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말고 스토리를 팔아라.

한미 FTA 시대. 이제는 단순히 자동차만을 파는 시대를 넘어 차에 얽히 스토리를 팔아야 할 시대다. 한국 차가 단순 상품에서 벗어나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명품 반열에 올라설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타결로 되면 한국차는 미국에서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하지만 단순히 여기에 만족해선 여전히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한국차도 당당히 고급차 브랜드 대열에 합류해야 할 때다.

스토리 없는 자동차 브랜드는 결코 일류가 못된다. 벤츠의 삼각별 이야기며 메르세데스 라는 이름의 기원, 뮌헨의 파란 하늘을 상징하는 BMW의 뱃지, 롤스와 로이스가 의기투합해 만든 롤스로이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한 포드, 포르쉐 박사와 히틀러가 등장하는 폭스바겐 비틀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그리고 기꺼이 조금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 그 차들을 산다.

현대차에 대해 미국의 소비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기아차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인식은 어느 정도일까.

스토리는 곧 브랜드 이미지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한미 FTA 시대에 한국차, 즉 현대차와 기아차가 반드시 해결해야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대기아차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지금이 정상이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도 한국차 메이커들은브랜드 이미지를 반드시 높여야 한다.

업계의 체질을 FTA 체제에 맞게 바꾸지 않으면 기대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미국 시장에 견고한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FTA와 상관없이 미국 시장에서 본격 생산에 나섰고 의미있는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올해 미국 시장 판매량이 50만대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고 미국 공장 생산량은 30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공장에서 만들어 태평양을 건너가서 팔리는 차는 절반이 채 안된다는 것이다. FTA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 물량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미국 공장의 생산량이 늘면 태평양을 건너가는 차는 줄어들거나 현상유지하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제한된 수출물량으로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가전략이 필수다. 현대차가 저가 전략으로 미국에서의 점유율을 높여왔다면 앞으로는 이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고급 제품을 만들고 조금 더 돈 많은 고객들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기아차와이 차별화를 위해서도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로 탈바꿈 하는 게 맞다. 같은 플랫폼을 쓰는 기아차와 ‘모양만 다를 뿐 같은 차’ 라는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서도 현대차와 기아차간 확실한 이미지 분리가 필요하다. 렉서스와 토요타, 아우디와 폭스바겐 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다르게 구축해야 한다.
최근의 JD 파워 품질조사결과를 보면 현대차는 미국에서 최고의 품질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현대차가 고급차로 인정받기는 힘들다. 사람들의 뇌리에 파고드는 ‘그 무엇’이 부족하다. ‘스토리’의 부재다.
현대차는 글로벌 무대에,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내놓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경주대회에 나간적도 시상대에 오른 적도 없고, 유명한 레이서를 배출한 적도 없으며, 젊은이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슈퍼카나 레이싱카도 만들지 못한다. 심지어 2류 3류 업체들도 양념처럼 가지고 있는 그 흔한 컨버터블 모델조차 현대차의 라인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럴듯한 탄생신화도, 인구에 회자될만한 개발 뒷 얘기도 없다.

현대차는 자동차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런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좋은 차를 만드는 엔지니어들의 열정이 만드는 뒷 이야기들, 위험에도 불구하고 레이싱에 달려드는 레이서들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스포츠카나 수퍼카를 만들면 또 그에 얽힌 스토리들이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게 된다. 저가전략을 앞세운 자동차 메이커가 아니라 꿈, 열정, 가치, 스토리를 파는 자동차 브랜드로 일어서는 게 현대차가 가야할 길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