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코리아 그랑프리가 막을 내렸습니다. 대회를 준비해온 지난 일년동안은 물론 본선 경기가 열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회 개최 여부를 두고 가슴 졸이게 만들었던 말 그대로 우여곡절의 F1입니다.
많은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를 무사히 마쳤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따뜻한 격려와 앞으로의 분발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박수입니다.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이제 차분히 F1을 정리해볼 시간입니다. 우리에게 F1은 무슨 의미일까요. ‘남의 잔치’ 혹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최경주가 없던 시절 PGA 골프는 남의 잔치였지요. 박세리 이전의 LPGA도, 박찬호 이전의 미국 프로야구도 모두 남의 잔치였습니다.
지금의 F1이 그러합니다. 한국 땅에서 열려 우리에게 그 존재를 요란하게 알렸지만 우리는 ‘관객’의 자리에 있을 뿐 입니다. 한국 메이커가 참여하는 것도, 한국 드라이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주연은 우리가 아니고 경제적인 이익의 대부분을 취하는 것도 그들입니다.
그들만의 리그인 F1을 배척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잔치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한국인이 미처 가지 못한 길이 여기 또 하나 있으니 이제 그 길을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하여 멀지 않은 미래에 F1 시상대에 한국 사람이 오르면, 월드컵 못지않은 열기가 이 땅을 뒤덥게 될 것입니다. 우리 잔치가 될 날이 와야하지 않겠습니까. 그 시상대에 오를 선수는 어쩌면 이번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본 아이들 중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2010년 10월 25일.이 날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도F1을 직접 본 사람이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2010년F1 코리아 그랑프리의 가장 큰 의미입니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국내에서 F1 경기를 직접 본 사람은 많아야 1,000명을 넘지 않았을 것입니다. F1 코리아가 끝난 지금, 3일간 연인원 15만 명, 결승전인 24일에만 8만 명이 F1을 직접 봤지요. TV를 통해서 본 사람들까지 합친다면 엄청난 사람들이 F1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정확한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소수만이 알던 것을 만인이 체험하고 알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10만명이 F1을 보기 이전과 이후, 한국의 자동차 문화는 분명하게 다를 것입니다. 어쩌면 먼훗날 한국의 자동차 역사는 F1 이전과 이후로 구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며칠 동안 사람들은 “그거 봤어”하며 생전 처음 봤던 자동차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고막을 찢는 엔진 소리, 처음 알게 된 경기규칙, 차의 성능과 제원, 드라이버의 이야기 등등 프로 야구 이야기하듯 F1 이야기를 하겠지요. 그만큼 우리의 자동차 문화가 풍요로워지는 것입니다. 과거 양적 성장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우리의 자동차 문화가 F1을 계기로 질적 변화의 시대로 접어들 것입니다.
F1을 본 많은 사람들 중에 제가 주목하는 것은 청소년과 어린이들입니다. 직접 F1을 본 아이들은 문화적 충격을 겪을 수도 있고, 난생 처음 접하는 대상에 놀라움과 경이로움, 그리고 호기심과 꿈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 아이들이차를 만들고 싶다거나, 운전하고 싶다거나 하는 꿈을 꾸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F1을 접한 아이들이자동차,자동차 경주, 혹은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됐을지 모릅니다. 혹은 무의식 속으로 남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 무의식은 언젠가 의식의 세계로 넘어올 수도 있는 일이지요.
아마도 오늘 현장에 있던 그 아이들 중에서 훗날 세계적인 레이서, 카 디자이너, 엔지니어, 저널리스트, 경영자 등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한국의 자동차 문화가 세계무대로 편입되는 계기를 F1이 만들어 준 것이고 그 글로벌 무대를 좁아라 누빌 존재들이 이 아이들이라는 것이지요. 그것만으로도 F1 코리아는 충분한 의미가 있는 행사가 아닐까 합니다.
이제 현실의 눈으로 F1 코리아 행사를 세세하게 따지고 사후 결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요. 물론 필요한 과정입니다. 언론의 따끔한 지적들은 새겨듣고 고쳐야 할 부분들은 정확하게 고쳐야 합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얻은 무형의 자산들입니다. F1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도 있음을 분명히 짚어야 할 것입니다.
내년엔 더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F1을 직접 봤으면 좋겠습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