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세상을 내려다보는 위풍당당,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디션

‘위풍당당’은 이 차,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가장 잘 맞는 말이다. 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에서도 최고급 SUV의 자리에 서 있는 차. 배기량 6.2리터에 403마력의 괴력을 가진 아메리칸 풀사이즈 SUV의 진수를 보여주는 존재다. 캐딜락이 새로 한국에 선보인 차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디션을 탔다.

자동차의 크기에 집착하는 건 우리 한국만은 아닌 듯 하다. 미국도 유난히 큰 차를 좋아한다. 아니 작은 차에 대한 개념이 없다. 풍요의 대륙에 작은 차는 필요 없다는 듯, 미국차중에 이렇다할 소형차는 찾아보기 힘들다.

캐딜락이 새로 선보인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디션은 무척 큰 차다. 이른바 풀 사이즈 SUV다. 길이가 5미터를 넘는 건 그렇다 치자. 차 폭이 2m를 넘겨 2,010mm 임을 확인하는 순간엔 입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차 높이는 1,925mm에 이른다. 성인 남자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높이다. 키 큰 사람이 신발도 크듯 이 차의 타이어는 22인치 휠을 쓴다. 덩치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 충분하다.

엔진도 예사스럽지 않다. V8 6.2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403마력의 힘을 만든다. 6.2리터의 배기량에 더 주목하게 된다. 배기량에 비하면 출력은 그렇게 세다고 할 수 없다. 이 보자 작은 배기량에 500마력을 넘기는 차들과 비교하면 그렇다. 배기량 6.2 리터라면 700마력은 나와야한다. 하지만 그런 힘이 이 차에 필요할까하는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수퍼카가 아닌 다음에야 400마력도 이미 넘치는 힘이다. 오히려 배기량을 조금 더 줄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분명한 건 배기량과 출력 사이의 언밸런스다.

누가봐도 캐딜락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외모다. 라디에이터 그릴 한 가운데 자리한 엠블럼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가려도 캐딜락 냄새 물씬 풍기는 디자인이다.

실내는 고급스럽다. 대시보드는 가죽으로 마감했고 무늬목을 덧댔다. 센터페시아에는 금속재질의 소재로 다양함을 추구했다. 가죽과 나무 그리고 금속이 조화를 이루는 실내다. 가죽은 기술자가 일일이 손으로 재단하고 바느질 했다.

2열 중앙은 시트를 빼서 공백으로 비웠다. 3열로 가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배려지만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꽉 채우기보다 빈 곳이 있어서 여유가 있고 더 크게 느껴지는 차다.

차에 오르기 위해 문을 열면 도어 아래 숨겨있던 사이드 스템이 내려온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조용히 부드럽게 작동한다. 사이드 스텝은 오프로드에서 가장 다치기 쉬운

주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들어서는 기분을 받는다. 존중받는 느낌. 나쁘지 않다. 차가 나를 대접해준다라는 것. 고급차여서 가능한 부분이다.

주변의 차를 적당히 내려다보는 위치에 몸이 있다. SUV라서 조금 높은 것도 있지만 다른 SUV보다도 조금 더 높다. 위엄을 갖추기 위한 높이다. 롤스로이스의 높이와 비슷하다. 차는 낮을수록 운동성능이나 안정감이 좋지만 때로 의도적으로 시트 포지션을 높게 만들기도 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그런 경우로 보인다. 주위를 내려다보는 시트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불리한 면이 있다. 안정감이다. 즉 차가 높아 불안한 느낌이 크다는 것.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주는 게 풀타임 사륜구동장치다. 네바퀴굴림 방식이 갖는 장점인 주행안정성, 코너에서의 안정감 등이 높은 차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것이다. 서스펜션도 일정부분 역할을 한다. 초당 1,000번씩 주행상황을 체크해 서스펜션의 강도를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된 것이다. 주행상황에 맞는 최적의 서스펜션을 리얼타임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다.

재미있는 기능이 있다. 8기통 엔진은 주행 상태에 따라 일부만 작동하기도 한다. 엑티브 퓨얼 메니지먼트다. 예를 들어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돼는 도심에서는 4개의 실린더 만을 사용하고 교외에서 풀가속할 때에는 8기통이 모두 사용된다. 혼다의 i-vtec 엔진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연비를 좋게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드러운 주행감이다. 구름 위를 걷는 듯 높은 포지션에서 편안하게 내려다보는 맛이 색다르다. 힘 있게 달리지만 부드러운 느낌이다.

