브레이크 오버라이드다. 급가속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정확하게 작동시키는 장치다. 믿음이 간다. 2.8회전하는 스티어링휠은 반응이 빠르다. 코너에서도 비교적 정확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약한 언더 스티어링이 느껴진다. 차가 길어서 뒷부분 부담이 있지만 실제 운행해보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코너나 혹은 차선 변경을 할 때 뒤가 가볍다는 느낌이 온다. 지긋하게 눌러주며 방향을 트는 게 아니라 뒷부분이 튕기듯 가벼운 반응이다.

차를 보면 지엠대우가 나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음을 알게 된다. 중국과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문제는 한국에서도 먹힐까라는 것. 그게 관건이다. 얼마나 선전할지, 어느 정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지 기대가 크다.

어쨌든 알페온은 지엠대우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끌어올려줄 차다. 이렇다할 대형 세단이 없던 지엠대우에 이제야 비로소 자신있게 시장에 내놓을 차가 생긴 것이다. 3.0 엔진에 이어 2.4 모델을 투입하면서 ‘큰 차 시장’에서 제대로 한 번 사고를 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알페온이 듬직한 큰아들 몫을 제대로 해낼지 이제 지켜보는 일이 남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연비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알페온 2.4의 연비는 10.6km/L. 직분사 엔진이라고는 하지만 MPI 엔진을 쓰는 K7 2.4의 11.8km/L에 못미친다. 직분사 엔진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보닛 양 옆에 위치한 크롬 장식은 없는 게 낫겠다. 준대형차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에어인테이크처럼 흉내는 냈지만 장식적인 요소가 강하다. 크롬이 주는 가벼움이 차와 어울리지 않는다. 앞바퀴 굴림인데 뒷좌석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오른 점도 아쉽다. 뒷좌석 가운데 공간이 불편하다. 사륜구동모델까지 염두에 뒀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센터터널을 조금 더 낮춰야 할 것 같다.

사진: 이승용www.cameraeyes.co.kr박인범 (LIZ 스튜디오)

Auto Lab.

브레이크 반응은 부드러운 편이다. 초반 반응이 특히 더 부드럽다. 조금 밀린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계측기를 통해 측정해본 브레이크 성능은 전혀 밀림이 없이 우수했다. 제동거리 44.22m. 제동시간은 3.15초다.

제로백 테스트를 했다. 계측기를 부착하고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수차례 한 결과 시속 100km에 가장 빠르게 도달한 기록은 9.47초였다. 도달 거리는 154.68m. 조금 더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배기량과 출력, 공차중량 등을 감안하면 나쁘다고 타박할 성능은 아니다. 놀라운 것은 알페온 2.4가 3.0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제주도 시승회 당시 테스트한알페온 3.0의 제로백 측정치는 10.51초, 164.15m였다. 알페온 2.4가 90kg를 감량했다고 해도 2.4가 3.0보다 빠르다는 사실은 놀랍다. 장소와 날씨 등의 차이를 감안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석한다해도 2.4의 빠르기가3.0보다 뒤떨어지지않는다. 3.0보다 2.4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사진 / 이승용 www.cameraeyes.co.kr 박인범 (LIZ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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