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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 때 더 빛난다. 아우디 A8

풀체인지된 아우디 A8이 한국 시장에 론칭했다.

A8의 변신은 다른 신차들의 등장과는 다르다. 플래그십 모델을 교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얼굴이자 가장 상징성이 큰 플래그십모델을 교체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런 면에서 플래그십 카라는 건, 브랜드가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집중해 만든 차일 수밖에 없다. 아우디의 플래그십카 A8을 탔다.

이름이 간단해 좋다. 간혹 차 이름만 스무글자가 넘는 경우도 있다. 이름 부르다 지칠 정도인 긴 이름에 비해 A8은 정말 간단 명료해서 좋다.아우디의 차 이름들이 대부분 이렇다. 마음에 든다.

A8은 크다. 그리고 커졌다. 길이 5137mm는 이전 모델보다 75mm나 늘었다. 2992mm 거의 3m에 달하는 휠베이스도 48mm가 늘어났다. 차 폭도 1949mm로 55mm 늘렸다.사각 틀 안에 유니크한 라인을 그리며 자리한 헤드램프는 풀 LED 헤드라이트다. LED를 헤드램프로 사용하기에는 여러 제약요인들이 있었는데 완전히 이를 극복하고 LED 만으로 헤드램프를 구성했다. 기존 전구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리어램프에도 LES가 적용됐다. 바야흐로 LED의 전성기가 바로 이 차, A8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본다.

5m를 훨씬 넘는 길이지만 실제 크기보다 작아보인다. 휠베이스를 늘려 앞뒤 오버항이 길지 않은데다 곡선을 적절히 조화시킨데서 오는 착시 효과다.

인테리어는 프리미엄 럭셔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가죽과 우드로 구성된 인테리어는 장갑을 끼고 만져야 할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잘 정돈됐고 충분히 고급스러웠다.

센터 페시아는 구성이 특이해졌다. 대부분의 버튼과 스위치들이 변속레버 부근의 플로어로 내려왔다. 센터페시아의 수직 벽에서 센터 터널 바닥으로 내려온 셈이다. 운전자의 손에 좀 더 가까운 곳이다.

변속 레버도 변형된 T자 형태로 손에 쥐기 쉽고 조작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보트, 요트에서 사용하는 가속레버를 닮았다. 밑으로 내리면 D-S로 다시 내리면 S-D로 주행모드가 바뀐다. MMI 시스템 모니터는 센터페시아 위쪽에 돌출시켰다. 시동을 끄면 안으로 들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수납 시간도 빠르고 소리도 거의 없다.

브라운 컬러의 시트는 운전자를 부드럽고 안정되게 보듬는다. 포근한 느낌을 준다. 도어패널에는 스웨이드 가죽을 썼다. 전체적으로 손이 닿는 곳마다 촉감이 좋다. 손 끝에서부터 고급스러움이 전해져 온다.

좌측으로는 드라이빙 램프와 나이트 비전 버튼이 있다. 전방 시야가 안좋을 때 적외선 도움을 받아 시야 확보할 수 있는 나이트 비전이다. 실내등도 LED로 구성됐다. 아이보리, 폴라, 루비 등 3가지 색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시야는 탁 트였다. 전후좌우 시선처리에 막힘이 없다. 고개를 돌려 시야를 확보하기도 양호하다.

운전석 머리 윗공간은 주먹 하나 정도의 여유다. 좁은 듯하다. 키 큰 사람은 불편하겠다.

차체는 알루미늄 보디를 적용했다. A8 보디에는 자석을 붙일 데가 없다. 어디를 붙여봐도 자석은 힘을 받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다. 아우디의 자랑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ASF)이다. 무게를 줄이는데에도 유리하지만 비틀림 강성, 진동을 개선하는데에도 ASF는 효과적이다.

시트는 항공기의 일등석에 비유할 수 있다. 22단계로 조절가능한 컴포트 시트는 히팅과 쿨링 기능이 있다. 공기압 마사지 기능이 앞 뒤 좌석에 모두 있다.

스티어링 휠은 3.2회전한다. 여유 있는 조향비다. 차의 성능에 못지 않게 승차감을 배려한 세팅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패들시프트가 고정돼 있다. 왼손은 시프트 다운, 오른손은 시프트 업이다. 핸들을 중심으로 많은 스위치들이 있어 핸들에서 손이 떠날 이유가 거의 없다.

시동을 켰다. 잔잔한 움직임이 전해진다. 가속페달을 밟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4.2리터 엔진은 371마력의 힘으로 공차중량 2010kg인 차체를 끌고 달린다. 마력당 무게비는 5.4kg. 메이커가 발표하는 제로백 타임은 5.7초다. 부족함이 없는 성능과 빠르기다. 가솔린 직분사 방식인 FSI 엔진은 압축비가 12.5대1로 높은 편이다.