6단 AT는 핸들 아래 변속레버가 붙어 있는 컬럼 시프트 방식이다. 미국차에서 자주 만나는 방식이다. 공간활용성에서 유리한 방식이다. 수동변속하기가 불편해 운전하는 재미는 줄어든다.

호흡소리는 크다. 배기량이 큰 차 답다. 반응도 빠르다. 2.6톤이 넘는 풀사이즈 SUV 거구가 빠르게 움직이고 반응한다. 410마력의 힘은 입체적이다. 밟으면 차를 툭툭치고 나가는 반응이 좋다. 시속 100km에서 1500rpm에 불과하다. 매우 안정적이다. 큰 힘 쓰지 않고도 이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시내를 달릴 때에는 큰 힘 쓸 필요 없다. 가속페달을 살살 밟기만해도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달린다. 비단길을 움직이는 느낌이다.

급가속하면 출발할 때 살짝 슬립한다. 주행안정감이 나쁘지 않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큰 배기량의 숨소리에서 느껴지는 차의 성능이 대단하다. 가속 자체도, 가속느낌도 예사스럽지 않다. 7.03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금방 시속 160km를 넘나든다. 윈드실드의 바람소리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차는 180km에서 연료가 차단됐다.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 아쉬움은 없다. 어차피 이 차는 SUV니까.

차 무게가 있어서 그런지 급제동할 때에는 제동거리가 제법 걸리는 느낌이지만 실제 계측기를 통해 측정한 기록은 그렇지 않았다. 제동거리 46.79m에 제동시간은 3.31초. 놀라운 제동력이다. 몸무게가 가벼운 세단도 50m를 넘기거나 4초를 넘기는 경우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공차중량 2,610kg의 거구가 단 3.31초만에 멈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대단한 제동력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연비에 불리한 조건을 대부분 갖췄다. 크고 무겁다. 배기량은 크고 4륜구동 시스템이다. 연비는 그래서 리터당 5.9km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실제 연비와의 차이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5등급 연비다. 연비 걱정하는 이들은 이 차를 택하지 않는게 좋겠다.

소리는 제법 들린다. 엔진 소리, 바람 소리 등이 고속에서 제법 들어온다. 고속주행할수록 바람 엔진 소리가 커진다.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일상주행에서 비단길이었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숨소리가 크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불안감도 증가한다. 차의 높이가 주는 어떨 수 없는 요소다. 숨기지 못한다.

옳고 그름은 별개로 큰차는 여유의 상징이다. 그런 면에서 에스컬레이드는 풍요로운 미국의 상징이다. 이런 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여유롭고 풍요로웠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과거의 일이 아닐까. 과연 지금도 미국이 그렇게 풍요로운지는 의문이다.

에스컬레이드가 모델 체인지를 통해 상품성을 개선한다면 크기를 조금 줄여도 좋겠다.미국, GM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할지는 모르겠다. 넘어졌다 일어났으면 왜 넘어졌는지 한번쯤 뒤돌아볼 필요도 있을 텐데 기어코 뒤돌아보기를 거부하는 느낌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보는 이를 압도하는 어마어마한 차다.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의 최고 SUV다. 그런데 차 키를 보는 순간 웃음이 난다. 차를 개발한 이들의 유머일까 싶을만큼 작고 보잘 것 없는 키다. 어른 몸에 아이 손이 붙어있는 것 처럼 우습다. 대체로 미국차들의 차 열쇠가 비슷하다. 그래도 세계시장에서 차를 판다면 자기들 입맛은 포기할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 늘 말하는 지붕 마무리도 거칠다. 손가락이 드나드는 틈새는 민망하다. 그래도 프리미엄 럭셔리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인데. 아쉽다.

엔진형식 VVT V8최고출력 (마력/ rpm) : 403/5,700최대토크 (kg.m/rpm) : 57.6/4,400구동방식 : AWD트랜스미션 : 하이드라매틱 자동 6단 길이x너비x높이(mm) : 5,140×2,010×1,925승차정원 (명) : 7연비 : (km/L) : 5.9Co2 배출량 : (g/km) : 397가격 : 1억2,900만원

사진 : 이승용 www.cameraeyes.co.kr

박인범 (LIZ 스튜디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