시속 100km에서 정속주행하면 rpm은 1600에 머문다.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다. 8단 변속기가 엔진을 효율적으로 컨트롤해 과하게 힘을 쓰지 않아도 원하는 속도로 힘을 내게 해 준다. 6단에서 일대일 기어비를 보이고 7, 8단은 오버드라이브가 된다. 8단 기어비는 0.667이다. 시속 100km로 속도를 고정하고 변속을 했다. 8단 1,600rpm, 7단 2,000rpm, 6단 2,400rpm, 5단 3,000 rpm, 4단 3,000rpm, 3단 5,000rpm 이다.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하면 시속 30, 60,90, 140, 180, 200km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8단 변속기가 세밀하게 속도를 제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속 100km 정도면 최적의 승차감을 보인다. 호수 위를 미끄러지는 요트 처럼 편안하게 순항한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차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격리된 느낌, 그리고 편안한 시트이 몸을 맡기고 움직이는 럭셔리한 분위기다.

저속에서도 핸들은 가볍지 않다. 무게감 있는 핸들링이다. 나쁘지 않다. 슬라럼 주행을 하면 마치 춤을 추듯 부드럽고 정확한 턴을 경험하게 된다. 두 바퀴 굴림차와는 수준이 다른 코너링과 핸들링을 보여준다.

크루즈 컨트롤은 똑똑하다. 그래서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이다. 두 개의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감지하면서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다. 앞차가 가까워지면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속도를 줄이고 충분한 거리가 있으면 속도를 올린다. 앞차가 멈추면 A8도 따라서 멈춘다. 대부분의 스마트 크루즈 시스템이 시속 40km 미만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데 비해 A8은 완전 정지상태에서 시속 210km까지 구간에서 모두 작동한다. 이 차의 최고속도가 시속 210km 이니 모든 속도 구간에서 작동한다고 보면 된다.

차선이탈 시스템도 있다. 시속 65km 이상에서 방향지시등을 조작하지 않고 차선을 벗어날 때 핸들이 떨린다.

가속을 시도했다. 무서운 가속감이다. 순식간에 시속 200을 넘본다. 하지만 그 속도에서도 차는 안정적이다. 속도계를 보지 않는다면 속도를 종잡기 어렵다. 편안하게 달리다 속도계를 보는 순간 겁먹게 된다. 그 정도다.

이런 안정감은 콰트로 덕이 크다. 풀타임 사륜구동이어서 고속에서 차의 안정감이 더 돋보이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콰트로 시스템은 겨울철 미끄러운 길에서 단연 돋보인다. 비슷하게 생긴 프리미엄급 후륜구동 세단들이 쩔절매면서 체면을 구길때 콰트로는 보란듯이 내달릴 수 있다. A8의 콰트로 시스템은 앞 뒤 4대 6으로 평상시 구동력을 배분하고 필요에 따라 앞뒤의 구동력 배분을 조절해 준다.

계측기를 이용한 측정결과 가속은 제로백 타임은 5.96초, 제로백 거리는 96.33m였다. 출발해서 100m를 못가서 시속 100km를 넘긴 것이다.

브레이크도 차의 성능을 잘 제어하고 있다. 200km 속도에서 브레이크를 잡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의외로 편하게 속도를 줄인다. 스포츠카의 강하고 하드한 브레이킹은 아니지만 고속을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는 브레이크다.

제동거리를 측정했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수 차례 한 결과 가장 좋은 기록은 2.71초, 36.93m였다. 일반적인 제동성능보다 우수한 수준이다.

빠르게 달리면 엔진소리보다 바람소리가 크다. 8단 변속기가 V8 엔진을 순하게 만든다. 바람소리도 생각보다는 크지 않다. 조금 세다 싶을 때 속도계를 보면 180km/h를 넘기고 있을 정도다.

아우디 A8은 프레스티지의 수준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프리미엄 세단이다. 고급스러움, 성능, 품질 모든 면에서 모범답안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콰트로로 무장한 덕분에 뛰어난 고속주행안정감에 더해 겨울에 강한 면모를 갖췄다. 매력 포인트가 참 많은 차다. 판매가격은 1억 4,000만원과 1억 5,700만원, 두종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5인승이지만 4인승으로 타는 게 낫겠다. 뒷좌석 가운데 자리는 보조 시트로 봐야 한다. 좁고 딱딱해서 불편하다. 굳이 5인승이라고 우기기보다 4인승임을 인정하는 게 맞겠다. 아우디의 플래그십카로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인만큼 5인승 아닌 4인승이 훨씬 더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 뒷좌석 모니터는 불안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뒤쪽에 모니터를 매달아 놨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물론 시트에 매립할 때의 문제점도 작지 않겠지만 안전을 생각한다면 시트에 매달아 놓는 건 아니다. 매립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생략하는 게 맞겠다.

사진: 이승용www.cameraeyes.co.kr박인범 (LIZ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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